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격 훈련 ‘드레스덴 독트린’에 대한 응답인가?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키리졸브에 이어 독수리 훈련까지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이 무력 시위를 벌였다. 북한이 지난 5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해 직접 금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 군부는 이전에도 스커드 형 전술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한 바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3자 정상회담을 가진 것과 동시에 이뤄졌다. 한미 당국도 북한의 행동을 도발로 간주하고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대응 조치는 바로 나왔다. 3월 27일 한미 양국군은 지난 20년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해병대 상륙연습에 돌입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흔히 있어온 상호 위협과 무력 시위의 교환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벌써 다음날인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방문 중에 연설을 했고, 연설은 곧 '드레스덴 통일 독트린'이라 불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분단된 한민족에게 단결과 동질성 회복을 호소했다. "과거 독일 국민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듯이 우리도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우리는 한 민족입니다!" 훌륭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위협과 비난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려는 가치 있는 시도이다.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상호 교류협력 메커니즘을 수립하자는 제안도 나왔고, 인도주의와 공동번영, 통합의 3대 핵심 분야에 걸쳐 미래의 민족통일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었다. 역내 이웃 국가들에게는 다자간 경제통상 협력 틀 안에서 북한과 그 인접 지역의 사회·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동북아개발은행을 창설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는 소련제 구식 스커드 미사실의 무의미한 발사와 대응 군사 훈련에 대한 매우 가치 있는 응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비무장지대 내 38선을 따라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번에 나온 모든 제안이 과거에 나온 제안들과 달리 선행조건들(당연히 그중 핵심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다)에 대한 이행 요구를 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낸 것은 한반도 안팎에서 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기대해온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물론이고 한국 내에서도 이 새로운 제안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군사·정치적 타성은 매우 크다. 국방과 안보 영역에서 영향력 있는 많은 집단에게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한 선택이다.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일어난 북한의 포탄 사격과 새로운 핵 실험 실시 위협은 그런 타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가장 최근 행동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대응조치였다고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첫 반응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이는 흔히 말하듯이 "표면상의 이유"였다. 드레스덴 독트린은 장기적 성격을 띤다. 그렇기 때문에 변덕스럽고 분쟁을 즐기는 북한 지도부조차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 안에서 스스로에게 유익한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도 있다.

물론 남북한 지도부의 사고에서 차이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 지도부는 '귀납적'으로 사고한다. 이들은 교류와 협력, 신뢰 수단을 통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입장을 좁히자고 제안한다. 반면 북한 지도부는 '모든 것을 즉시' 요구하는 데 익숙하다. 이는 '연역적'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매우 힘들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드레스덴 제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물론이고 6자회담 참가국인 미·중·일·러 외부 세력도 북한이 대화에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데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내친김에 말하자면 나는 러시아에 특별한 기대를 걸고 있다. 남북한과의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우호적인 관계야말로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한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