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루블... 자유변동환율제로 진화 나선 러시아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러시아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에 압박이 될 신용대출 긴축정책을 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 은행이 루블화 자유변동환율제를 전면 도입하고 외환시장 개입 상한과 환율 조정 정책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변동환율제 도입은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으며, 러시아 물가 추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러시아 경제가 유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의존성은 루블화 유가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3~2010년 국제유가가 오를 때 루블화는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2011년 이후 유가가 안정되고 심지어 떨어지기 시작하자 루블화 약세가 시작되었고, 특히 올해는 상당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유가가 떨어져도 루블화 유가는 루블화 가치가 떨어진 덕에 변동이 없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해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경제구조와 재정적 여건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사회, 연금, 군사 분야에서 재정 지출 의무를 빠르게 불려 왔다. 한편 예산을 충당하는 주요 납세자는 국영 기업들인데 이 기업들의 수익은 러시아 철도 독점기업 '러시아철도공사'처럼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공공요금이나 석유가스 대기업인 가스프롬, 로스네프티처럼 외부 정세나 루블화 환율에 달려 있다. 이들은 이윤을 유지하고 국가에 필요한 세금을 내기 위해 공공요금과 수출원료의 루블화 가격이 오르길 바란다.

국가의 입장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물가안정목표제의 도입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 모델에서 물가안정목표제는 어떻게 작용할까? 첫째, 루블화의 주요 외부 수요자인 수출업체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 여건에서는 러시아 국내 자산 취득에 흥미가 없기 때문에 외환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해질 것이다. 연 10~15%의 이자로 단기 대출을 받고 세금을 정산한 뒤 큰 환차익을 얻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둘째, 외환시장의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 은행은 신용대출 긴축정책을 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경제 성장에는 분명히 압박이 되겠지만 십중팔구 연말께 물가인상률을 낮춰줄 것이다. 최소한 올해 시행된 통화량 축소 정책은 물가인상률을 잡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셋째, 지금의 지정학적 긴장 상태는 자본유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대외채무 상환 압박 때문에 그렇다. 러시아의 대외채무는 총 6000억 달러가 넘는다. 채무 상환 일정에 따른 불가피한 재융자는 러시아 대기업과 대형은행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본 유출은 국내 통화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며 러시아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도록 작용하나 대출 확대는 외환시장의 안정성 유지와는 배치된다.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인상률을 낮추는 주요 수단으로 금리를 활용한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목표 물가를 달성하려면 경제성장률 하락, 저축의 달러화 전환(루블화 예금자는 총액의 20~30%를 고스란히 잃었다), 전반적인 국민생활수준 하락 등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새 경제정책에 적응하는 진통의 과정이 지나고 나면 낮은 물가인상률을 바탕으로 한 경제 성장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신용대출 확대와 저금리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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