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에서의 단풍놀이

유리 스미튜크/ 타스
가을은 연해주에 있는 산들의 정상으로 등산하기에도 가장 좋은 계절이다.

사진 제공: 유리 스미튜크/ 타스사진 제공: 유리 스미튜크/ 타스

9월과 10월의 연해주는, 동해를 사이에 두고 900km 떨어진 일본인들의 표현을 빌리면 '아키바레', 즉 '청정한 가을'을 보여준다. 여름의 후덥지근함은 물러갔지만, 바닷물은 아직 따스해서 연해주 남부 지역의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보온병 역할을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한 해 가운데 이때를 유독 좋아한다. 숲이 아직 푸르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벌써 노랑과 빨강이 나무를 물들여가는 계절이다.

9월 말부터 시작해서 겨우 일주일 만에 연해주의 숲들은 빠른 속도로 울긋불긋한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초록을 간직하는 상록수는 잣나무와 전나무뿐이다. 알록달록한 단풍은 이 시기에 볼 수 있는 멋들어진 광경 중 하나이다. 한국이나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단풍놀이 철’이라고 부른다.

사진 제공: 비탈리 베르코프사진 제공: 비탈리 베르코프

연해주 타이가 삼림지대에는 단풍나뭇과에 속하는 나무가 11종이나 자란다. 그중 몇 종은 얼핏 봐서는 단풍나무로 보이지 않는다. 잎은 플라타너스나 산사나무를 닮았고 나무둥치의 껍질은 린덴나무를 닮았기 때문이다. 가을의 가장무도회가 시작되면 그 가운데 한 무리는 황금색으로, 다른 무리는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튼튼하고 키가 큰 사탕단풍나무(이 나무의 즙을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면 꿀 처럼 진득하고 달콤한 시럽을 얻을 수 있다)는 녹이 든 것처럼 적황색으로 변한다. 다른 나무들은 샛노란 색을 띤다. 신나무는 주황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보르도 와인처럼 붉은 밤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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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가 되면 모든 사람이 가을의 공기를 마시면서 단풍나무의 왕관에서 태양이 노닥거리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되도록 숲으로 나가려 한다. 수 천 명의 사람이 블라디보스토크 자연 속에 있는 식물원으로 몰려든다. 거기서 달리아나 국화꽃이 피어있는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보가타야 그리바 산마루까지 뻗어있는 생태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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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의 가을은 10월 중순이 지나면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다. 아직 잎을 다 떨구지 못한 나무에 눈이 쏟아져 내려 땅으로 꺾이기도 한다. 노랗고 붉은 단풍 나뭇잎 사이로 쌓인 눈은 뛰어난 장인의 손을 거치기라도 한 듯 환상적인 진풍경을 연출해낸다. 예측이 불가능한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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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잣송이를 주우러 숲으로 가는 일은 재미있는 취미생활일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소일거리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파르티잔스크까지 펼쳐진 우수리 타이가에 첫 번째 한풍이 불고나면 그곳의 잣나무 아래에서 잣송이를 줍는다. 우수리 타이가의 산마루와 북쪽 경사면에는 주로 잣나무와 전나무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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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연해주에 있는 산들의 정상으로 등산하기에도 가장 좋은 계절이다. 공기는 청아하고 피단 산에서는 바다가 보이고 오블라치나야 산에서는 시호테알린 산맥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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