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아르한겔스카야, Russia포커스

<시베리아 탄저병 심층 분석>


시베리아에 탄저병 귀환... 그러나 혼자 오지 않는다
최근 시베리아 탄저병은 러시아에 국한돼 통제될 수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탄저병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새로운 감염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매머드 매장지에서 재앙이 시작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본다.
러시아 북단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는 시베리아 탄저병의 발생을 막는 힘겨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올 여름 2천 마리가 넘는 순록이 탄저균에 감염돼 죽었다. 툰드라 지대에 사는 네네츠족 주민 90명은 병원에 격리됐는데 그 중 53명이 어린이들이다. 한 병원에서는 열두 살 소년이 탄저병으로 사망했다.

'소비자 권리 보호 및 복지 감독 연방청의 안나 포보바 청장에 따르면 아이들은 네네츠 민족의 식습관 때문에 감염됐다. 야말 반도에 사는 일부 가족들은 지금도 순록의 피를 마시고 육회를 먹는다. 아이들은 전통에 따라 순록의 힘줄을 이빨로 잡아당긴다.포보바 청장은 "동물의 힘줄로 실을 만드는 일에 아이들이 거드는데 그런 상황에서 감염을 피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탄저균 확산을 막기 위해 툰드라 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유물들(이동식 살림집인 천막, 순록 썰매, 옷, 일상용품)은 소각됐다. 지역의 주민들과 동물들을 대대적으로 예방접종하고 있으며 무인항공기가 공중에서 정찰하며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 탄저병 역사=옛 소련을 포함해 러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탄저병은 1979년 봄 예카테린부르크(스베르들롭스크)에서 발생했다. 당시 6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탄저병 발병 사례가 40건 등록되었는데, 이는 2004~2008년 5년 간 등록 건수보다 43%가 높다. 감염 사례는 북캅카스,남연방관구과 시베리아연방관구에서 나타났다.
'2007년의 실수'
소련 시절에는 순록 예방접종이 필수적인 의무였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에서는 그렇지 않다.
탄저균 포자는 극심한 온도차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땅속에서 100년 이상을 살 수 있다.
야말 반도에서 발생한 탄저병 사태의 우선적 원인은 고온 현상이다. 한 달 동안 이 지역의 날씨는 섭씨 영상 35도 안팎이었다. 그 결과 시베리아 탄저균의 포자가 서식하던 영구 동토지대의 표면이 녹아 내렸다. 탄저균 포자는 극심한 온도차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땅속에서 100년 이상을 살 수 있다.

갑자기 상승한 온도로 저항력이 약해진 동물의 몸으로 탄저균 포자가 지의류와 함께 침투했다. 순록은 지의류인 이끼를 먹는다. 포자는 물에도 침투했다. 현재 학자들이 이러한 추론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가축화 된 순록 개체 수가 너무 많은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야말 반도의 순록 사육 두수는 70만 마리인데 러시아 전체 순록 사육 두수의 44%이다. 그런데 야말 반도의 방목지는 10만~15만 마리 정도만 사육할 수 있는 크기이다. 좁은 땅에 순록의 밀집도가 높다보니 지표의 식물 층이 파괴되고 영구 동토가 황폐해지면서 토양 속에 잠복해 있던 질병들이 퍼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야말 반도의 순록 사육 두수는 70만 마리인데 러시아 전체 순록 사육 두수의 44%이다. 그런데 야말 반도의 방목지는 10만~15만 마리 정도만 사육할 수 있는 크기이다.
"순록은 발굽으로 땅을 너무 자주 차는데 이런 과정에서 토지의 표층이 파괴된다. 이렇게 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영구 동토층이 드러나면서 황량해진 방목지에서 순록이 감염된 흙을 식물과 함께 먹게 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보그다노프
동식물 생태학연구소 소장
그 밖의 다른 이유도 있다. 소련 시절에는 순록 예방접종이 필수적인 의무였다. 그래서 1967년 야말반도는 시베리아 탄저균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선포됐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에서는 그렇지 않다. 2007년부터는 북부 지역에선 순록이 가장 많은 야말을 포함 야쿠티아 지역에선 순록 예방 접종이 중단됐다.
"내 생각엔 2007년에 아주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유그라, 코미, 네네츠 같은 인근 지역에서는 예방 접종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런데 우리 는 세계에서 순록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지역임에도 무엇 때문인지 순록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드미트리 코빌킨
야말로-네네츠자치구 지사
죽음의 방목지
근심거리 된 감염 동물 매장지
"오래 된 매장지(탄저병이 극심했던 1967년까지 폐사된 동물 매장지)를 가 보면 동물 사체들의 일부는 육식 동물에 뜯어 먹혔고 일부는 그대로 방치돼 이듬해 자라난 식물로 뒤덮였다. 이런 사체 매장지를 예전에는 소련 농업부가 관리했다. 소련이 해체되고 나서 일부 마을은 사라졌고, 명칭이 변경된 지역도 있는데 그래서 혼란이 시작되었다."
니콜라이 멜니크 박사
수의학자
낡은 자동차 타이어, 특수 혼합물과 석유제품을 써서 오랫동안 탈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해야 포자를 박멸할 수 있다.
유사한 매장지 또는 '죽음의 방목지'는 다른 북방 지역에도 있다. 지역 수의국 자료를 보면, 야쿠티아에는 탄저병 관련 매장지가 285개 있다. 그런데 정확한 위치가 파악된 곳은 그 중 77개뿐이다. 나머지 208개 매장지는 교통수단으로 닿을 수 없는 장소에 있다. (과거 추울 때는 순록이 죽으면 그냥 영구 동토에 묻었다. 동토가 질병의 확산을 막아줬다. 그런 곳은 길도 없다. 그러나 올해 처럼 더울 때는 사체를 태워 버린다.) 다행히 야쿠티아 공화국에서 동물들의 탄저균 예방 접종은 의무이다.

올 여름에 죽은 동물들의 사체 처리는 현재 러시아연방군 화생방 부대가 맡아서 하고 있다. 폐사한 순록들은 소각한다. 낡은 자동차 타이어, 특수 혼합물과 석유제품을 써서 오랫동안 탈 수 있게 한다. 소각이 끝나면 살균제로 토양을 뒤처리한다. 이렇게 해야 포자를 박멸할 수 있다.

"이곳은 길도 없고, 교통망도 없다. 죽은 짐승의 몸통에서 아무 것도 흘러나오지 않고 신체 부위도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며 사체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순록이 죽은 바로 그 자리에서 소각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알렉산드르 소콜로프
동식물 생태학연구소 산하 북극지방상설연구소 부소장
☞ 순록고기=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순록 고기는 매년 2.5톤이 넘는다. 이 지역에선 2017년 순록 고기 생산량을 4천 톤까지 늘리기로 계획 했었는데 현재 순록 고기와 녹용, 가죽은 잠정적으로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상황이 안정적일 때 순록 고기는 보통 10월 말에서 11월에 생산된다.
매머드 매장지로부터의
감염
지구온난화가 가져 올 다음 '서프라이즈'는?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감염이 매머드 매장지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학자들은 천연두와 같이 18, 19세기에 '이미 사라진' 질병이 재등장할 수도 있고,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감염이 매머드 매장지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알렉산드로 소콜로프 부소장은 "눈 덮인 툰드라 지대 위로 얼음 비가 쏟아져서 지표면을 딱딱한 등껍질처럼 만들었던 2년 전 봄, 당시 집단 폐사한 순록의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컸다. 표면이 딱딱해져 순록이 먹이를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연구중인 지역에서 처음으로 여우와 뿔까마귀가 집단으로 등장했고, 북극 여우와 오소리의 개체 수도 늘었다. 이 짐승들은 순록의 사체 같은 좋은 먹이를 먹고 번식한다. 그렇게 순록 사체를 다 먹어치운 다음, 레밍 같은 새 종류로 먹이를 옮긴다. 자고새, 도요새, 거위, 오리의 둥지들을 먹어 치운다."고 Russia포커스에 설명했다.

북극의 생태계는 변화하고 있다. 감염 지대에서 겨우 몇 십 km 떨어진 곳에 있는 동식물생태학연구소 산하 북극지방 상설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짐승은 탄저병을 전염시키는 잠재적 매개체이다. 그런데 소콜로프 부소장은 "이들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소콜로프 부소장은 "레밍이나 여우가 감염된 고기를 먹는다면 이삼일 후면 죽는다. 그 시간 안에 이 동물들이 전염병의 진원지를 벗어날 가능성은 적다"면서 "갈매기의 경우를 보면 새들은 탄저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저병 확산 위험이 있는 곳은 진원지로부터 최대 수 십 km 안쪽"이라고 말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당국은 야말 지역 전체에 물새 사냥 금지령을 내렸다. 또 야말 반도가 자랑하는 야생버섯과 열매 채취도 중단할 것을 주민에 권고하고 있다.

러시아 학자들, 탄저병 예방 백신 새로 개발
모스크바 주(州)에 있는 '러시아 바이오산업 기술연구소(ФГБНУ ВНИТИБП)'의 연구원들이 순록과 뿔 달린 대형 가축을 위한 획기적으로 새로운 탄저병 예방 백신을 개발했다. 현재 이 백신은 등록 절차를 진행중이며 2017년 시판된다.

학자들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는 이와 유사한 약제가 없다. 왜냐하면, 러시아 개발자들이 약제에 두 가지 질병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혼합했기 때문이다. 이 약제는 탄저병과 괴저, 즉 발굽의 화농성 병변과 그에 따른 위축증을 예방한다.

러시아자연과학아카데미 준회원이자 이 백신을 개발한 니콜라이 멜니크 수의학 박사는 "혼합형 백신은 예전부터 필요했다. 순록을 사육하는 사람들이 1년에 몇 차례나 가축들을 접종하기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1년에 한 번 가을에 탄저병 예방 접종을 하고, 괴저 예방 접종은 6개월에 한 번씩 한다. 그런데 이 백신은 1년에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비용도 더 싸다. 면역이 형성되는 시간은 대략 21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 약제는 임상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1년 6개월 동안 1500마리가 넘는 야쿠티아 순록을 대상으로 접종 시험을 거쳤다. 접종할 때는 압력이 낮은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백신이 순록의 피부로 빠르게 흡수된다. 이 방법은 바늘 재사용으로 다른 동물들을 감염시키는 위험성도 없앤다. 또 영하 30도에도 얼지 않아 러시아 북극권의 혹한에도 사용할 수 있다.


글 - 스베틀라나 아르한겔스카야.
편집 - 존 바롤리, 빅토리아 자뱔로바.
디자인·레이아웃 - 빅토리아 자뱔로바, 다리아 도니나.
사진 출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행정부, Alamy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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