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정면 충돌’할까?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세르게이 루쟈닌 교수는 중국의 지역 주도권 강화와 아태지역 내 중-미 경쟁이 1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중국은 이미 APEC 회의를 주최한 바 있다. 2001년 상하이에서 APEC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중국에도 APEC에도 다른 과제들이 놓여 있었다. 당시 중국은 큰 도약을 위한 '발동을 거는' 단계에 있었다. APEC 회의 개최지로 상하이를 택한 것은 서방의 투자와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좀 더 발전한 중국 남부 지방과 도시들을 '가속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미국이 지난 2003년 APEC 안에 심어놓은 '트로이의 목마'라고 할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같은 것도 당시에는 없었다.

작년 7월 말레이시아에서는 TPP 기반의 자유무역지대 창설과 관련하여 제18차 교섭회의가 열렸다. 이때 일본을 교섭에 합류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공식 초대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TPP가 APEC과 중국의 지역 이해관계라는 '두 척의 배'를 한꺼번에 격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APEC호를 침몰시키고 나면 중국을 지역 통합의 변두리로 밀어낼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 아태지역에서 러시아 경제의 위상이 (특히 통합경제의 경우) 중국의 그것과는 비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후자는 러시아에 유리하지 않다.

이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의 지역적 충돌 가능성이다. 현재 중국은 지역 통합 부분에서 미국에 뒤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월부터 아세안+1(중국)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6(중국,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에도 참여하고 있다. 달리 말해 중국 경제의 위력을 고려하면 APEC 안에서 모종의 '중국 축'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방식대로 가는 것이 이미 늦었다고 보고 다른 전술을 선택했다. 미국은 APEC 안에서 지지를 얻지 못한 협력 사항들을 TPP 안에 규정해 놓으려고 한다. 미국의 프로젝트는 개도국들에 대한 식료품 수출을 촉진시키기 위한 수출 보조금 확대 정책과 긴밀히 맞물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특히 미국에 유리하다고 본다.

발리에 남긴 '중국의 흔적'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정면 충돌하지는 않았다.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이 발리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그 이유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흔히 말하듯이 아직은 대충돌의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었는 지도 모른다. 발리 정상회의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비공식적 영향 아래 진행됐다. '안정적 아태지역이 글로벌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정상회의 결산 선언문과 기타 문서들은 APEC 기존의 지역통합 기준 내에서 각국 경제의 접근을 모색한다는 전통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발리에서 조인된 각종 문서와 성명에는 '중국의 흔적'이 역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의 설립 구상을 포함하여 역내 교통통신 인프라 발전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미국이 침묵을 지키고만 있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아태지역 내 교통물류 발전기금 출범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는 공항과 세관, 해양 터미널, 기타 시설들의 운영 효율성 제고에 관한 것이었다.

러시아, APEC과 관세동맹(CU)의 연계 기대

APEC 내 러시아 '지분'의 핵심은 전통적으로 러시아 에너지(탄화수소연료, 전력, 평화적인 원자력)와 교통 자원, 기타 이점들의 효과적인 이용에 있다. 아시아 주요 경제 자원을 이용한 시베리아와 극동 통합·발전 구상(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에서 소개됨)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발표한 보고서('아태지역 내에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새로운 원천들')에 폭넓게 기술돼 있다.

APEC에서 현재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입장의 특수성은 아태지역 내 통합 과정을 지금 형성 과정에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관세동맹(CU) 프로젝트들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에 있다. 하지만 러시아도 카자흐스탄도 벨라루스도 충분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는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와 그 협력국들이 유라시아와 태평양 통합 프로젝트들의 결합 가능성을 앞으로 지속적인 토대 위에 '확고히' 해놓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를 테면 APEC+EEU 방안이어도 좋고 다른 방안이어도 좋다.

그럴 경우 러시아의 역할이 '유라시아-아태지역' 연계에서 객관적으로 중요해진다. 베이징 APEC 정상회의는 중국과 미국, 다른 국가들에 그러한 문제 '이해방식'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이해'의 지역적 사례들은 이미 존재한다. 베트남과 다른 APEC 회원국들이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함께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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