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속마음 - 전쟁이 아니라 경제개혁?

(일러스트=단 포토츠키)

(일러스트=단 포토츠키)

 

남북 간 긴장 고조 이야기에 묻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언론에서 많이 논의됐을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이 북한 내부에서 있었다. 4월 초 북한 최고 지도부는 주요 인사를 단행했다. 어느 면에서 이번 인사는 새로울 게 없지만, 새로 임명된 사람 중 일부는 주목할 만하다 못해 놀랍기까지 하다.

 작년은 북한 내 권력이 군부에서 당 고위 간부로 이동하는 극적 변화가 일어난 한 해였다. 아직도 입으로는 김정일 시대의 소위 ‘선군정치’를 떠들어대지만, 김정일 사망 이후 군부는 유례없는 숙청을 거쳤다.

2011년 12월 김정일의 영구차 옆에서 걸었던 네 명의 장군 중 세 명이 흔적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머지 한 명은 군에서 물러나 민간인으로 다소 하찮은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많은 고위 장교도 군복을 벗었다.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은 민간 관료가 군부를 일부 접수한 사실이다. 최룡해가 좋은 예이다. 평생 당원이였던 최룡해는 조선인민군 차수까지 진급하여 군부 내 정치사업을 담당했다.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를 지낸 최룡해는 2012년 4월 당 출신으로는 직업군인들보다 더 높은 군 최고위직에 올랐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박봉주의 내각 총리 기용(또는 재기용)이었다. 2000년대 초 한때 박봉주는 개혁 성향 관료로 분류됐다.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채 빈사상태에 있던 북한 경제 재편 조치로 그때까지 나온 것 중에서 가장 급진적이었던 2002년 경제개혁을 총지휘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2005~2007년의 ‘개혁 경향’에 대한 반발이 일면서 박봉주는 곤경에 빠졌다. 2007년 박봉주는 총리직을 잃고 지방 화학공장 경영자로 내려갔다. 북한 기준에서는 되레 반길 만한 좌천이었다. 하지만 박봉주는 김정은의 지원으로 평양에 돌아와 마침내 4월 초 정확히 6년 전 물러났던 그 자리로 복귀했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현 상황만으로 북한이 더 완화된(혹은 ‘더 합리적인’이라고 해야 할까?) 경제정책을 펼치리라 판단하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김정은 정부가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길을 기꺼이 간다고 가정할 때, 대부분 강경파로 알려진 군 장성들의 제거는 모종의 급진적 변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박봉주의 총리직 복귀는 이와 동일한 방향에서 시사하는 바가 더 많은 듯하다.

북한의 경제개혁은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연출하고 있는 돌발 행위와 양립하지 않는다고들 말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개혁가들은 성공을 위해 적극적 반대파의 등장을 방지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이 때때로 국제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결국, 북한 주민에게 외부 ‘위협’의 상존을 상기시키는 것은 그들이 더 순응토록 하고 요구를 덜 하게 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달리 말해서 외국의 침략 위협을 크게 부각한다면 안정 확립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외국자본 유입이 북한 경제를 확실히 회복시키는 데 필수적이라고들 주장한다. 이 주장을 따르면 긴장 상황은 비즈니스에 좋지 않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자금은 경제성장에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금은 위험하기도 하다. 이런 자금 유입과 함께 남한이 번영하고 있다는 정보가 북한 내에 유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보가 알려지면 개혁은 시작 단계부터 흔들릴지 모른다.

우리는 시장경제로의 점진적 이행과 간헐적 무력시위가 어우러지는 “북한식 개혁”을 보게 되는 것일까?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이런 전망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터무니없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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