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여객기 러시아 추락 원인.. '조종실 내 판단 엇박자' 가능성 커

보잉737기 추락사고.

보잉737기 추락사고.

세르게이 피보바로프/리아 노보스티
로스토프나도누 공항 상공에서 추락한 ‘플라이두바이’ 보잉 737기에서는 사고 직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난 19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두바이 저가항공사 ‘플라이두바이’ 소속 보잉 737기는 기상악화로 선회비행을 위해 두 번째 고도를 상승시켜야 했다. 러시아 수사팀은 사고기 블랙박스 해독 작업을 통해 사고의 정황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블랙박스 자료에 따르면, 공항 활주로에서 6km 떨어진 고도 270미터 상공에서 조종사 중 한 명이 ‘토가’ 스위치를 눌렀다. ‘토가(Take Off/Go Around)’ 스위치는 시스템에 재선회를 위한 고도상승을 지시하는 장치다. 그 직후 조종사 중 한 명이 자동조종장치를 껐고 수동으로 조종을 전환했다. 조종사들은 이 상황에서 피치각(기수 상승각도) 데이터를 기내 시스템에 수동으로 입력해주어야 했다.

수사당국은 사고기 조종사들이 착륙하려다 고도를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지 코메르산트 보도에 따르면, 자동조종 상태로 하강하는 상황에서 사고기는 기묘한 기동을 하고 있었다. 조종간이 급강하 각도로 맞춰져 있었던 반면에 꼬리안정판은 기수를 올리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었다. 자동조종 상태에서는 재선회를 위해 고도를 올리는 경우 서서히 조종간을 움직인다. 하지만 사고 당시 기체는 수동조종으로 전환된 상태였고, 조종사 한 명이 급하게 조종간을 당기자 기수가 급격하게 치켜올라갔다. 기체 상승각이 임계상태에 이르자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조종사들 간에 말다툼이 시작됐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조종간을 맡은 조종사가 고도를 상승시키면서 엔진출력을 급격하게 올리자, 다른 조종사는 기수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때 그는 “멈춰! 어디로 가는 거야? 멈춰! 멈춰!”라고 외치는 동시에 자신의 조종간을 밀치면서 상승속도를 줄이려고 했다. 전문가들은 두 조종간에서 상반된 명령이 입력되자 기체는 제어불능 상태가 되어 땅으로 곤두박질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들은 기체가 45도로 기운 채 시속 325km로 하강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조종사들은 공포에 질러 함성을 지르면서 비행기가 지상에 내다꽂히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사고 원인으로 ‘플라이두바이’ 항공 조종사들의 실수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은 아직 두 명의 조종사 중 누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지 밝혀내는 중이다. 블랙박스에 녹음된 목소리의 억양과 톤을 분간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때문에 수사당국은 기장과 부조종사의 가족들을 소환하여 목소리 대조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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