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학의 미래...어린이 ‘로봇박사들’을 소개합니다

(사진제공=예카테리나 투리셰바)

(사진제공=예카테리나 투리셰바)

어른들이 미래가 어떨 것이며 언제쯤 그것이 도래할지를 논의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상상을 실제로 만들고 있다. 시베리아 전역의 재능 있는 로봇공학 꿈나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르쿠츠크 로봇 페스티벌 ‘로보십(РобоСиб)’이 이를 증명한다.

49개 지방의 1,500여 팀, 53개 특수지원센터에서 창의공학에 매진하고 있는 8,000명 이 넘는 아동과 청소년이 오늘날 러시아 로봇공학의 현주소다. 여기에 매년 열리는 여러 공학 페스티벌과 로봇공학 발전 프로그램과 젊은 층에서 로봇공학의 인기를 높이는 데 꾸준히 투입되는 수백만 루블의 투자까지 더해져 화룡점정을 이룬다.

서두르느라 다 먹지도 못하고 금속 부품들과 뒤섞여버린 샌드위치 조각들, 반짝이는 알루미늄 포일로 싼 판지상자로 만든 '실제로 살아있는 로봇', 이틀 동안 쉬지 않고 윙윙대는 플라스틱 바퀴... 11월 28~29일 열린 제1회 이르쿠츠크 로봇공학 페스티벌 '로보십(РобоСиб)'의 풍경이다. 직접 만든 로봇을 선보이고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시베리아 전역에서 6세 이상 30세 이하의 참가자 300여 명이 이곳에 모였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이르쿠츠크 '시벡스포첸트르(СибЭкспоЦентр)' 전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시선이나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누군가가 만든 공학적 아이디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식물 급수 시스템, 코코아 타는 기계, 로봇탱크, 로봇굴삭기, 로봇뱀 등 종류도 각양 각색이다. 이들 중에는 꺼진 상태로 한쪽 구석에 가만히 쉬고 있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로봇도 있었다.

노란 블록들을 모았다가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일은 언뜻 보기엔 어렵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거의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에 가깝다. 로봇이 빠르고 실수 없이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일은 날랜 손놀림과 정밀한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바퀴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집게는 물건을 집으려고 하질 않고, 컴퓨터는 먹통이 되고, 주어진 시간은 끝나버린다. 참가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예민한 나이라 실패하면 화를 내며 조종장치를 바닥에 던져버리기도 한다. 연장자들의 경우에는 양 손으로 머리를 쥐고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눈을 감기도 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로봇들이 상자에 물건을 나누어 담고, 스피드를 겨루고, 장애물을 피하고, 깃발을 들어올리고, 턱걸이 운동을 하는 등 다양한 경기가 벌어진다. '우리는 신세대 엔지니어!'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은 테이블에 바싹 붙어서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연결선을 점검한다. 가장 나이 어린 참가자들은 조립완구세트 레고로 생애 첫 로봇을 만든다. 유치원 때부터 트랜지스터와 레지스터를 구별할 줄 알고 이런 장치가 어디에 필요한지까지 알고 있는 아이들을 이렇게 많이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이 페스티벌이 유일할 것이다.

그런데 로봇은 인간에게 왜 필요한 걸까? 이 문제에 대해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오늘날 로봇을 사용하기에 가장 전도유망한 분야는 군사부문 그리고 방사성 폐기물 수집처럼 인간이 직접 하기에는 위험한 작업들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뿐이 아니다. 로봇공학 시스템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줄 뿐 아니라 재난에서도 구조해줄 수 있다. 브라츠크에서 온 학생 팀은 바로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팀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토네이도가 불어오면 '땅에 뿌리를 내려' 사람들을 지켜주는 주택 모형을 선보였다. 그런 집을 지으려면 얼마가 드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대답하기 곤란해 했지만 곧 재료비와 인건비가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했다.

"비싸다는 건 물론 단점이에요. 그렇지만 사람의 생명은 더 중요하죠. 값으로 매길 수 없으니까요"라고 팀원 중 한 학생이 모형주택 지붕의 램프를 끄며 스스로 말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 학생은 이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에 쓸 돈은 언젠가는 어쨌든 마련될 것이라는 아이다운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많은 참가자들 스스로가 로봇공학이란 그저 아이들의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몇 시간을 들여 로봇을 조립하고 프로젝트 심사에서 잘 보이려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준비는 됐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진지한 계획들을 내놓기는 아직 그리 쉽지 않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앞으로 인간의 삶에서 로봇은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같은 좀더 추상적인 문제들의 논의에 더 적극적이다.

"지금은 경기에 참가하려고 로봇을 만들었지만, 로봇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아주 많아요." 이르쿠츠크국립대학 부설고등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말을 잘라가며 앞다투어 말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인간을 결합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전부는 아닐 것 같아요... 아직은요"라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될 거에요." 이르쿠츠크 항공직업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궤도전차 BMP와 비슷한 자신들의 모형을 작동시키면서 그들의 말을 받는다.

아이들이 러시아 공학의 미래를 주제로 꿈을 펼치는 동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서 그 미래를 본다. 페스티벌 주최측은 미래는 무엇이며 언제 도래할 것인가라는 옛날옛적의 의문은 이미 버렸으며, 기다리던 미래는 이미 왔고 지금 로봇공학분야에서의 첫걸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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