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스트림’의 미래 운명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의 당위성은 이제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됐다.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추가 경로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법적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해집단 간의 새로운 분쟁에서 무기 역할을 맡고 있다.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러시아 가스를 유럽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있다. 수출용 가스관 시스템은 필요 시 모든 수출 노선, 심지어는 가장 중요한 노선까지도 대체가 가능하도록 건설되어야 한다. 가스프롬이 매년 유럽으로 수출하는 러시아산 가스는 현재 기후조건과 유럽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대략적으로 평가할 때, 현재 대유럽 가스 수송에는 개별 가스관을 통해 핀란드와 발트 해 연안국들, 터키로 공급하는 가스를 계산하지 않는다면 연간 130~140bcm 규모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수송관이 필요하다. 현재 대유럽 가스 공급은 '노스 스트림(North Stream)' 노선과 벨라루스 경유 노선, 우크라이나 경유 노선을 통해 부분적으로 나뉘어 전송되고 있다. '노스 스트림'의 가스 수송량은 풀가동 시 연간 55bcm 규모이고,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시스템을 통해서는 각각 약 35~40bcm과 140~150bcm의 가스를 수송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우스 스트림' 노선이 완공되면 기존의 모든 노선, 그중에서 특히 우크라이나 경유 노선이 필요 없게 된다. 그렇다고 가스프롬이 자동적으로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 수송을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의 결정에 대유럽 가스 수출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유럽 가스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가스프롬이 가격 정책 완화 용의를 밝힌 상황에서 유럽 소비자들은 추가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014년 내내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시달렸다. '사우스 스트림'이 완성되면 앞으로 2년 안에 이러한 문제 자체가 사라질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유럽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돌아간다.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 프로젝트의 특성들은 심각한 문제들을 낳을 수도 있다. 특히 '사우스 스트림'이 가동된다고 해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늘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새 가스관의 연간 수송량은 63bcm에 달해야 하는데, 가까운 미래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요가 그만큼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가 실행될 때 유럽 시장은 과도기에 놓여 있었다. 이로 인해 '사우스 스트림'은 분쟁에 휘말리며 정치색을 짙게 띠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정치 문제들을 둘러싼 이중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한편으로 '사우스 스트림'은 '3차 에너지 패키지' 법안, 다시 말해 한 기업이 가스 채굴과 수송을 도맡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유럽 법규에 부합해야 한다는 문제가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EU 국가들에게 해당 법규 준수를 요구해 왔다. 엄밀히 말해,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와 불가리아 기업들이 이미 체결된 국제협정에 따라 가스관을 부설하는 것을 '3차 에너지 패키지' 법안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이 금지되게 할 수는 있다. 결국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유럽 국가는 EU 집행위원회의 심기를 거스르며 작업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작업을 중단하고 기다리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불가리아 지도부는 두 번째 안을 선택했다. 이는 사법 기관 제소 위협 속에 꽤나 떠들썩하게 이뤄졌다. 이로써 불가리아 당국은 자국이 EU와의 연대를 중시하고 있음을 EU 집행위원회에 보여줬지만, 프로젝트 자체는 그로 인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어쨌든 가스프롬과 EU 사이에는 타협이 필요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근본적인 정치적 갈등이 존재한다. 양측 가운데 누구도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용의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유럽 국가들은 유럽에서 영업 중인 기업들에 유럽 법률 준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예컨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반대의 사례들도 있다. OPEC은 가장 추한 형태의 카르텔인데, 유럽은 카르텔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OPEC 국가 기업들에 추가적인 허가를 요구하기는 커녕 아무 거리낌없이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가스프롬과 유럽 당국들 간의 두 번째 대립 양상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돼 있다. 가스 수급 다각화를 위한 분명한 자극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EU는 각자 내부로부터 긴장을 부추기는 요인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유감스럽게도 이와 관련하여 '사우스 스트림' 문제 해법 모색 과정도 확실히 지체됐다. 그럼에도 양측이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는 덕분에 십중팔구 타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협에 이르는 데는 이제 최소한 몇 개월의 시간과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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