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뮤지컬로 환생했나

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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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들은 과연 러시아의 고전 로맨스를 서구적인 엔터테인먼트로 바꾸는 데 성공했는가?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구절로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1875~1877년 초판 발행)는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외우고 있는 글귀이기도 하다.

이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는 30회 이상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연극과 발레로 공연되기도 했지만, 최근에 와서야 이 방대한 분량의 러시아 고전 작품이 음악과 시로 각색되었다. 동명의 뮤지컬이 모스크바 오페레타 극장에서 2016년 10월의 초연을 필두로 상연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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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의 뮤지컬 상연

‘안나 카레니나’는 이 극장에서 만든 세 번째 러시아 뮤지컬이다. 이 극장의 프로듀서 알렉세이 볼로닌은 몇 년 동안 서양의 라이선스 뮤지컬 상연을 담당해 왔다. 2000년 초에는 그의 도움으로 ‘Metro’, ‘Notre Dame de Paris’와 ‘Romeo & Juliette’이 러시아로 들어오기도 했다. 볼로닌은 “당시 우리에겐 아직 뮤지컬 문화라는 것이 없었다. 단어 자체가 러시아 관객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런 장르에 이미 익숙하다. 그래서 우리들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페레타 극장에서 직접 제작하여 처음으로 상연한 작품은 ‘몬테크리스토’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장편 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한 이 작품은 2008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트레일러. 출처: Youtube

그 뒤를 이은 작품은 2012년의 ‘오를로브 백작’으로, 에카테리나 2I세의 총애를 잃은 신하에 대한 이야기였다. 두 작품의 대본은 러시아의 유명한 음유시인이자 구소련의 반체제 인사이며 한국계 러시아인인 율리 김이 집필했으며, 음악은 작곡가 로만 이그나티예브가 맡았다.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시킨 팀도 바로 이 팀이다.

새 뮤지컬의 주인공은 기차다. 첫 장면에서 기차는 눈부신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피날레에서는 안나 카레니나가 그 기차 아래로 사라진다. 무대의 천장 바로 아래에 고정된 거대한 바퀴가 비운을 암시하듯 계속해서 회전한다. 이 모든 장면이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심포니락 음악에 맞추어 진행된다. 비평가들이 칭한 바에 따르면 연출에 사용된 음악 스타일이 바로 심포니락이다.

고전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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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닌은 “톨스토이의 소설은 그 어느 작품보다 뮤지컬에 적합하다. 그의 소설에는 필요한 모든 재료가 다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 관계와 러브 스토리가 다루어진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철학적인 사고를 전개할 수는 없는데 우리가 하는 것은 그런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상징적인 것들이 무대 미술이나 시에 반영되었다. 일부 장면에서는 소설을 아예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며 시놉시스 선택 동기를 설명했다.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을 베이스로 삼음으로써 프로듀서들은 최근 몇 년 동안의 러시아 극 예술의 경향에 편승한 셈인데, 바로 극장 무대에 고전 작품을 올리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국립 극장 무대에서 급진적인 현대 연극 관람을 원치 않는 러시아연방 문화부와 의상 공연을 좋아하는 절대 다수 뮤지컬 관람객들의 취향에 관대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비롯됐다.

2014년 상트페테르부르그 뮤지컬 코미디 극장에서 불가코브의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각색하여 뮤지컬로 상연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이 극장의 뮤직홀에서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운문 소설 ‘오네긴’이 무대에 올랐다. 2016년 봄 모스크바에서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출간 150주년 기념으로 모스크바 뮤지컬 극장에서 그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록오페라를 상연했다.

각각의 노래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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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안나 카레니나’에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Cats’에서와 같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단순하고 잘 알려진 멜로디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안나 카레니나가 완벽한 고요 속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불러 주는 러시아 자장가가 있고,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티켓은 실제로 편도 티켓임을 상기시켜 주는 역 관리인의 역할도 있다. 또 노래 한 곡 한 곡으로 엮어진 드라마가 있다. 바로 이 점이 러시아 뮤지컬이 서양의 그것과 다른 주요 차이점이다.

볼로딘은 “러시아는 극 예술의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극 예술 학교를 졸업한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뮤지컬은 단순한 보컬만이 아닌 완전히 드라마틱한 연극이다”라고 말한다. 최소한 이 점 때문에라도 그들의 연기를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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