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이명현 “러시아 음악엔 울렁임이 있어요”

성악가 이명현

성악가 이명현

에브게니야 아꿀로바
주목해야 할 클래식계 유망주 이명현 인터뷰

10월 6일 국립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건립 15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성악가 이명현(29. 테너)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 중 렌스키의 아리아를 불렀다. 그는 서울대학교 음대 성악과를 실기 수석으로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독일 함부르크 국립 음대에 최고 연주자 과정으로 재학 중이다. 금호 아트홀이 올해 ‘라이징 스타 시리즈’에서 선정한 5인으로 주목 받는 차세대 유망주이다.

러시아 인으로 오해할 만큼 유창한 러시아어 발음으로 아리아를 들려준 그는 놀랍게도 러시아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대학교에서 러시아어 딕션(대사를 정확히 말하고 전달하는 능력) 수업에서 발음을 연습하며 러시아 곡을 배웠을 뿐이다. 러시아 방문도 작년 청중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차이코프스키 성악 콩쿠르에 참가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성악가 이명현\n사진 제공: 에브게니야 아꿀로바 <p>성악가 이명현</p>\n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건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원 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연주한&nbsp;국제 콩쿨 수상자 이지윤\n사진 제공: 에브게니야 아꿀로바 <p>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건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원 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연주한&nbsp;국제 콩쿨 수상자 이지윤</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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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악센트에 따라 달라지는 러시아어 발음이 어려워 많은 공부가 필요했는데 그보다 더 힘들었던 점은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시련과 아픔’ 같은 정서가 담겨 있는데 그런 것들은 독일,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구구절절하고 심오해서 감정 전달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와서 배운 것은 마음으로 노래해야 한다는 거에요. 이 때까지 너무 소리에만 집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잠시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

출처: Youtube

그는 이어 “한국에선 러시아 오페라 공연이 러시아 발레나 클래식 공연에 비해 적은데, 이유는 러시아에서 공부한 성악가가 아직 많이 없기 때문”이라며 “러시아 오페라는 새로이 개척해야 하는, 도전이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오페라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러시아에서 유학해 훌륭한 호흡법을 배워 왔어요. 독일에서는 그렇게 호흡 못하거든요”라고 웃었다.

러시아에서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성악가는 “ 처음 러시아를 오면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잘 웃지 않는 러시아 인의 특성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어요”라며 “독일에서는 길가다 눈 마주쳐도 웃거든요. 그런데 여긴 딱딱해요. 길을 걷다 보면 예쁜 아가씨들은 많은데, 참 웃어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 했어요”라고 웃었다.

이명현은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바이칼 호수도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그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물이 그렇게 깨끗하다면서요! 마셔보고 싶어요.”

오페라 ‘사랑의 묘약’ 주인공처럼 바보같이 순수한 역할이 잘 맞는다는 이명현의 말을 그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말투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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