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스트랄 러시아 인도 보류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프랑스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범용 강습상륙함 ‘미스트랄’의 인도를 취소하게 된다면 그것은 러시아에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프랑스로부터 위약금을 받게 된다면 러시아는 해군의 전투능력을 제고시켜줄 대형 강습상륙함을 직접 건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스트랄까지 손을 뻗쳤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공급하기로 한 첫 미스트랄급 군함 '블라디보스토크'의 인도를 보류할 수도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외신에 "(러시아로의 군함 인도)조건이 무엇이냐고요?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있어)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지요"라고 말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미스트랄급 군함 인도 계약을 파기하라고 오랫동안 프랑스를 열심히 설득한 미국은 이로써 러시아의 해군의 전투력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해군과 조선업체가 나름의 '최신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모양이다. 미국과 프랑스를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두가지 모두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세부 분야에 특화된 군함 두 척이 없다고 해서 러시아 해군의 전투력이나 방어력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미스트랄의 배수량(약 21,000톤)이 비교적 크다고는 하지만, 인도되었더라도 러시아 해군 공수부대의 전력을 역시 크게 배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유는 많다.

첫째, 미스트랄이 강습상륙함으로서 가진 능력은 첫인상과는 달리 다른 강습상륙함들에 비해 그다지 특출나지 않다. 미스트랄은 완전 무장군인 450명과 모두 합해 최대 1,000톤인 장갑차까지 갖춘 대대군(battalion group)을 해상 수송해 해변에 상륙시킬 수 있다.

참고로 예를 들자면, 현재 러시아 해군이 배치하고 있는 대형 강습상륙함인 프로젝트 775와 프로젝트 1171은 바다를 이동하며 인공 해변이나 천연 해변에 각각 탱크 10대와 군인 약 200명, 탱크 20대와 군인 최대 440명까지 상륙시킬 수 있다. 프로젝트 775와 프로젝트 1175의 최대 배수량은 각각 약 4,000톤과 4,700톤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군함을 19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스트랄급 군함이 없다는 게 그다지 큰 타격이 아니다.

둘째, 러시아의 대형 상륙함은 상륙군과 군장비를 항구나 지지대가 있는 곳, 지지대가 없는 수중에도 정박할 수 있지만, 프랑스 미스트랄급 군함은 인공 항구(기지)나 해변으로부터 안전하게 떨어진 거리에서만 가능하다. 게다가 미스트랄급 군함은 좁은 선미로만 수중 장비를 상륙할 수 있어 이때 군장비와 상륙함 자체가 적의 공격으로 침몰할 확률도 높다. 미스트랄은 선견함대가 있는 작전근거지에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상륙군을 상륙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선견함대는 누가 상륙한단 말인가?

미스트랄은 자국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세계양의 연안 지역을 점령하고 견제하는 원정군에 적합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외국 식민지도 없을 뿐더러 방어주의 군사 독트린을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미스트랄에만 있는 독보적인 기능은 대규모 비행단 탑재가 가능해 헬기를 16대 까지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 극동에 해양을 거점으로 하는 도서 지역 방어 시스템을 조직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허상의 기술

미스트랄 인도 계약으로 러시아 해군이 최신 전투 시스템을 입수하고 러시아 조선 기업과 군수기업이 신기술을 접해 기술력을 확장할 수 있으리라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사실과 다르다.

미스트랄급 군함 자체는 민간 조선기업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제작됐기 때문에 조선 기술과 엔지니어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없다. 이 정도 군함은 러시아 조선사들도 만들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고 설비 단계마다 엄격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두 미스트랄급 군함을 구축하는 프랑스 기업과의 공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러시아 조선기업연합 운영진들은 철저히 계획에 맞춰 작업해본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나토 가입국이기 때문에 일부 '민감한' 시스템을 러시아에 공급하지 않기로 했고, 다른 시스템인 'SENIT-9'와 'SIC-21'의 기술 이전은 미스트랄급 군함을 두 척 더 반드시 구매하는 조건과 연계해 이행하기로 했다. 즉 러시아가 프랑스에서 기술이전을 받으려면 10억 유로 정도 더 내야 한다. 그리고 군함에는 프랑스 무기가 설비되어 있는 게 아니어서 러시아에 인도된 후 러시아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돈이 아깝지 않은가?

러시아가 프랑스의 미스트랄급 군함을 구입하기로 한 것은 러시아와 프랑스 간 대규모 군사정치 및 경제 거래의 일환이었다.

프랑스 정치가들은 이 계약을 파기하면서까지 자국 조선업의 경제적 지위를 훼손하는 위험을 감수할뿐 아니라 최근 여러 국가가 주목하기 시작한 미스트랄의 '수출 역사'를 망치려 하고 있다. 이 일로 군사기술협력 분야에서 굳건한 협력국으로서의 프랑스의 평판도 땅에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측의 이번 계약 파기로 러시아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뻔한' 미스트랄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된 동시에 적지 않은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계약파기에 대한 벌금으로 '보너스'까지 꽤 두둑히 챙길 수 있다. 이 자금으로 항구에 상륙군 약 300명과 탱크 13대를 상륙시킬 수 있는 대형상륙함 프로젝트 11711 건조를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해군에는 이같은 대형상륙함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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