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러시아 우주산업 개혁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러시아 우주산업의 근간이었던 로켓 발사체의 사고 건수가 12건을 넘어섰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사고들이 하나의 문제가 아닌,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하나를 해결한다고 해서 우주산업이 정상화될 리는 없다. 심각하게 노후한 설비로 우주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우주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로켓우주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는 산업이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수 없는 처지다. 사회 전체의 걱정과 우려에 찬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는 로켓 발사 사고와 실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드미트리 로고진 부총리는 지난 8월 초에 밝혔다.

로고진 부총리는 우주산업과 항공산업이 협력, 공조하여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햬결하는 정부안을 제안했다. 두 산업을 기계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한 기술정책' 차원에서 통합하자는 말이다.

두 산업의 통합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종 분야의 통합과는 달리 업종간 통합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비슷한 선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소련 해체와 함께 일반기계공업부(Министерство общего машиностроения) 산하 기관이었던 우주총국(Главкосмос)이 분리되고. 독립기관인 러시아항공우주청(Росавиакосмос)이 탄생했지만, 우주·항공산업에 이렇다 할 도약을 이룩하진 못했다.

시민단체인 '인구이민지역발전연구소'의 유리 크루프노프 감시위원장은 "이러한 통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인력문제 외에는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로고진 부총리가 주도한 통합안에 대해 그는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20년째 내리막길을 걸어온 두 산업에 최근의 조직 개편은 견디기 힘든 것이 될 것이다. 반대로 우리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에 바치는 '백조의 노래'가 될 공산이 크다." 그는 각각의 산업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조건 하에서만 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보잉, 록히드 마틴, EADS같은 우주항공장비 생산분야의 공룡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치올콥스키 러시아우주아카데미(РАКЦ)의 유리 카라시 준회원은 두 산업의 통합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든 러시아 우주산업이 안고 있는 최대 문제, 즉 '명확한 목표의식이 부재'라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부는 올바른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의 관리구조를 다시 바꾸려 하고 있다. 이런 통합으로 어떻게 야심찬 목표를 수립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근본적으로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로고진의 제안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우주클럽의 이반 모이세예프 회장은 우주와 항공이 서로 상이한 특징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두 산업은 경제적 기반도 상이하다. 항공제품은 군수용, 민수용 등 대량소비에 맞춰진다. 반면에 우주장비는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국가 차원에서 발주가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법, 국내법 상으로도 상이한 법적 기반을 갖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 상황에서 러시아 우주산업에 필요한 것은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명확한 '위기대응'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래야만 얼마전 로고진 부총리 자신이 표현처럼 "우주산업의 과학기술적 자산이 급격하게 소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