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주 '젠틀한'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 뒤의 건물은 민간 아파트다. (사진제공=Wikipedia.org)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 뒤의 건물은 민간 아파트다. (사진제공=Wikipedia.org)

한국과 러시아는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키려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은 미국과 끈끈한 동맹 아닌가. 이는 국제 문제에서 양국이 이견을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러 간엔 근본적인 갈등의 소지가 없다. 러시아는 한국에 어떤 특혜도 요구하지 않으며 한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른 나라와 경쟁할 생각도 없다. 또 다른 국가와의 관계 모델을 한·러 관계에 대입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기존의 대외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러시아가 단지 동북아의 다자협력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국과 협력하려는 게 아니다. 한국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혁신·산업 선진국이므로 러시아의 현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경제통상과 과학기술 부문 파트너다.

현재 한·중 관계의 성격을 고려해 보면 미래에 한·중·러 3국이 함께 협력할 가능성도 그려볼 수 있다. 3국 협력은 동북아 역내 안정과 안보, 협력 상황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러시아는 남북 문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의를 하려 하지 않는다. 남북은 이미 여러 차례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러시아는 남북대화를 위해 전적으로 협력할 의향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남북이 통일을 흡수통일로만 인식한다는 게 문제다. 한민족은 국가 차원에서 서로를 인정해야 장차 민족통일의 기회를 열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이에 전적으로 협조하고자 하며, 또한 주변 이해 당사국인 중국·미국·일본의 조력을 촉구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는 남북 간 소통 채널 구축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있으며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남북의 행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 관련 6자 회담과 역내에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동북아의 '견제와 균형'체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한 예로 최근 남북 관계가 긴장으로 치달으면서 북한 당국은 평양의 모든 대사관에 철수를 권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런 제안이 가능하지도 않은 것일 뿐 아니라 혼란과 공포를 완화할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덧붙여 러시아 외무부는 한·미 합동 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도 밝혔다.

대북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고립 탈피와 사회·경제 발전, 정상적인 국가 간의 대화 참여자로 변하는 것 등은 러시아와 다른 나라에 모두 이익이 된다.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붕괴할 것이라는 평가는 신빙성이 없다. 북한 체제는 견고하다는 사실을 수차례나 증명했다. 북한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자신감을 가진다면 제재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보다 문제를 논의하는 데서 훨씬 더 믿음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때에도 북한 주민의 이해인 생존과 안녕, 정권의 이해를 확실히 구분해야 하며, 후자는 전자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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