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경학 중심지인 미국과 중국 두나라가 세계 패권을 놓고 격렬하게 싸우는 상황에서 흐름을 타지 못한다.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고문은 “우리 경제 정책은 수동적이다. 자체 전략이 없어 우리의 경제 공간 을 개발하는 주도권을 외국인들에게 내주고 있다. 그들은 금융시장을 지배하며 조종하고 기계와 설비 시장, 내구 소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수동적 정책을 펼치면 역사에서 여러 차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협상카드’로 전락하거나 ‘쟁쟁한 세계 열강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른다.

글라지예프의 견해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세계에서 일어날 러시아의 지경학적 상황 변화는 7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전망할 수 있다.

1. 미-러-중 삼각 협력

사진제공: 바실리 바타노프/ 리아노보스티사진제공: 바실리 바타노프/ 리아노보스티

가장 긍정적이지만, 가능성이 가장 적은 이 시나리오는 미국이 공세를 중단하고 러시아-중국의 전략적 협력관계에 합류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이 시나리오는 대러 경제 제재 철회와 함께 ‘세계질서 변화 과정에서 평화 유지를 위한 열강들의 연대 책임’을 포함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사태는 가장 부정적인 두 번째 시나리오로 바뀔 수 있다.

2. 고립과 개입

이 시나리오는 미국 지도부가 현재의 대립 노선을 버리고 중국을 미국과의 경제적 공생 관계로, 다시 말해 ‘차이메리카(Chimerica)’(차이나와 아메리카의 합성어)로 끌어들이는 과거 정책으로 복귀한다면 실현될 수 있다. 중국에서 친미 세력이 힘을 얻는다면, 러시아는 보유외화도 대외시장도 모두 잃고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 현재 경제 정책이 유지된다면, 생활수준이 대폭 하락하고 유라시아 통합도 위협받을 것이다.

3. 고립과 동원

이 시나리오의 본질은 ‘러시아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과학과 생산, 군사장비, 천연자원, 지적-정신적 잠재력’ 덕분에 러시아가 생존할 수 있고 심지어는 동원 경제를 통해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라지예프는 “이를 위해서는 국가 권력기관들에서만 아니라 기업들에서도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 미국의 식민지

블라디보스토크. 사진제공: AP블라디보스토크. 사진제공: AP

글라지예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실현될 수 있다. 러시아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정치에서 친미 세력이 다시 득세하고 대러 제재 해제를 위해 서방의 압력에 굴복한다. 이로 인해 미국의 공세가 급증하면서 심지어 ‘색깔혁명’까지 조직되고 1991년과 1993년에 그랬던 것처럼 허수아비 정권이 들어선다.

허수아비 정권은 핵 군축과 탈소 공간 해체를 실행한다. 러시아 경제는 미국-유럽의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사유화되고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지배권 아래 들어간다.

하지만 글라지예프는 미국 행정부가 교체되면서 반러 공세가 중단되리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5. 중국의 속국

글라지예프는 러시아가 자체의 신용 원천을 바탕으로 한 경제 발전 전략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대중국 전략적 파트너십’의 실제 내용은 러시아 경제 발전이 중국 경제의 이익에 종속되는 것으로 채워진다고 말했다.

글라지예프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대규모 투자는 러시아의 연료-에너지와 농공업, 교통 부문 개발에 투입되는데, 이는 중국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만 방위산업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이익을 위해 대외 방어를 목표로 발전하고 민간 첨단기술 산업의 나머지 잠재력은 중-러 합작기업들이 개발하면 러시아는 정치적 주권을 지키고 군사적인 면에서 중국과의 평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

중국 경제는 미국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저지하기 위해서 러시아의 원자재와 에너지 기반이 필요하다. 이 시나리오에서 러시아 경제는 ‘중국의 변방’이 된다.

6. 고립 영토들의 집합체

글라지예프는 현상유지 시나리오도 검토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러시아와 유라시아연합 전체 경제가 ‘세계 경제의 신구 중심지인 중국과 미국 양방향에서 나오는 압박’을 거의 견뎌내지 못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결국 러시아 경제는 세계 시장의 다양한 부문을 충족시켜주는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고립 영토들의 집합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미국의 식민지’로 바뀌는 전제조건들이 조성된다.

7. 국내총생산(GDP) 최대 10% 증가

러시아는 신기술 기반 생산시설 구축을 통해 선진 발전 전략으로 옮겨가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러시아와 EAEU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EAEU의 비중은 작으며 그나마 급성장하는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통상 협력에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유라시아 통합 외각선 안에서만 유지되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의 틀에 우선권을 주는 첫 협정은 베트남과 이미 체결된 바 있다.

글라지예프의 전망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에서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GDP 연간 최대 10%, 투자율 최대 20%로 늘어 최대치에 도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