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딜레마… ISS 유지냐,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이냐

(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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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러시아 연방우주청(Роскосмос)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 실행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레크 오스타펜코 연방우주청장의 견해에 따르면, 새 우주정거장은 러시아 영토 관측 시야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달 탐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이는 2024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 참여를 연장해달라는 미국의 제안을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러시아가 2020년 이후 ISS를 포기하고 자금 방향을 다른 프로젝트들로 돌릴 계획이라고 이미 보도된 바 있다. 러시아가 ISS 활동을 유지할지, 아니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할지는 오는 5월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Russia포커스가 만나 의견을 들어본 전문가 대다수는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건설 구상이 첨예한 러-미 관계를 배경으로 한 '총성없는 힘겨루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ИМЭМО) 산하 국제안보센터 소장은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건설 가능성에 관한 얘기들이 미국이 대러 제재 물살을 타고 러시아와의 우주 분야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한 이후에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은 결코 효율적인 재정 지출이 아니다"고 확신했다.

러시아의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 가능성에 관한 논의는 이미 1990년대 초에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차세대 우주정거장 '미르-2' 프로젝트도 이때 나왔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는 ISS 프로젝트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현재 논의 중인 것은 모종의 신규 프로젝트 구상과 실행이 아니라 기존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확신했다. 잡지 '천문우주학 뉴스' 편집인인 이고리 아파나시예프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 프로젝트가 기존에 러시아가 우주공간에서 갖고 있던 지분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SS용 신형 모듈들은 러시아측 구획이 ISS로부터 분리되더라도 독립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이라고 부풀려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러시아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로켓우주공사 '에네르기야'가 국제우주정거장의 러시아 구획용 신형 모듈 2기 제작을 시작했는데, 당초 정해진 기한인 2010년을 맞추지 못했다. 지금쯤 제작이 모두 완료됐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따라서 이들을 어떻게든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을 자체 우주정거장의 기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분석기관 '대외정책'의 전문가 파벨 루진이 Russia포커스에 이같이 말했다.

현재 ISS 참가국들은 러시아의 제안에 따라 ISS의 향후 운명을 결정하고 사용 만료 기간을 확정하기 위한 작업 팀을 구성했다. 만약 러시아가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다면, 행여 ISS 프로젝트가 계속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는 자체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전력을 투구할 것이다. 그리고 ISS의 러시아 구획은 다른 나라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상업적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

파벨 루진은 현재 러시아 우주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ISS와 관련된 프로젝트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연방우주프로그램에 할당하고 있는 자금 중 절반은 ISS 프로젝트들 내 유인 우주비행에 지출되고 있다"며 "러시아 우주 연구 프로그램이 사실상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확신했다.

지난 2008년에 러시아가 2015년 이후에도 ISS 참여를 계속할 지를 둘러싼 문제가 제기됐을 때 러시아는 ISS 참여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루진은 그 이유를 "러시아가 현재도 그렇지만, 그때도 우주 프로그램을 개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찾았다. 한편 Russia포커스가 만나 의견을 물어본 전문가들은 모두 러시아의 ISS 프로그램 관련 의무약정이 종료되는 2020년까지 러-미 관계가 개선되어 양국의 우주 협력도 계속되리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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