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유 금 어디에 보관하나?

AFP
러시아는 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또 러시아는 금을 외국에 보관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아직 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 보유량 감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금 보유고 현황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만일을 위한 금

러시아는 금 보유량 세계 6위 국가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현재 1614.27t인데, 이는 작년 대비 15% 증가한 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는 주요 금 매입자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중앙은행은 10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안톤 타바흐 교수는 “환율이 낮을 때 당국은 금 보유량을 늘리는데, 금은 전통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안정성, 현금화 가능성, 수익성’이라는 삼원칙에 부합하는 준비금이다”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대형 귀금속 소매업체인 ‘아다마스’에서 수 년 째 혁신부장을 맡고 있는 콘스탄틴 사하롭스키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금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본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한 인물이므로 러시아는 새로운 제재나 자산동결 같은 조치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금은 러시아의 자산을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이다. 물론 금값이 떨어질 위험도 있지만, 위험을 분산할 수는 있다.’

프라우다 거리에 있는 금의 성체

러시아는 외국의 금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금을 전부 국내에 보관한다. 보유량의 약 67%는 모스크바에 있는 중앙은행이, 나머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보관 중이다. 100g 골드바에서 14kg 골드바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저장 장소는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정보가 아니지만, 그중 한 곳이 오늘날에도 러시아의 많은 언론사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는, 소련 공산당 기관지의 이름을 딴 모스크바의 프라브다 거리에 있다는 게 유력한 설이다. 2011년, 당시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만7000m² 면적의 금 보관고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 주요 인물이 푸틴이라고들 한다.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푸틴은 금과 외환보유고로 러시아의 재정적 자주성을 보장하려 한다.

러시아는 언제나 금을 모았다

러시아의 금 모으기 역사는 환율을 강화하기 위해 금에 집중했던 러시아 짜르들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많은 금 보유하던 때는 1894년으로, 금 보유량이 8억 제정러시아 루블 규모였다.

러시아는 금 보유량이 많았기 때문에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세르게이 위테가 화폐개혁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1897년 금 기준이 도입됐다.

제정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1914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였으며 그 양은 1400t에 달했다.

하지만 큰 타격을 준 독일과의 전쟁과 그 후에 이어진 혁명은 금 보유량에 영향을 미쳤다. 외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보유 중이던 많은 금을 썼기 때문이다.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 이후에는 백군을 지휘했던 알렉산드르 콜차크 제독이 짜르의 금 일부를 시베리아로 옮겨 놓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제공: AP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제공: AP그런데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러시아 국립인문대학의 블라들렌 시로트킨 교수에 따르면, 일부 금은 러시아 내에 남아 있었으나, 전부는 아니었다. 알렉산드르 콜차크 제독이 무기를 매입하기 위해 많은 양의 금을 일본으로 보냈지만, 무기도, 금도 손에 넣지 못했다. 러시아 연구자들은 당시 금 손실량이 60t을 넘는다고 본다.

제정 러시아처럼 소비에트 러시아도 금을 언제나 자기 집에 보관했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들의 금을 자국에 보관해 주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제정 러시아의 동맹국이었던 루마니아 왕국은 독일 침략에 대비해 95t에 달했던 금 보유고를 러시아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후에 소련의 지도자들은 루마니아 지도자였던 니콜라이 차우셰스크를 아주 신뢰하지는 않았기에 그 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았다. 2008년에서야 러시아는 루마니아에 잔여 금 보유고를 돌려줬다.

1917년 정권을 장악한 볼셰비키는 식량과 장비를 사들이는데 금 보유고를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그 결과 1928년 국고에는 150t만 남았다. 하지만 금이 경제 산업화에 중요한 준비금이라고 본 스탈린이 정권을 잡자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급격히 늘었다.

스탈린은 후임자에게 국고에 금 2500t을 남기고 죽었다. 하지만 금 보유고는 흐루쇼프를 거친 후에는 1600t으로, 브레즈네프를 거친 후에는 437t으로 줄었다. 후에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는 그 ‘유산’을 719t까지 불려놓았다. 하지만 고르바쵸프가 ‘스탈린의 비상금’에 결정타를 날렸고, 1991년 10월 금 보유량은 290t에 불과하게 됐다.

금은 어디서 채취하나

러시아 금광 대다수는 극동지역 마가단, 특히 강제노동수용소들로 유명한 곳들에 분포해 있다. 마가단은 러시아의 금광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2005년 마가단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정부 회의가 열렸다. 회의 목적은 러시아의 금 보유고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당시 보유고에 있던 금은 387t에 불과했으며 금 채굴 산업 상황도 매우 나빴다. 이 회의에서 지질탐사에 민간 투자금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소련 시절 가장 부패한 분야였던 금 채굴 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오늘날 이 분야의 ‘조용한 일꾼들’은 국가의 금 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꾸준히 고되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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