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기념일 군사 퍼레이드 어떻게 준비되나

(사진제공=로이터)

(사진제공=로이터)

5월 9일 승전기념일 퍼레이드가 어떻게 준비되는 지 한번 들여다 보자.

매년 5월 9일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은 러시아군의 위용을 자랑하는 무기, 전차들로 매워지며 광장의 돌 포장도로는 의전용 군복을 빼입은 수많은 병사들로 가득찬다. 거기에 덧붙여 모스크비치들의 머리 위로 러시아 공군기들이 저고도로 비행하며 지니간다. 러시아가 매년 대조국전쟁, 즉 2차 대전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나치독일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치르는 군사 퍼레이드의 광경이다. 2차 대전은 중앙유럽표준시로 5월 8일 23시 43분 나치 독일이 항복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종결됐는데, 이때 모스크바는 이미 5월 9일 새벽 0시 43분을 지나고 있었다.

매년 보병부대가 행진곡에 맞춰 돌로 포장된 광장을 절도 있게 행진하고 뒤이어 온갖 종류의 장갑차들이 천천히 그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이 멋진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군사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군인들은 어떻게 저토록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걸까?'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뇌리를 스친다.

러시아군의 사기와 위용, 최신예 무기의 위력을 과시하는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승전기념 군사 퍼레이드 준비는 전해 가을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군사대학, 사관학교, 군부대에서 최우수 (학업과 제식훈련 성적에서) 생도와 병사들을 선발한다. 선발 시 외모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기수단(기를 운반하는 그룹)의 경우는 특별히 키가 크고 건장하며 외모마저 서로 비슷비슷한 젊은이들로 구성한다.

"단순함과 정확성"이 행진의 포인트

퍼레이드 참가자로 선발되면 올바른 행진법을 배우게 된다. 1분에 20보, 보폭은 90cm로 11,000명의 행진 대열이 붉은 광장을 통과하는 데 총 15분이 소요된다.

그 15분 동안 참가자들은 깃발, 악기, 무기를 손에 든 채 나란히 횡렬을 맞추면서 한치의 오차 없이 보조를 맞춰가면서 이동해야 한다. 절대 넘어져서도 안 된다.

하나의 대열을 지휘하는 병사는 맨 오른쪽에 선다. 그는 행진의 속도를 엄격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그가 제시하는 보폭, 열간격을 나머지 병사들이 기준으로 삼는다. 나머지 병사들은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옆으로 네 번째 사람의 가슴이 보이도록 걷는다.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각도로 팔꿈치를 들고 행진한다. 정확한 행진을 위한 비법이 또 하나 있다. 군화에 작은 방울을 달도록 해 붉은 광장의 돌 포장 도로에 군화가 부딪힐 때 더 큰 소리가 나도록 했다. 광장을 울리는 발소리를 들으면 열이 제대로 행진 중인지 알 수 있다.

하나의 대열은 20명으로 구성되며 처음에는 이 단위로 연습한다. 병사들이 보조를 맞출 수 있게 되면, 20명으로 구성된 대열 10개가 모여 '행진 대오'를 만든다. 승전기념 퍼레이드에서 시민들이 실제로 보게 되는 행진 대오 형식이다. 각군이 장교수를 제외한 각 100명으로 구성된 3개의 행진 대오를 승전기념일에 맞춰 훈련시켜 놓아야 한다.

예행연습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이른 봄부터 일주일에 며칠씩 자대를 떠나 붉은 광장을 완벽히 재연해 놓은 훈련장에 모여 훈련을 하게 된다. 이곳에 보병, 기갑부대, 항공대가 모두 모여 합동 연습, 즉 승전기념일 퍼레이드 프로그램 전체의 예행연습이 진행된다. 붉은 광장에서 거행된 100번째 군 퍼레이드 참가자였던 퇴역 해군대령 유리 차루시니코프가 RBTH에 밝힌 증언에 따르면, 훈련의 중압감이 얼마나 큰지 간혹 훈련 중 기절하는 병사가 나오기도 한다. "차려자세로 장기간 미동도 하지 않고 버틴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해결법은 단 하나다. 암모니아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행진 대오 안에서 중간에 암모니아수 앰플을 깨뜨린다. 그럼 고약한 냄새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병사들의 눈이 빠릿빠릿해진다"고 그는 말했다.

무기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이들이 겪는 문제는 좀 다르다. 전차 승무원들과 지대공미사일 운전병들은 다른 차량들과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줄을 맞추면서 이동해야 한다. 붉은 광장 상공을 쐐기형 대오로 비행하는 군용기 조종사들도 기체 간격을 정확하게 유지하면서 일정한 속도로 비행해야 한다. 공중 퍼레이드에 상이한 비행사양을 가진 군용기들이 참여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다양한 기종의 비행기들이 한결같이 동일한 속도와 고도를 유지하며 움직인다는 것이 고난이도의 비행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훈련장에서 행진 대오들의 동작이 기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연습한 후 실제 붉은 광장으로 이동해 최총 리허설을 하게 된다. 전승기념일 당일 며칠 전부터는 병사들과 육중한 무기들의 통행을 위해 모스크바 중심부 교통이 부분적으로 통제된다. 매년 이때가 되면 모스크비치들은 육중한 캐터필러에 아스팔트와 돌 포장도로가 손상되지 않도록 특수 고무덧신을 바퀴에 씌운 전차들과 곡사포가 이동하는 광경을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게 된다. 그뿐 아니라, 불과 300m 고도에서 우아한 Tu-160기, 거대한 An-124 '루슬란'기, 대형 An-22 '안테이'기뿐 아니라 '접시' 모양의 레이더를 상단에 장착한 정찰기 A-50가 비행하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수개월에 걸친 고된 훈련이 이제 끝나고 총 리허설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이 마무리됐다. 그러니 순국선열에 존경을 표시하며 러시아군의 위용을 과시하는 승전 퍼레이드가 올해도 무사히 잘 질행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승전 퍼레이드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

퍼레이드는 엄격히 군대의 의전을 따르며 그 첫 순서는 병사들의 열병식이다. 그 후에 러시아 국기와 승전기가 입장한다. 이때 배경 음악도 군대의 의전으로 정해져 있다.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의 '성전(聖戰, Священная война)'이란 곡이다.

러시아 국방장관이 퍼레이드에 참석한다. 퍼레이드 지휘관이 장관에게 군의 전투태세를 보고하면, 그 후에 각군 사령관들이 승용차 '질-115'을 타고 이동하면서 병사들을 환영한다.

퍼레이드는 모스크바 군음악학교 생도들의 타악기 행진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그 뒤를 2차 대전 당시의 군복을 입은 모스크바 군사아카데미 생도들이 뒤따른다. 이 '레트로 부대'의 뒤를 이어 각군을 대표하는 부대들의 행렬이 이어지다가 수보로프 유소년 군사학교(모스크바) 생도들이 등장하면서 퍼레이드는 막을 내리게 된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