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중동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입지와 이해관계는 비대칭적이다. 미국(그 동맹국들은 이미 말할 것도 없이)은 여전히 중동산 석유의 거대 구매국이며 역내의 많은 국가들(미국의 전략적 동맹국들)이 미국과 국방·안보 조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미군 기지가 배치돼 있다. 러시아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터키와 같이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개별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러시아는 미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사활을 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러시아와 미국은 양국 당국이 역내 특정 정권이나 사태에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정면 대립을 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두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서 협력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양국의 이해관계는 어떤 분야에서 일치할까? 당연히 무엇보다도 먼저 국제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한 단호한 격퇴 필요성에서 일치한다. 러시아와 미국은 중동 지역 안정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러시아 내 상당수 분석통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이 '통제가능한 혼돈' 상황을 역내에 조성하고자 애쓰고 있음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는 이것이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미국에 적대적인 (또는 미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정권의 교체로 미국은 이익 보다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떠안게 됐다. 리비아는 언제 누구에 의해 관리될까? 아마도 미국에 의해 관리될 것 같지는 않다. 가령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같은 미국 현실주의 정치인들이 미국이 중동 국가들의 내정에 경솔하게 개입한 데 대해 비판한 일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와 미국은 예를 들면 리비아의 안정 복구에서 협력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심지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들에서도 러-미 협력은 많은 제한요소를 안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양국 관계가 참담한 상태이고 따라서 양국 정부 간의 불신이 깊다는 점이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위기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 테러범들의 제물이 된 몇몇 아랍 국가에서 미국은 자신들이 온건하다고 평가하는 일부 이슬람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들 단체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격인 '알누스라 전선'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테러범들을 '나쁜' 쪽과 '좋은' 쪽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러시아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러-미 양국의 대테러 협력이 위협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으로 격상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연합에는 어떤 경우에도 합류할 뜻이 없을 테고 미국은 '주도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자국)의 경험에서 유익한 교훈을 얻었던 러시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중동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공습 계획일지라도 말이다. 어떤 경우든 러시아는 관련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고집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테러 전쟁에서 러시아는 서방만 아니라 역내 행위주체들과도 협력할 용의가 있으며, 이와 동시에 합법적인 정부와의 협력을 항상 선호한다. 러시아는 IS 대원으로 싸우고 있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출신 지하드 전사의 수가 늘고 있는 데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
나는 미국과 러시아가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으므로 결국은 서로 가까워지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모든 장애물을 고려하면 양국 협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기껏해야 자신들의 행동을 조율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어쩌면 평행선을 달리며 각자 독자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신뢰 수단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일간 코메르산트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