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12인의 친구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2014년 봄 서방의 대러 경제·정치 제재 도입으로 러시아는 지난 20년간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쌓아온 관계를 거의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지도부는 대외정책 우선순위들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동맹국들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고립은 없었다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을 주도한 국가들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의 선택은 그렇게 제한적이지 않았다. 잠재적 동맹국들은 특히 유럽에 회의적인 국가들 가운데 있었다. 2월 중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헝가리를 방문하여 새로운 가스 수출 조건에 관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합의하고 다른 부차적인 국가 간 협정들도 체결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러시아로서는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비판에서 결코 단합돼 있지 않다는 점과 유럽에도 러시아와 협력할 용의가 있는 지도자들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오르반 총리에게는 적절한 가격의 가스가 필요할뿐 아니라 푸틴 대통령과 함께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함으로써 유럽연합(EU)을 자극함으로써 모종의 특혜도 얻어낼 수 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그리스의 좌파정당 시리자도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리스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부채 구덩이에 빠져 지금까지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는 더 유리한 부채 탕감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EU를 압박해야 한다. 그리스가 러시아에 추파를 던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러시아에 대한 유럽 쪽의 거부감의 벽에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균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EU가 국제정치 무대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는 과거와 같은 열의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중동 선회

러시아의 동맹국 찾기는 유럽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는 아시아와 중동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의 첫 돌파구는 이집트와의 관계 개선이었다. 아랍 세계의 강대국이자 미국의 주요 아랍 동맹국이기도 한 이집트는 러시아 무기를 추가로 대량 매입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도 최대한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은 1960년대 초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마련한 돌파구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의 최근 이집트 방문 결산은 데자뷰의 느낌을 자아낸다. 당시 흐루쇼프 서기장은 이집트에 아수안 댐 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공했는데, 이번에 푸틴 대통령도 이집트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면서 이를 한 차관을 제공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14년에 폭넓게 논의된 2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 석유의 러시아 판매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현대 기술과 무기, 원자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중동의 또 다른 강국인 터키도 대러 제재 합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그와 반대로 터키는 EU가 가로막은 남유럽행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에 흔쾌히 합류했다.

이제는 브릭스로

하지만 중동에서 이룬 성공이 러시아 대외정책의 핵심은 절대 아니다. 유럽과의 불화 이후 러시아에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떠오른 나라들은 바로 브릭스(BRICS) 파트너들이다. 이들 국가는 2014년 4월 크림 합병에 대해 러시아를 지지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브릭스 국가들은 최근 수십 년간 메시아 사상에 기초해 있지만, 동시에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엎치락뒤치락 싸움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미국의 어줍잖은 대외정책에 기본적으로 넌더리를 내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이 러시아와 대규모 에너지 거래를 다수 체결했고 인도가 러시아 무기를 계속 구매하고 있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현대 세계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바로 이들 국가에 달려 있다. 이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한 러시아의 고립을 운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대외정책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러시아의 대외 동맹국들은 예외 없이 모두가 그런 관계 유지를 통해 에너지나 무기 공급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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