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륙양용기 시장… 러시아 Be-200 경쟁 가능성은?

러시아 흑해연안 도시 겔렌지크에서 열린 국제 항공해양장비 전시회 ‘Hydroaviasalon-2014’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는 다목적 수륙양용기 Be-200ChS (사진제공=미하일 모크루신/리아 노보스티)

러시아 흑해연안 도시 겔렌지크에서 열린 국제 항공해양장비 전시회 ‘Hydroaviasalon-2014’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는 다목적 수륙양용기 Be-200ChS (사진제공=미하일 모크루신/리아 노보스티)

러시아에서 수륙양용비행기 ‘Be-200’의 생산이 확대됐다. 해외진출과 인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조만간 러시아는 수륙양용기 부문에서 심각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새로 나타난 경쟁자들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2015년 중국산 수륙양용기 JL-600 '수룡'이 세계 시장에 나온다. '수룡'은 엔진이 4개 달린 터보프롭 비행기로 2m 파고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수륙양용기가 될(현재는 일본의 '신마이와(Shin Maiwa)') 이 비행기는 러시아 Be-200에게는 어려운 맞수가 될 것이다. 현존하는 일본 수륙양용기와 장래에 나올 중국 수륙양용기는 러시아 수륙양용기의 수출잠재력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러시아 항공계의 '신데렐라'

러시아는 수륙양용기 제작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으나, 수륙양용기는 언제나 '신데렐라' 신세였다. 잔여 재정으로 지원을 받았고, 국가 발주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으며, 이 독특한 비행기의 수출 전망 또한 불투명했다. 주문도 없고, 양산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해외시장에 진지하게 진출할 일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다소 호전됐다. 러시아 수륙양용기의 대표주자인 중(重)형 수륙양용기 Be-200을 가장 먼저 주문한 곳은 러시아 비상사태부였다. 2013년에는 국방부도 6대를 주문했다. 미하일 포고샨 사장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통합항공기제작사(ОАК) 홍보실은 올해 말이면 Be-200 제1호기가 러시아군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Be-200 생산이 확대되자 '타간로크 항공산학연합' 또는 약칭 '베리예프 항공사'(구 '베리예프 설계국')와 러시아 당국은 이미 해외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대상 국가들은 Be-200를 주로 해상 구조수색작업과 산불진화용으로 구입을 고려 중이다.

유럽과 중남미를 위한 수륙양용기

일례로 2013년 파리 에어쇼에서 베리예프 항공사 전문가들은 스위스, 캐나다, 미국, 프랑스 및 칠레에서 온 여러 회사들과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이 상담에서는 Be-200의 진출 전망과 인증 문제가 논의됐다. 베리예프 항공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상담은 수륙양용기 Be-200의 수출 전망이 밝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2010년에는 업그레이드된 Be-200ChS-E가 유럽항공안전국(EASA)의 인증을 받았다. Be-200은 이미 기능 시험 차원에서 2011년 프랑스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되는 데 성공했고 프랑스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고리 가리바츠키 베리예프 항공사 총괄설계사는 프랑스 재난당국이 러시아로부터 Be-200을 대여할 계획이라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전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협상에도 불구하고 Be-200 수출지역 확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시아의 강자들

동남아 지역은 수륙양용기 운용을 위한 광대한 수역이 존재하며 경제수역 경비 및 구조수색작업에 수륙양용기가 사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이곳에서 러시아는 최근 아시아 강자들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으며 이는 Be-200의 이 지역으로의 수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륙양용기 Be-200은 제트엔진 수륙양용기 A-40 '알바트로스(Альбатрос)'를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화재진압용으로 개발됐다. 이 비행기의 구조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므로 화물·인명 수송, 경비순찰 등 기타 다양한 목적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일본은 올해 지금까지 법으로 정해져 있던 군사장비 및 이중용도제품 수출 금지를 해제했다. 수륙양용기 제조사 신마이와는 예전에 일본 국방성으로부터 자사 수륙양용기 'US2'의 수출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0년 인도 해군 경쟁입찰에 참가해 러시아 Be-200과 캐나다 CL-415를 제쳤다. 2014년 초 인도와 일본 간에 US2의 인도 공급에 관한 사전합의가 이뤄졌다.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도 이미 일본 수륙양용기에 관심을 보였다. 인도 경쟁입찰에서의 패배는 Be-200의 향후 수출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러시아는 해외진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만간 중국의 '수룡'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러시아 수륙양용기가 직면할 다분히 심각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Be-200은 중남미와 동남아 시장을 두고 싸워볼 기회가 있다. 세계 수륙양용기 수요는 여전히 높다. 항공기 분석기관인 '아비아포르트'의 자료에 따르면 수륙양용항공기의 예상 잠재력은 향후 10년 간 150대이다. 러시아 정부가 Be-200의 설계개발을 촉진하고 해외 진출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베리예프 항공사가 그동안 중단됐던 항공기 생산을 재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 상공에서 Be-200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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