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과연 실효성 있나?

(일러스트=니야즈 카리모프)

(일러스트=니야즈 카리모프)

핵무기, 탄도미사일, 그랜드 피아노, 프랑스산 고급 포도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답은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금수품목이라는 사실이다.

평양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러시아 고위급 외교관은 북한이 오스트리아산 고급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하려 했으나,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그랜드 피아노가 대북 수출이 금지된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피아노 이야기는 조금 있다 하기로 하고, 먼저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월 채택한 대북 제재안을 승인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대북 제재안은 금융거래 봉쇄, 북한 계좌 동결, 그리고 핵개발 및 미사일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 추적 시 북한 국적 항공기와 선박 및 북한 외교관에 대한 수색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안이 나온 것과 거의 동시에 다른 소식이 그 뒤를 이었다.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라도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지난 2일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2013년 3월 채택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따른 것으로 이 실험의 초석은 지난 2006년 10월에 놓여졌다. 대북제재안은 북한의 핵무기와 그 운반체(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다수의 제한 및 금지 조치를 담은 일련의 결의안들(제1718호, 제1874호, 제2094호)로 이루어져 있다. 유엔 결의안을 비롯해 EU,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가 추가로 채택한 제재조치들은 모두 북한이 핵무기 비확산조약(NPT)과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체제로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요구를 모두 수용하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남북한이 참여하는 6자 회담 석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결의안의 내용은 엄중한 경고와 단호한 문구로 가득차 있으며, 북한 핵미사일 개발능력 증강을 막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재정적 조치들의 세부목록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잠재력은 해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제재결의안의 내용도 더욱 더 포괄적이며 강경한 톤으로 바뀌고 있으나, 효율성도 같이 높아지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유엔 안보리는 2013년 3월 7일자 제2094호 결의안에서 북한의 "모든" 핵 활동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는 IAEA가 그 헌장에서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과 이용에 협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과 모순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제재 결의안 본문에는 제한 혹은 금지된 행동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 계획과 연관이 있다고 간주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제재가 가해진다는 독특한 단서조항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단서조항 탓에 교활한 수완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북한을 제재하는 것은 많은 경우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대북 수출금지 품목에 '사치품'을 넣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사치품 수출 금지가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제재안 관련 논의와 준비에 참여하는 외교관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사치품'에 더 많은 돈을 쓸수록 핵미사일 개발 자금은 줄어들지 않겠냐고 농담 삼아 토로하기도 한다.

현재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프랑스산 고급 적포도주를 좋아해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에도 불구하고 흥청망청 그것을 즐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계획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이 바로 김정일 통치기다.

대북제재가 정말 합리적이고 제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려면 아직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북한이 오스트리아제 그랜드 피아노를 끝내 들여오지 못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 주민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공연환경에서 클래식 연주를 들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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