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단기적 영향 미미 … 1~2년간 경제 어려움 불가피

상트페데르부르크의 에리세엽스키 상점에서 지난 8일 한 여성 손님이 막막한 표정으로 치즈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미국 및 유럽으로부터 치즈를 비롯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수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장에서 상품이 줄어들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상트페데르부르크의 에리세엽스키 상점에서 지난 8일 한 여성 손님이 막막한 표정으로 치즈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미국 및 유럽으로부터 치즈를 비롯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수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장에서 상품이 줄어들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IMEMO 국제자본시장부 수석연구원 기고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속 국제자본시장부의 야코프 미르킨 수석연구원으로부터 러시아 경제 제재가 러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제재의 단기적 영향과 장기적 영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일 당장'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제재는 그 어떤 경우에도 유럽으로 나가는 석유와 가스의 현재 반출량 및 그 금액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는 러시아 재정 건전성을 받치고 있는 외화 수입이 모두 보존됐다는 의미다.

러시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5월 무역수지 흑자는 약 1000억 달러로 10% 증가했다. 즉 재계에 스스로 외화채무를 갚을 돈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심지어 러시아 금융 구조에서 잘못된 무언가를 수정할 것이다.

대형 사업체들은 외화 벌이에 지나치게 심취해 있었다. 러시아 금융 시스템은 인위적으로 너무 소규모로, 편협한 형태로 유지돼 왔다. 이제 금융을 본격적으로 해 볼 이유가 생겼다. 경제를 현금과 신용대출로 키우고, 이자율을 낮추고, 신중하게 루블을 정상화하고(루블은 현재 과대평가돼 있다), 금융 시장을 강화하고, 생산을 확대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전폭적으로 세제 혜택 패키지를 실시하는 게 더 낫다. 나아가 수입도 줄여야 한다.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이는 경제성장과 수입 대체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제재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충격은 오래전부터 필요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러시아 '상층부'에서 결정하는 자들이 제재를 국내 수요 및 공급 성장동력 최대화로 맞아들일 때만 가능하다."

맞다. 제재의 장기적 후유증은 심각하다. EU와 미국의 공식 정책은 러시아를 유럽 연료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기술 보이콧'도 있다. 또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해외 자금조달 채널 차단도 있다. 이는 맞서기 어려운 가혹한 도전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 부문들은 50~80%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좋은 해결책은 현대화를 실시하고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에너지를 풀어주고, 성장 인센티브를 효과적인 것으로 강화하고, 저축률을 높이고, 한국과 싱가포르, 홍콩이 그랬듯이 '금융 애프터버너(afterburner, 재연소장치)'로 나가는 것이다. 기업활동 자유를 확대하고 국내 리스크를 낮추는 조건에서 러시아의 경제 기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기술을 함께 가져올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든 길은 있을 것이다.

나쁜 해결책도 있다. 경제를 폐쇄하고 동원식 경제 모델로 전향하는 것이다. 이는 출구가 없어 국민의 커다란 손해로 이어지는 길이다. 또 하나의 잘못된 선택지는 현재 우리의 위치에 머물러 정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세제와 명령으로 압박을 가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뒤처지고 약해지는 최악의 방법이다.

제재 도입 프로세스는 시간적으로 늘어지고, 세계경제의 자잘한 부분들에 타격을 주고 있지 EU 안정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러시아로부터의 연료 수입에는 손실을 끼치지 않고 있다. 제재로 피해를 입는 서방의 회사들에는 대러시아 대출한도를 감소시키고 계약 상대를 바꾸는 등 적응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 세계는 국지적 혼란에 신경 쓰지 않고 위기 이후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3개월, 1~2년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서방 국가들과 일시적으로 화해할 수도 있다. 현재의 갈등에서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날 수도 있지만 최근의 사건들과 제재가 가져온 상처는 깊다. 러시아와 세계 경제의 예전 통합 수준을 복구하는 데 10~15년이 걸릴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경제 수준만큼 강해지고, 추격형 경제를 실시하고, 개방적인 시장 경제 체제를 유지한다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정직하게 활동하고 부패를 척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잘못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제재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정학의 일부다. 세계 질서는 언제나 누군가의 누군가에 대한 투쟁이다. 체스판이다. 1인자가 사라지고 2인자가 강해지며, 3인자가 4인자를 압박한다. 현재는 다극화 체제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들은 영향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종적인 힘의 분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국과 그를 위시한 G7이 모든 것의 중심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더욱 복잡한 세계 질서가 만들어질 것인가? 10년 정도 지나야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아이디어와 에너지, 창의성과 자유가 더 많고 삶의 질이 높은 쪽이 이길 것이다. 그러므로 러시아는 도전에 응할 수밖에 없다. 더욱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행동하며 우물쭈물하지 말아야 한다. 힘이 아니라 지식을 이용해서 말이다. 러시아만의 '경제 기적'을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유럽, 아시아 또는 다른 편한 선택지로 나가게 하는 '기피 대상'이 아니라 매력 국가가 돼야 한다. 만약 러시아가 세계 GDP의 2.8%가 아니라 6~8%를 생산하게 된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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