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여왕 안나 네트렙코 “나는 나 자신의 + 13kg을 오롯이 사랑한다”

얼마 전 오페라 <마농 레스코>에서 타이틀 롤을 멋지게 소화한 뒤 남편 유시프 에이바조프(테너)와 무대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안나 네트렙코는 볼쇼이 극장에 황홀하게 데뷔했다. 안나 네트렙코가 주역인 <마농 레스코>는 현재 뉴욕에서 공연중이다. 그곳으로 떠나기에 앞서 안나는 기자와 만나 좋아하는 배역, 가족, 그리고 손수 만든 커틀릿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안나 네트렙코
출처 : AFP / East News

로시스카야 가제타(이하 'RG'): 볼쇼이 극장에 데뷔하기 위해 25년에 걸쳐 국제사회에서 명성을 쌓아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

안나 네트렙코(이하 '안나'): ”어떤 간계나 음모가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일을 적절치 않게 조직하고 시간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라고 본다. 오래 전, 12년쯤 전에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소련 및 러시아 발레 마스터, 안무가, 극연출가, 1940년 생, 편집자 주) 선생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내게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볼쇼이 극장에서 비올레타 역을 맡아 노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바실리예프 선생께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RG: 왜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를 선택했나? 이 오페라는 걸작이긴 하지만 소프라노에겐 극도로 힘든 작품이지 않나?

안나: ”볼쇼이 극장의 우린 총감독과 함께 어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지 의논하다가 아직 볼쇼이 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작품들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마농 레스코>를 하자는 생각이 탄생하였다.”

RG: 직접 출연하는 <마농 레스코>를 볼쇼이 극장에서 볼 기회가 또 오겠나?

안나: ”당연히 일 년이나 일 년 반 후에 모스크바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볼쇼이 극장에서 다시 노래하기 위해서다. 그때는 좀 더 수월해지지 싶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을 여러 차례 공연하고 싶지는 않다.”

RG: 왜 그런가?

바딤 제르노프/ 리아노보스티바딤 제르노프/ 리아노보스티

안나: 이 오페라는 아주 힘든 작품이다. 피를 철철 흘릴 정도로 쏟아내야 하는 작품이다. 내 신체 의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목소리부터 시작해서 감정적 균형까지 다 앗아간다. 그래서 절대 자주 해서는 안 되는 공연이다. 11월 뉴욕의 Met에서 다섯 작품을 공연하고 나면 그곳에서 다른 스케줄은 없다. 물론, 볼쇼이 극장에 이미 무대가 설정돼 있으니 우리는 돌아와서 반드시 노래를 부를 것이다. 사실 볼쇼이 극장의 음향 효과가 아주 힘들다. 적응하기가 무척 어렵다. 소리가 전혀 날아가지 않는다. 무대에 나가면 어디를 향해 노래해야 할지 모르는 기분이 든다. 처음으로 역사적인 무대에 나갔을 때 우리는 정말 충격을 받았다. 물론 무대 자체는 마음에 든다.”

RG: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극장 총감독이 질투할까 겁나지 않나? 당신은 어쨌든 마린스키 극장의 오페라 솔리스트가 아닌가......

안나: ”게르기예프 총감독과 나는 아주 좋은 친구 사이다. 게다가 그는 볼쇼이 극장이 '대극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페라 가수들이 볼쇼이 극장 무대에 서기를 원하고 극장이 그들을 공연에 초청하면 가수들은 볼쇼이에서 노래를 부른다. 마린스키 극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나는 마린스키에서 궐석으로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가끔 공연하러 간다. 시즌에 한 번이나 두 시즌에 한 번 정도로..”

RG: 마린스키 극장의 2017년 여름 레퍼토리 중에서 가장 기대가 큰 초연은 오페라 <아드리엔 르쿠브뢰르>이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가?

안나: ”맞다! 우리의 친구이자 예술 후원자이면서 LA에 사는 로버트 덴젤이 무대를 후원할 것이다. 그는 진실주의(베리즈모,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한 형식; 인물·무대가 진실주의를 특징으로 함)를 좋아해서 내가 <아드리엔>을 부를 날을 최소한 10년은 꿈꿔왔다. 그래서 결국 내가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진제공: Getty Images사진제공: Getty ImagesRG: 출연이 이미 확정된 작품을 때때로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컨대 샤를 구노의 <파우스트> 나 빈센초 벨리니의 <노르마> 같은 작품 말이다.

안나: ”나는 보통 공연이 있기 몇 년 전에 미리 계약에 서명한다. 그 순간에는 내가 아직 불러 보지 않았던 이런저런 역할의 곡들을 2~3년 후에는 기꺼이 연습해서 기쁜 마음으로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럴 시간이 다가오면 어떤 역할은 내가 어떻게도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온 마음으로 원하긴 했지만 <마르가리타>도, <노르마>도 내게 맞지 않았다. 심지어 끝까지 한번도 들어보지도 않았다. 마음에 안 들었다.”

RG: 그런 결정들은 이미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인가?

안나: ”나는 레퍼토리를 고르고 계약을 할 때 신중해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나 자신의 본능에만 의지한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은, 특히 내가 맡아야 할 새로운 역할들이 흥미롭다. 그래서 나는 해낼 것으로 생각한다.”

RG: 예를 들면 어떤 역을 말하는가?

안나: ”지금 아이다 연습이 시작되었다. 내게 맞는지 아닌지 맛만 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2017년 여름에 열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 타이틀 롤로 데뷔한다. 아이다는 아주 해석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나는 벌써 수준 높고 흥미로운 음반들을 많이 들었다. 나의 롤모델이 될 레나타 테발디가 멋지게 불렀던 아이다의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 (Ritorna vincitor)'를 찾아냈다.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아리아도 물론 좋은 곡이다. 살아있는 곡이고 아마 멕시코에서 불렀을 것이다. 그때는 아직 마리아 칼라스가 살이 쪘을 때다. 사람들이 뭐라 말하든 살을 빼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칼라스는 살이 빠지면서 목소리를 잃어가게 되었다.”

RG: 다이어트는 안 하나?

안나: ”나 말인가? 안 한다! 절대 안 한다! 바덴바덴에서 맨발로 춤을 추었던 주디타 역을 한 이후로 나는 나 자신의 +13kg을 오롯이 사랑한다. 지금까지 7년 동안 나는 이 몸매를 유지하고 있고 이 상태가 좋다. 아무에게도 이 살을 덜어주지 않을 거다. 이 살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이것들은 내 목소리를 받쳐주는 나의 체력이고 나의 힘이다. 나는 가벼운 레퍼토리가 아니라 드라마틱한 역할들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동영상 프란츠 레하르 “주디타” (Giuditta) 안나 네트렙코 출연. 오페라 스타 안나 네트렙코의 흔하지 않은 '불량스런' 공연 – 주디타의 아리아를 부를 때. '베를린의 세 별' 콘서트에서. 출처: Youtube

RG: 맡는 배역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경가극, 거의 희극적인 말괄량이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아주 드라마틱한 역할로 탈바꿈하고 나서 성격이 변했는가?

안나: ”그렇지 않다. 성격이 더 침착해졌고 장난 치고 흉내 내는 아이 기질이 사라졌다. 내 나이가 벌써 마흔다섯이다. (그런 역할을) 얼마나 더 할 수 있겠는가? 어떤 것을 꾸며내고 나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들을 표현해내는 일은 이제 질렸다. 어른스럽고 진지한 역할이 훨씬 더 내게 편안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RG: 당신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오페라가 흥행작이 되니 '절대적 디바(La Diva Assoluta)'라는 명성이 따라붙는다. 러시아 레퍼토리에 관심이 가는 작품이 있는가?

안나: ”나는 <예브게니 오네긴>의 타티야나 역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그 역할과 함께 고생을 많이 했다. 내 성정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타티야나와 정 반대다. <스페이드의 여왕>에 끌리기도 한다. 리자라는 인물이 마음에 든다. 비록 내 목소리가 리자 역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확신은 없지만 말이다. 나는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이 아니라는 사실과 내게 그다지 이롭지도 않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고 마음이 가는 역할에 관심을 둔다. 리자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도 많이 연습해야 한다. 그렇지만 서서히 다 잘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나는 배우다. 나 자신의 개성을 없애면서 다른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다.”

RG: 집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

안나=”집에서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조용하고 순한 사람이다. 훌륭한 사람과 결혼한 후 최근에는 특히 그렇다. 드디어 진정한 남자가 가족이 되었다. 나는 우리 집에 주인이, 버팀목이 있다고 느낀다. 나는 정말 편안해졌다. 유시프가 내 남편이긴 하지만, 그것을 떠나 그는 정말 뛰어난 테너다.”

RG: 한 집에 가수 두 명이 살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나?

안나: ”없다. 우리가 동시에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각자에게는 자기 시간이 있다. 내가 먼저 연습하고 유시프가 나중에 하기도 하고 반대 순서로 하기도 한다. 우리는 민감하게 서로를 느끼고 있으며 누구에게 연습하거나 쉴 시간을 언제 주어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RG: 45세를 맞은 9월 18일은 어떻게 보냈나?

안나: "45세는 '여자가 다시 피어나는 시기(러시아 속담)'라고 하지 않나. 45주년은 기념일이라고 할 나이도 아니다. 60세나 75세는 돼야 기념일이다. 우리는 그냥 집에서 조촐하게 보냈다. 나는 '안나 네트렙코와 친구들' 같은 종류의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싫어한다. 내가 직접 맛있는 커틀릿을 만들고 로즈메리와 감자를 같이 굽고, 단맛이 나는 미국식 샐러드를 만들었다. 유명한 아제르바이잔 레스토랑에서 돌마, 꼬치구이, 쿠타비를 주문했는데 비싸지도 않고 아주 맛있었다.”

RG: 지금의 집은 어디인가? 상트페테르부르크, 빈, 아니면 뉴욕?

안나: ”맨 먼저 꼽을 수 있는 집이 빈일 것이다. 나는 그곳의 거주자이다. 세금도 그곳에 낸다. 뉴욕이 두 번째 집이다. 한 1~2년 후에 티샤(티야고 아루아, 네트렙코의 아들)를 오스트리아에 있는 학교로 보낼 것이다. 우리가 좋은 학교를 찾는다면 티샤는 빈에 살면서 공부하게 될 거다. 그때가 되면 온 가족이 모두 독일어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할 것이다.”

인터뷰 요약본이 게시됨, 인터뷰 전문을 보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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