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러·미 결속 계기로 삼아야

(일러스트=니야즈 카리모프)

(일러스트=니야즈 카리모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사회적 관심이 다시 안보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폭탄 테러에 체첸계 이민자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은 미국의 전문가와 정치∙언론계가 '북캅카스 문제의 존재'를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 북캅카스 문제는 원래 러-미 양국관계, 국제테러리즘, 범중동 사태나 미국이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외교 사안의 곁다리에 불과했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보스턴 테러에 관한 미 언론의 즉각적인 보도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러한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론의 초점이 다시금 '체첸전'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체첸 공화국 내 공격적 군사행동은 2002년경 이미 종료되었고, 테러 발생 건수에서도 다게스탄과 잉구세티아가 체첸을 앞선 지 오래임에도 그렇다. 수치를 비교해 보자면, 2012년 정치분쟁으로 인한 사상자 수는 다게스탄이 695명(사망 405명), 체첸은 174명(사망 82명)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다시 '체첸 분리주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2004년 북오세티야 베슬란 초등학교 테러사건 이후 북캅카스 지하조직의 대규모 테러(2011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2010년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테러)가 모두 '민족 자결권'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이슬람 급진주의의 기치 아래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슬람 언론매체들은 노골적인 반미 보도들로 가득차 있다. 

캅카스 지역에서 나타나는 급진주의의 배경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보통 러시아의 억압 정책과 사회경제적 빈곤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보스턴 테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차르나예프 가족은 체첸을 떠난 지 오래되어 캅카스 무력투쟁 운동의 영향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메를란∙조하르 형제는 '러시아의 무력 진압'도 없고 복지가 열악하지도 않은 외국에서 거주한 지 이미 오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보스턴 폭탄 테러와 유사한 사건들(범인이 북캅카스 출신 이민자로 밝혀진)이 유럽에서도 일어났었다는 사실이다. 2010년 9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의 캐리커처를 게재한 현지 신문사에 대한 테러를 시도한 혐의로 체첸계 이민자 로르스 조카예프가 체포되었는데, 그는 사건이 있기 전 6년 동안 벨기에에 살았다. 2011년 5월 체코 경찰은 다게스탄 테러 조직 '자마아트 샤리아트'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2011년 3월 노르웨이(그때까지 북캅카스 이민자들에게 가장 관대한 나라 중 하나였던)는 북캅카스 이민자들의 대규모 본국송환을 단행했다.

유감스럽게도, 해외로 이민을 떠난 체첸인 디아스포라 안에서 이미 반 러시아가 아니라 반 서방 급진주의가 싹트고 있다는 사실은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오랫동안 무시돼 왔다. 자신의 뿌리와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이민세대는 동향 출신의 동년배들과 어울리며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결코 원하지 않을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는 북캅카스 저항운동이 빠르게 이슬람화되고 그들 사이에서 미국, 유럽, 이스라엘은 정통 이슬람 신자들을 탄압하는 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접하기 위해서 '캅카스 에미라트'나 '빌라야트 다게스탄'에 가입하거나 알 카에다 활동에 가담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과 SNS에만 접속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슬람 급진주의자가 되는 조건은 외모도, 독단적인 교리 숭배도 아니며 아프가니스탄과 다게스탄에서 지하드 전사 양성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새로이 정착한 나라에 대한 실망감으로 스스로 이데올로기를 찾아나서는 것에서 이는 시작된다. 따라서, '분쟁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상대적으로 풍족한 삶이 서구적 가치에 대한 충성심과 애착을 자동으로 보장해준다는 것은 좋게 봐도 순진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보스턴 테러 사건이 터지자 언론에서는 러시아와 미국의 안보문제 공조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논평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양국 정보기관 간 협력으로 제한되서는 안된다. 사회적 분위기의 근본적인 변화와 신뢰 강화 없이는 이러한 협력이 제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의 전문가·정치인들은 미 의회와 유력 대중매체, 대학들과 더 적극적으로 공조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캅카스 관련 논의에는 여전히 '체첸 분리주의'와 '체첸전'라는 꼬리표가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론이 정부와 국무부, 정보기관이 내리는 결정 만큼 영향력을 갖는 나라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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