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러시아의 동남아 핵심 파트너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사이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내 영향력을 놓고 세계 강대국들 사이에 뜨거운 경쟁이 펼쳐쳤다.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인공 섬 조성과 함께 여기에 군사 인프라를 건설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미국도 동남아 내 영향력 회복을 위해 이 상황을 이용했다. 영토 분쟁이 첨예화되면서 역내 군비 경쟁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직접 관련돼 있지는 않지만, 이 문제가 러시아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역내 세력 균형의 변화 혹은 예를 들면 베트남과 미국의 밀착이 에너지 시장에서만 아니라 무기 시장에서도 러시아의 입지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국제 법규 안에서 영토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을 지지한다. 베트남 외교관들은 러시아가 문제 해결에 기여하리라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과 선린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이 러시아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러시아로서는 서방의 대러 제재의 부정적 결과를 줄이기 위해 세계의 다양한 지역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 서방 지향적 '개혁' 시기 러시아는 아태지역에서 역동적인 경제 강국들이 등장하는 것을 '간과'했으며 이 지역 시장에서 수동적이며 비효율적으로 행동했다. 중국이 베트남과의 교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많은 점에서 볼 때 중국과 아세안(ASEAN)의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이다. 1994년에야 대 베트남 제재를 철회한 미국은 현재 베트남과의 교역 규모가 360억 달러인 반면, 러시아는 이보다 약 10배 적은 37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는 향후 5년 안에 이 지표를 최대 1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고자 한다. 이는 2015년 상반기로 계획된 베트남과 유라시아경제연합의 FTA 협정 체결로 가능할 것이다.

베트남과의 관계 발전이 러시아에 중요하다는 점은 '러시아연방 대외정책 노선 실현 방안'에 관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통령령에 특별히 강조되어 있다. 여기서 베트남은 중국과 인도 바로 다음으로 언급됨으로써 동남아에서 러시아의 핵심 전략 파트너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무엇보다 석유가스 분야에서, 또 에너지와 군사장비 협력에서도 중요한 입지를 보전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 시추되는 석유의 절반 가량은 합작기업 '베트소프페트로(Вьетсовпетро)'의 몫이며 베트남 기업들은 러시아 북부에서 석유를 채굴하고 있고 페초라 해의 대륙붕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가스프롬', '가스프롬 네프티', 러시아철도공사, 에너지설비 제조사 '실로비예 마시니(Силовые машины)' 등의 러시아 대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도 상당히 역동적으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는 조만간 베트남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닌트안-1(Ninh Thuan-1)'과 원자력연구센터 건설 계약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의 성명에 따르면, 러시아는 군사장비 협력 분야에서 베트남의 최대 파트너로 남을 전망이다. 양국 군대의 협력도 있다. 특히 캄란 만 기지 사용이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면, 드미트리 베드베데프 총리의 베트남 방문에 앞서 미국은 베트남에 러시아 공중급유기의 캄란 만 기지 사용을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전략 폭격기들이 이 지역에서 비행하게 되면 미국의 괌 군사기지 상황이 복잡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통합 포맷들 사이에서 경쟁이 점점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은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러시아의 역내 역할 강화는 베트남의 안보와 주권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이미 베트남에서 무력을 행사했던 국가들에 대한 베트남의 시각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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