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가 10인이 남긴 마지막 말들

레프 톨스토이

레프 톨스토이

모르죠프/ 리아노보스티
레프 톨스토이는 천재들이 남긴 마지막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죽어가는 사람의 말은 특히 의미심장하다!”고 일기장에 썼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다. 오스카 와일드는알록달록한 싸구려 벽지로 도배된 방에서 임종하며 “치명적일 정도로 화려하구만. 우리 중 하나가 여기를 떠날 수밖에 없겠어”라고 했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임종을 맞이하며 “신은 나를 용서할 거다. 용서하는것이 신의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Russia포커스가 러시아 작가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1. “나비 몇 마리가 벌써 날아 올랐네”

1975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사진제공: Getty Images1975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사진제공: Getty Images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곤충학에 관심이 많았고 나비를 수집했다. 작가의 아들 드미트리가 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전날 밤 임종을 지켰는데, 갑자기 아버지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봤다. 드미트리는 “왜 그러세요라고 묻자 아버지가 '근데 나비 몇 마리가 벌써 날기 시작하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2. “Ich sterbe!(이히 슈테어베! - 이제 죽네) 샴페인을 마신 지 너무 오래됐어!”

1948년. 안톤 체호프. 출처: 타스1948년. 안톤 체호프. 출처: 타스

작가이자 현직 의사였던 안톤 체호프는 폐결핵 때문에 휴양차 떠났던 독일 바덴바일러에서 숨을 거둔다. 체호프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의사는 독일의 오랜 관습에 따라 죽어가는 작가에게 샴페인을 대접한다. 체호프가 독일 주치의에게 한 말이 작가가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되었다.

3. “어리석은 돼지가 제 새끼 잡아먹듯 러시아가 나를 집어삼켰다.”

알렉산드르 블록. 출처: Wikipedia.org알렉산드르 블록. 출처: Wikipedia.org

상징주의 시인 알렉산드르 블록은 1921년 봄 심각한 질환에 걸린다. 몇 년에 걸친 내전으로 잘 먹지 못한 것, 신경계통이 지쳐서 예민해 진 것, 자신의 혁명 서사시 《열둘》이 러시아 인텔리겐챠(지식층)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들이 병의 원인이 됐다. 작가 막심 고리키와 인민위원 아나톨리 루나차르스키, 그리고 시인의 친구들이 나서서 블록의 해외 치료 청원을 내며 동분서주했지만, 볼셰비키당 정치국은 처음엔 출국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들이 열심히 뛴 덕분에 겨우 허락이 떨어지고 해외 치료를 위한 여권이 발급된 바로 그 날 시인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4. “사람은 제때에 죽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지. 아아, 마야콥스키의 표현은 얼마나 적확했는지! 나는 죽을 때를 놓쳤어. 모름지기 사람은 제때 죽어야 하는데.”

미하일 조셴코. 출처: Wikipedia.org미하일 조셴코. 출처: Wikipedia.org

1920~30년대에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이야기의 달인, 소련 작가 미하일 조셴코는 당국의 비난과 박해를 받았고, 그래서 책을 출판 못했기 때문에 늘 궁핍했으며, 동료 문인들과도 멀어지는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다. 작가협회에서 제명당한 조셴코는 시골집으로 옮겨가 생의 마지막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21세기가 된 지금 조센코는 소련의 세태를 형이상학적으로 이해한 작가로 인식되어 러시아의 카프카로 불리고 있다.

5. “멍청한 저승사자 너냐?”

미하일 살티코프-셰드린. 출처: Wikipedia.org미하일 살티코프-셰드린. 출처: Wikipedia.org

미하일 살티코프-셰드린은 가차 없는 유머와 풍자로 유명한 작가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멍텅구리 저승사자가 왔다고?”라고 농을 던지며 생과 이별하는 순간을 맞았다.

6.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 나는 단 한 번도 남편으로서 당신을 배신한 적이 없다오, 머릿속에서조차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출처: 타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출처: 타스

이 말은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아내 안나에게 죽음을 앞두고 한 말이다. 가정을 꾸리고 사는 동안 작가와 그의 아내가 떨어져 지낸 기간은 며칠에 불과했다. 안나는 아내이면서 동시에 곁에서 보필하는 조력자이기도 했다. 안나는 원고를 다시 정서하고, 출판사나 인쇄소 업무를 도맡았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룰렛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왔다.

7. “어떻게도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

포도르 튜체프. 출처: Wikipedia.org 포도르 튜체프. 출처: Wikipedia.org

이 표현의 주인은 시인 표도르 튜체프이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 시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초중고 모든 학교의 러시아 문학 선집에서도 그의 시를 찾아볼 수 있다. 튜체프의 많은 어록과 4행시들은 오늘날 경구로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머리로 러시아를 이해할 수 없다네.

평범한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다네.

러시아에겐 자기만의 특별함이 있어,

러시아는 믿어볼 도리밖에 없다네...

8. “나는 이 바보에게 총을 쏘지 않겠소!”

미하일 레르몬토프. 출처: Wikipedia.org미하일 레르몬토프. 출처: Wikipedia.org

시인이자 소설가인 미하일 레르몬토프와 니콜라이 마르티노프가 벌인 결투에서 입회인의 설명이 끝났음에도 아무도 총을 쏘지 않았다. 입회인이 “총을 쏘시오, 아니면 결투를 철회하겠소!”라고 외치자, 레르몬토프는 “나는 이 바보에게 총을 쏘지 않겠소!”라고 침착하게 응수했다. 시인의 말에 자극받은 마르티노프는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선 총탄에 쓰러진 레르몬토프에게 달려가 “미샤, 나를 용서해줘!”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때는 레르몬토프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그리고 그게 마지막 말이 됐다.

9. “진리를 사랑한다”

레프 톨스토이. 출처: Wikipedia.org레프 톨스토이. 출처: Wikipedia.org

여든 셋이 된 레프 톨스토이 백작은 자신의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에서의 질서정연하고 풍요로운 삶과 작별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딸과 주치의가 동행하는 가운데 그는 익명으로 삼등석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도중에 감기에 걸리고 병은 폐렴으로 악화된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톨스토이는 “진리를 사랑한다”고 중얼거린다.

10. “내게 사다리를!”

니콜라이 고골. 출처: 타스니콜라이 고골. 출처: 타스

사다리 형상은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중요한 은유 중 하나이다. 고골은 어린 시절 사람들의 영혼이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할머니에게서 들었다. 사다리 형상은 여러 모양으로 변주되어 고골의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고골의 임종을 목격한 사람들은 “사다리를, 빨리 사다리를”하고 외치며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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