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중요성 커지는 러시아군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군함 10척, 작년 북극항로 개척 2000마일 항해

북극의 지정학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이곳에서 대대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북극 자원과 북극 진출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일 "북극 개발에 전념하는 별도의 정부기구를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2년 말 "경제적 측면에서 수에즈 운하보다 북극항로가 러시아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살레하르트에서 열린 국제북극포럼 '북극-대화의 영토'에서 "러시아는 북극권 특별자연보호지역 연계망을 몇 배 확장하고 안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북극에서 러시아 가스의 80%, 니켈·코발트의 90% 이상이 생산되며, GDP의 12~15%와 수출의 25%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북극은 여러 국가의 이해가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100㎢가 넘는 광대한 해역의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결단력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2013년 8~9월 북 해함대의 측량선과 예인선이 환경 조사를 위해 제믈랴프란차이오시파 제도를 탐사했다. 북해함대 잠수함 특수부대도 동행해 탐사단의 안전을 맡았다. 2013년 10월 순양함 '표트르 벨리키'를 기함으로 한 10척의 군함이 원자력 쇄빙선의 안내를 받으며 얼음으로 덮인 바렌츠 해, 카라 해, 랍테프 해를 지나 2000마일을 항해했다. 아르카디 바힌 러시아 국방차관은 "이 작전은 북극항로와 북극 개발이라는 중대한 임무의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빅토르 치르코프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은 "탐사를 통해 수로학적 상황 변화에 관한 정보 수집, 수로지(水路誌) 수정, 기상 관측, 고위도에서 일반 선박의 항해 가능성 검토와 같은 과제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국가별 석유·가스 총매장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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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코텔니 섬에 있는 '템프' 공군기지를 복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을 도입한 개보수 작업도 이루어져 날씨에 상관없이 연중 수송기가 뜨고 내릴 수 있게 된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 기지의 역할과 관련해 "템프 기지는 교통 기반시설 발전의 중심고리로서 중요성을 가지며, 북극 탐사와 학술 연구의 기지가 되어 과학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선 로가체보 비행장의 활주로 보수작업이 마무리됐다. 이곳에는 요격기가 배치돼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 북쪽에서 들어오는 적의 공습으로부터 러시아를 지킬 것이다. 제믈랴프란츠이오시파 제도에 딸린 그레이엄 벨 섬에 있는 지구 최북단의 얼음 비행장도 수년 내 복구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북극에 해군을 상주시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려는 듯하다. 북해함대는 항공모함 '아드미랄 쿠즈네초프'를 보유하고 있다. 북극에서 공군력 우위를 점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함재기다. 10년 내로 북극에서 운용될 수 있는 군함이 새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군이 북극에 핵잠수함을 상주시키고, 해상 미사일 방어 장비를 배치할 경우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게 돼 러시아군에 대한 '참수공격'이 가능해질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핵잠전력 현대화가 절실하다. 2013년 1월에는 핵잠수함 '유리 돌고루키'가 새로 해군에 편성됐고, 2020년까지 북해함대와 태평양함대에서 쓰일 잠수함이 8척 건조될 예정이다. '2020년과 그 이후를 내다보는 러시아연방의 북극 기본국가정책'에는 해안과 국경 경비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일환으로 러시아 해군특수부대가 콜라 반도에서 일련의 작전을 실시했다. 특히 극지환경에서 군사 행동을 실시하는 것에 중점이 두어졌다. 수년 내로 극지방에 군사시설과 북극항로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두 여단이 배치될 수 있다.

북극에서 운행 중인 러시아의 쇄빙선 야말. (사진제공=Getty Images)
북극에서 운행 중인 러시아의 쇄빙선 야말. (사진제공=Getty Images)

러시아의 북극은 외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군·해군·잠수함대를 비롯해 다양한 학술 단체와 비정부기관이 북극 조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4년 10월 1일 NATO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는 스톨텐베르그 전 노르웨이 총리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덴마크, 아이슬란드가 북극에서 다자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020년까지 신속기동군, 쇄빙선단, 상륙부대, 민방위대, 사이버부대, 통신부대로 이루어진 합동 해군을 구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외국이 북극에서 진행하는 군사훈련 횟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캐나다·덴마크의 군사훈련 횟수는 냉전 시대보다 많을 정도다. 북극권 국가들은 역내 과제의 해결 방안을 고려해가며 빠른 속도로 자국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다. 북극 안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국제 규정이 없고, 북극 사업에서 특혜를 줄 나라를 편드는 역외 국가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위원회에 같은 편이 없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로 인한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고려할 때 미국·캐나다·노르웨이·덴마크를 필두로 북극위원회의 모든 회원국은 러시아가 북극에서 펼치려는 경제·군사적 구상에 제약을 가하려 들 것이다. 그러니 옵서버 국가나 자유로운 북극 진출에 관심이 있는 중국·한국·일본·브라질·아세안 국가 가운데 조력국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위원회 국가들도 러시아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가지고 있는 독점적 지위가 그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북극항로의 대안 항로를 만드는 것을 비롯한 이 국가들의 모든 독자적 활동이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러시아가 해야 할 당연한 선택은 북극에서 경제·전략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북극의 안보를 강화함과 동시에 북극 연안국은 아니어도 영향력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협력국들과 호혜적인 협력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때 '안보의 딜레마'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영토 갈등이 치열해지고, 북극에 대한 법적 지위를 재검토하려는 시도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이해적 차원에서 북극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러시아는 그런 행동을 가만히 앉아 지켜볼 수 없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는 일관성을 가지고 모든 갈등을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결의를 보여야 한다. 러시아가 '북극 전쟁'을 도발하는 일은 결코 없겠지만, 자국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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