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모래밖에 없던 황무지, 우주산업의 새 중심지로 우뚝

‘바이코누르’는 우주기지와 위성도시로 이뤄져 있다. 우주기지 면적은 6717km²다. 우주기지에는 600여 개 변전소와 6000㎢ 송전선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기지 인프라로 두개의 1등급 비행장, 400㎞ 철도, 1000㎞ 자동차 도로가 갖춰져 있다. (사진제공=보스톡 포토)

‘바이코누르’는 우주기지와 위성도시로 이뤄져 있다. 우주기지 면적은 6717km²다. 우주기지에는 600여 개 변전소와 6000㎢ 송전선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기지 인프라로 두개의 1등급 비행장, 400㎞ 철도, 1000㎞ 자동차 도로가 갖춰져 있다. (사진제공=보스톡 포토)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바통 터치할 보스토치니 가보니

Russia포커스가 러시아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 보기 위해 6월 2일 6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신축 중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았다. 바이코누르는 세계 최초의 우주기지이자 여전히 세계 최대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우주기지다. 우주비행견(犬) 벨카와 스트렐카,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우주선이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소련 붕괴 이후 바이코누르는 러시아가 아닌 카자흐스탄에 속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임차국 자격으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이용하고 있다. 2004년 양국 대통령은 임대 기간을 2050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다 2007년 러시아가 독자적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야심찬 계획이 실현될 새 터전은 극동지역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다. 러시아 우주청 관계자부터 인생의 절반을 바이코누르에 바친 사람들까지 모두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바이코누르로 건너와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살기 시작한 사람들로, 자신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채 조금은 착잡한 심정으로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아시스 속의 사막=바이코누르 방문에 앞서 먼저 보스토치니에 갔다.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블라고베센스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는 길 내내 잠들지 못하고 창문 너머로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붉은 태양을 지켜 봤다. 그렇게 일곱 시간을 날았다.

이어 거친 도로를 네 시간씩 달려 우글레고르스크에 도착했다. 거무스름한 다람쥐와 잿빛 토끼가 끊임없이 도로를 가로질렀다. 험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제야강 강변에서 잠깐 쉬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난달 20일, 아무르 주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발사대 하부 화염배출구 모습. 저 멀리 중앙에 이동식 서비스타워가 보인다. (사진제공=이고리 아게옌코/리아 노보스티)
지난달 20일, 아무르 주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발사대 하부 화염배출구 모습. 저 멀리 중앙에 이동식 서비스타워가 보인다. (사진제공=이고리 아게옌코/리아 노보스티)

다음 날 바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건설현장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20여 분을 달리는데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도착한 공사현장은 그곳의 자연경관에 전혀 눌리지 않을 만큼 규모가 대단했다. 시찰단의 방문에 익숙해진 듯 인부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시설 근처에서 만난 머리가 하얗게 세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사람이 "무엇을 보러 오셨느냐"며 놀라워했다. "이곳엔 담장, 모래, 개들밖에 없는데...." 하지만 모래밭 위에는 벌써 발사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건설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치올코프스키시의 모습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곳에서 세워지는 건 새로운 우주산업의 역사다. 러시아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통해 우주공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우주기지는 우주과학 연구의 중심지가 되어 극동 지방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러시아 우주부문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공사 기한이 지연 되고 있으며, 건설 과정에서 과도한 경비와 건설비 횡령 논란이 문제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

◆사막 속의 오아시스=바이코누르 출발 당일까지 그곳에 간다는 기쁨이 무색해질 만큼 여러 기관에 수많은 서신과 질문서를 보내야 했다. 일정 하나하나를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설마다 방문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탓에 휴대전화의 열이 식을 줄 몰랐다.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남짓 날았다. 마지막 한 시간 동안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풍경엔 변화가 없었다. 우리는 초원 한가운데 착륙했다. '크라이니' 공항에서 타티야나라는 우주기지 안보청 직원이 우리 일행을 맞았다. 검문소 몇 곳을 지나갔다. 나는 계속되는 서류 검사에 참지 못하고 "타티야나, 1960년대에 철저한 검사가 필요했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요즘엔 산업스파이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타티야나는 "잘못 생각하셨어요. 여기선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거든요..."라고 대답하더니, 내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자세한 얘기는 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 시내로 진입했다. 입구 옆에는 생각에 잠긴 듯한 낙타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검문소를 지나기가 무섭게 마치 다른 기후대가 시작되기라도 한 것처럼 길 양쪽으로 푸른 나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소련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24시 카페가 없다는 점도 그렇고, 중앙 시장, 간판 등 무엇을 보아도 그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의 절반은 똑같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모두 우주기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최초였다=바이코누르 사람들은 누구나 역사를 이야기한다. 러시아 최초의 로켓이나 전설적인 개발자, 우주인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도 이곳에는 소련의 천재 설계자 세르게이 코롤로프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살아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초기 로켓 발사를 이루어 낸 장본인이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전 세계 우주 발사의 절반이 이루어진 곳이다. 지구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곳이며 보스토크, 보스호드, 소유스 같은 유인 우주선과 살류트, 미르 등 우주 정거장, 우주왕복선 에네르기야-부란, 행성 간 우주비행체, 학술 및 군사위성이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연간 발사 횟수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이코누르에서 보낸 사흘 내내 타티야나가 나와 동행했다. "나는 마흔세 살이에요. 하지만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내 모든 것이, 인생 전부가 이곳에 있어요. 아무도 우리를 그곳(보스토치니 우주기지 - 필자)에 데려가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요. 앞으로 우리가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2050년까지 러시아가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완전히 손을 떼진 못할 거라고 하긴 하지만...." 타티야나는 내 생각을 묻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르주로 건너가 다시금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바이코누르에 유난히 새카만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러시아 우주산업사의 별을 밝힌 특별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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