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새 우주기지가 필요한 이유는?

지난 7월 2일 발생한 프로톤-M 로켓의 추락 사고, 그리고 러시아가 50년간 단독임대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가 위치한 카자흐스탄과의 갈등 문제 등과 관련하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또다시 화제에 올랐다. 러시아는 극동의 중국과의 국경 인접 지역에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건설 중이다.

건설에 100억 달러 이상의 경비가 소요되는 이 초대형 우주기지는 처음부터 맨 땅에 건설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르주 프리아무리예(Приамурье) 지역에는 한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타나'와 '토폴' 사단이 배치되어 있었다. 1996년 사단이 해체되면서 미사일 갱도를 폭파시켰지만 이곳의 기간시설과 군사 전문가들은 평화적 목적으로 재활용되었다. 군사용에서 우주용으로 개조된 '스타르트(Старт)' 로켓이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돼 몇 개의 위성을 발사하기도 했다. 미니 우주기지 '스보보드니(Свободный)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2007년 드디어 이곳에 우주기지 '보스토치니'를 건설한다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대통령령으로 발표됐다.

러시아 정부는 독자적인 우주기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북방의 플레세츠크 시험발사장이나 우랄· 포볼지예(카푸스틴 야르 군시험발사장)의 변환 로켓 발사만으로는 이제 충분하지가 않다. 이곳의 추진 하중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유인 발사와 육중한 프로톤 로켓 발사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때문에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 연간 1억 1,500만 달러에 달하는 임대료 외에, 여타의 사고나 오염이 발생하면 발사장 인근 지역 토지 소유주들에게 막대한 벌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바이코누르 시의 사회보장 재정지원도 러시아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기지를 둘러싼 비용 문제도 결코 만만치 않은 논점이 되고 있다.

기존 인프라를 개축하는 것이 신규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비용보다 두 배나 저렴하다. 게다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사람이 살지 않는 러시아 북방 지대와 북극 해역을 로켓 발사 궤도와 분리 로켓 낙하 지점으로 고려하고 있어 리스크도 더 적다.

우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건설 프로젝트는 사회∙인구 문제 해결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우주기지 건설을 위해 상당수의 고급 전문인력이 동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현재 건설 인력은 약 3천 명으로 향후 1만 5천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우주기지에서 근무하게 될 직원의 수는 약 2만 5천명으로 예상된다. 인근에는 주민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가 건설 중이다(1단계로는 3만 5천 명 거주시설이 건설된다)!

앞으로 2년 후에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신형 로켓 '소유즈-2'가 발사되고, 또 그로부터 3년 후면 유인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МКС, ISS)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모듈식 로켓 '안가라' 발사대도 건설 중이다(행성 간 로켓 발사는 2015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한편, 추력 75톤, 심지어 100톤 이상의 로켓 운반체 개발 입찰을 따내기 위해 러시아 설계국들 간에 경쟁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올 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건설현장을 시찰한 푸틴 대통령은 여러가지 지표들을 종합해볼 때 새로 지어지는 기지가 기존의 기지들보다 훨씬 더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2년 전 당시 총리 시절 푸틴 대통령은 공기 지연에 대해 러시아우주청(Роскосмос)을 비판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주산업의 경쟁국들이 러시아를 바짝 뒤쫓고 있는데다가 새로운 로켓들도 약속된 기한 안에 발사해야 한다. 기한을 못 지키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투석기가 돼 버리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