불확실성의 시대에 들어선 세계

알렉셰이 요르스
정계와 외교계 인사들도 휴가를 떠나는 시기가 왔다. 이들이 마음 편하게 여름휴가를 떠나기에 금년 상반기 국제정치 상황은 녹녹치 않았지만 말이다. 국제정치가 숨을 고르고 가는 이 시점에 2015년 상반기 결산을 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상반기의 주요 사건들은 민스크 프로세스와 이슬람국가(IS) 부상, 그리스 채무 위기 첨예화,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의 성공적인 종료였다. 이들 사건은 각각 자체의 선행 단계와 논리를 갖고 있지만, 하나로 놓고 볼 때는 국제정치의 전체 상황을 형성한다. 우크라이나와 그리스, 이란은 현대 외교의 세 가지 얼굴을 대표한다.

민스크 프로세스는 분쟁 당사자들도, 그들의 궁극적 목표들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유혈사태를 막으려는 필사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협상자들은 조금이라도 구체적일 수 있는 문구들을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누구도 명확하고 정확하게 규정된 의무를 떠맡으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의의 운명은 상당히 특이하다. 누가 합의를 이행하느냐보다는 합의 이행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모두가 주문이라도 외듯이 민스크 합의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고 되뇌고 있다. 그리고 이건 사실이다. 큰 전쟁을 막은 것만으로도 이미 성과라고 할 수 있으며 견고한 평화 확립은 전혀 불가능해 보인다. 현 상황은 분명히 취약하고 위험하지만, 현재의 진실 가운데 하나를 예시해준다. 과도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세계 속에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최대치를 말하자면, 이들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이란 핵 협상은 정반대 상황을 보여준다. 이 협상은 아주 오래 끌어왔다. 핵심 당사자-이란과 미국-는 그야말로 모든 행보를 명문화하고자 했다. 게다가 이중적인 해석이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자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완전한 상호 불신 때문이었다. 어떤 신사적 합의를 위한 여지도 없었고 모든 것이 상세하게 기록돼야 했으며 감시 메커니즘도 사전에 제시됐다. 이럴 경우에만 합의 이행을 위한 기회가 존재하는데, 이번 거래는 그런 희망을 갖게 해준다. 제네바-빈 프로세스는 (민스크 프로세스와 달리) 당사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실제로 합의할 뜻이 있다고 한다면 아주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반적인 상황도 정치적 의지에 힘을 실어줬음이 분명하다. 중동의 분열로 인해 이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생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스는 또 다른 합의 방식을 보여준다. 마침내 이룬 ‘타협’은 모든 측에 개운치 않은 뒷맛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폭력이 있었다는 느낌을 남겨 놓았다. 한편으로, 유로존에서 질서를 회복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누군가의 주도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분명했다. 이 누군가가 어느 나라인지는 명약관화하다. 그것은 바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독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주도적인 의지가 발휘되자마자 모두가 놀랐다. 핵심은 주도국이 무엇을 해야 할 건지 알고 있느냐는 의문이 일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유로존 위기는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기꺼이 수용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두려움과 의구심을 품고 받아들이는 가장 강력한 국가의 독재라는 세 번째 유형의 협상법을 보여줬다.

상반기의 네 번째 주요 사건은 IS(이슬람국가)의 성공이다. 이는 앞서 기술한 모든 것을 부분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IS는 외교와 정치가 어떤 형식으로 나타나든지 간에 그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세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IS는 20세기 중동을 설계한 모델과 도식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고통스러운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에 대한 불안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기존의 해결 방식들이 전반적으로 유효한지에 대한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2015년 상반기의 우려할 만한 징후는 큰 전쟁을 둘러싼 얘기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1990년대초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공포감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군비경쟁이나 이해관계의 심각한 충돌을 거론할 만한 어떤 실제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 세계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 칼럼은 로시스카야 카제타에 처음 게재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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