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칼라시니코프’ 직접 제작에 나서

(사진제공=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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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부터 미국 기업 러시아무기회사(Russian Weapon Company, RWC)가 소련의 전설적인 자동소총 AK-47을 직접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RWC는 소총과 같은 명칭의 러시아 대기업 ‘칼라시니코프’가 제재를 받기 전까지 칼라시니코프 무기의 주요 배급업체였다. 러시아측은 이 같은 국면 전환에 당황하지 않고 이에 대항해 소비 시장을 다양화하고 민수용 무기의 질을 향상하여 무기 판매 수익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렇게 낙관할 근거가 있을까?

우선 미국, 그리고 물론 전 세계에서 누가 어떻게 칼라시니코프를 사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리 말해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군대나 그 외 사법당국의 무기 매입은 열외로 하고 소매 거래만 고려한다) 이때 나라들은 무기 소지와 보관이 아직 합법인 곳과 이미 그렇지 않은 곳, 이렇게 크게 두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에서는 자기방어와 사냥에 쓰이는 민수용 무기만 언급되며 후자에서는 아직 군사용 무기(혹은 외견상 그와 비슷한 무기)만 논의된다. 칼라시니코프로서는 어떤 시장이 더 중요할까? 답은 자명하다. 당연히 후자가 훨씬 탐나는 시장이다. 1인당 합법적 무기 비율이 제일 높고 가장 구매능력이 높은 수요가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는 어린아이도 안다.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다. 모든 무기 제조 업체에 있어 이스라엘보다도 중요한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시장은 시장에 진입한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후 온 힘을 다해 가능한 한 오래 버텨야 하는 곳이다. 칼라시니코프도 예외는 아니다. 끝없는 타이가가 펼쳐진 러시아의 사냥꾼 수조차 미국의 무기 수집가 수에 못 미친다. 그래서 제작한 민수용 무기의 최대 90%가 미국 시장에서 팔린다고 바실리 브롭코 칼라시니코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말했다.

칼라시니코프사는 미국에 사냥용 및 스포츠용 무기를 공급해 왔다. 그중에는 다양한 탄약을 넣을 수 있는, 유명한 '사이가'(칼라시니코프의 민수용 버전)와 사냥용 무기, 카빈총 '로시', '바르스', '소볼', '레코르드'가 있다. 칼라시니코프는 미국 경찰이 사용할 민수용 반자동 소총 '사이가-12'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수출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민수용 무기 AK-47(수출량의 50%를 살짝 넘거나 연간 10만 정 수출)이다. 무기 수집가들은 이 무기를 마트료시카나 빨간 별이 달린 우샨카(귀를 덮는 겨울 모자)처럼 일종의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상징으로 여긴다. 사람들은 이 자동소총을 보관용이나 드물게는 야외 '난사'용으로 구매한다. 그러므로 이 무기의 질은 잠재적 구매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칼라시니코프가 "이러한 현상(미국 기업의 AK-47제조)에 그와 질적으로 다른, 사실상 새로운 무기를 제작함으로써 대항하겠다"라고 발표한 것은 특히나 더 의아하다.

칼라시니코프사의 전 협력업체이기도 한 RWC의 제이 포츠 부사장의 말은 미국 소비자의 논리를 가장 잘 대변한다. "와인의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와인하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프랑스 와인이죠. 지금과 같은 상황인 겁니다. AK-47가 원래 러시아 제품이니 러시아산이라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는 미국의 RWC가 AK-47 진품 수입이 금지된 후 직접 이 모델 소총을 제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사실 처음은 아니라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딱히 없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서 러시아 자동소총을 복제하는 게 공공연해졌다. 적게 잡아도 약 20개 나라가 베끼고 있다. 있다. 미국에서는 대러 제재 전에도 11개 주의 16개 업체가 이미 소총 AK를 기준으로 무기를 제작했었다.

제재 때문에 원조 모델이 시장에서 퇴장하자 RWC는 옛 협력사인 칼라시니코프에 그저 얹혀서 경쟁사들과의 경기에서 추가 점수를 따려는 속셈이다. 그 점은 RWC가 '미국산'이란 글씨를 붙여 제작한 칼라시니코프의 광고 문구인 "러시아의 유산-미국의 혁신"만 봐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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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법적 권리가 있는 러시아측은 무얼 하고 있는가? 이들은 극도로 온건한 성명만 발표하며 이와 같은 사태가 '예상한 일'이라고 했다.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제재가 철회되면 미국 시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칼라시니코프사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은 손해를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등 '작은' 시장 여럿에 진출하고 더 적극적으로 군용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메울 예정이다. 회사는 올해 군용 무기 판매량이 (특히 러시아의 국가 조달로) 세 배 증가하리라 예상한다.

칼라시니코프사로서는 물론 외국 경쟁사에 밀리지 않으려면 질이나 새로운 무기 사양을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시장 내 러시아 민수용 무기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 합해봐야 아직 30%도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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