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딘 作 오페라 ‘이고리 공’의 무대 스케치 엄선작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은 1833년 11월 1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오페라 대표작 '이고리 공'은 콘스탄틴 코로빈, 니콜라이 레리흐, 이반 빌리빈 같은 유명한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 결과 아름다운 무대 의상과 무대 배경 스케치들이 탄생했다.

알렉산드르 보로딘은 어린 시절부터 플루트와 첼로, 피아노를 독학으로 깨우쳤고 이 악기들을 위한 곡을 작곡하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농노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학교나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해 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보로딘은 의학 공부를 마친 뒤 훗날 유명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게 될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르그스키를 만난다. 무소르그스키는 보로딘을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고 이때부터 보로딘은 음악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보로딘은 러시아에서 클래식 교향곡과 4중주 장르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그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철저하게 곡을 썼다. 보로딘 교향곡 1번은 5년 만에, 교향곡 2번 '바가티르스카야는' 7년 만에 완성됐다. 그리고 오페라 작품 '이고리 공'을 작곡하는 데는 18년이 걸렸다.

인생이 늘 그렇듯, 모든 일이 한꺼번에 덮쳤다. 그의 창작열이 절정에 달했을 때, 병든 아내와 연구, 협회, 학생 지도 등 그의 신경은 과중한 압박을 받아야 했다. 보로딘은 당시 작곡 중이던 러시아 최초의 영웅 서사 오페라인 '이고리 공'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힘까지 짜내어 서둘러야 했다. 그는 '이고리 공'의 곡 뿐 아니라 리브레토와 가사까지 모두 직접 썼다. 1887년 보로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고리 공'은 그 절정부에서 미완성으로 남게 됐다.

그 후 보로딘의 친구이자 동료 작곡가이던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와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가 3년 간의 작업 끝에 '이고리 공'을 완성했다. 물론 '이고리 공'의 초안이 악보로 남아있었고 보로딘이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이를 연주한 적도 있었다. 한 번 들은 음악은 잘 잊지 않던 글라주노프가 기억을 되살려 부족한 장면들을 복원했고,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보로딘의 스타일을 살리며 그 음악을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했다.

이렇게 완성된 '이고리 공'이 1890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예술과 한 작곡가, 동료애(愛)의 승리였다.

1914년 런던에서는 니콜라이 레리흐의 스케치 디자인을 토대로 꾸민 무대에서 '이고리 공'이 완전한 모습으로 전막 초연됐다. 레리흐 외에도 콘스탄틴 코로빈과 이반 빌리빈 같은 유명한 화가들이 '이고리 공'의 의상과 무대 디자인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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