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에 거는 러시아의 기대감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오는 15-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는 작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회의때만큼이나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주말 호주 브리즈번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사태, 실종된 G8, 그리고 이번 정상회의 의장국인 호주의 러시아에 대한 도를 넘는 논평들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 임하면서 이러한 요인들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한편 우크라이나 분쟁은 국제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신세계질서 형성과정에서 그것은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이번 G20 정상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사이 G20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다른 전통적 의미의 국제기구들과는 달리 G20 정상회의는 이른바 현대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조직이다. 유엔과 같은 범지구적 권위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그 회원국들은 형식적 규약이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다. 반면에 그 대표성에 있어서 단순히 영향력있는 경제 부국들만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문화 또는 이데올로기로 결합된 것이 아닌 매우 다양한 국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작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은 러시아였다. 러시아가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는 점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G20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상회의는 그 정점을 찍는 행사였다. 당시 정상회의 직후 알려진 것처럼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중동전쟁 예방 및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문제에 대한 우아한 해법을 찾은 중대한 협의가 이뤄졌다. 그 과정을 주도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위기때문에 국제정치가 요동치고 금년 G8 순회의장국 자리를 인계받았던 러시아는 사실상 그 지위를 박탈당하고 회원국에서도 제명된 상태다. 이번 호주 G20 정상회의도 팽팽감 긴장 속에 진행될 것이다.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려 할 것이고 다른 국가들은 세계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의 대응 필요성, 오히려 경제침체를 야기시키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서로에 역설할 것이다.

어쨌거나, G20은 새로운 글로벌 관리기구의 원형이 되기에 다른 모임들보다 훨씬 더 적합하다. 러시아는 G20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구도 안에서라면 러시아는 결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서구중심의 기구들은 이제 비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 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어쨌건 현재 서방에서 러시아는 기댈 둔덕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G8 제명은 형식상 크림반도 때문이었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러시아를 동질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서방의 기본적 태도에 기인한다. 러시아-나토 위원회(NATO-Russia Council), 그리고 심지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경험도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이쪽으로 가면, 나머지는 반대쪽으로 가는' 식이었다. (OSCE 자체는 그 존재가 주는 이익이 크고 그 구성원도 다양하지만 말이다.)

G20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작년 9월에는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불붙은 논쟁으로 회원국들이 미국과 러시아 양편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정책을 추종하지 않는 영향력 있는 국가들(브릭스를 필두로)이 같은 편에 있다면 국제무대에서 기동력, 그리고 동맹을 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러시아로서는 애당초 국제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으로 출범한 G20이 이제 공식적으로 정치논의의 장으로 확대된다면 금상첨화다. 오늘날 정치가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G20만큼 그 구성원 면면에서 균형잡힌 국제기구는 현재는 없으며 가까운 장래에 그 대안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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