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 루블화 평가 절상에 불만인 이유

루블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수출업체들에는 루블화 약세가 유리하다.

루블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수출업체들에는 루블화 약세가 유리하다.

코메르산트
러시아 국민은 루블화 강세가 반갑다. 수입품 가격과 해외 여행비가 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업체들은 반대로 위협받고 있다. 루블화 강세로 지출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루블화 약세는 누구에게 이득인가

러시아 외환 위기는 2014년에 시작됐다. 러시아 예산 수입의 상당부분을 좌우하는 석유의 수출 가격이 폭락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도입된 대러 경제 제재 때문에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급락했다.

2014년 말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 환율 조정을 포기하고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질 때 매입하고 루블화의 가치가 오를 때 매각하는 조치를 중단했다. 그 결과 루블화 가치가 유로화와 달러화 대비 60% 급락했다.

중앙은행 자료를 보면, 2016년 상반기에 루블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2.0%, 유로화 대비 10.5% 상승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졌다. 금융중개회사 ‘옷크리티예 브로케르’의 애널리스트 안드레이 코체트코프는 “루블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수출업체들에는 루블화 약세가 유리하다”며 “ 이런 상황이 농산품 생산업체들에도 이익인데 국산 농산품이 수입산보다 가격 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중개회사 텔레트레이드(TeleTrade)의 애널리스트 미하일 포둡스키는 “지출은 루블로 하고 수입은 외화로 받는 수출업체들은 루블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데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수입은 루블로 받으면서 외국 상품을 구매하는 수입 업체들과 소비자들은 루블화 가치가 더 오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러시아 지도부는 루블화의 지나친 평가 절상이 불만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알렉세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 7월 말 “루블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며 “이런 상황은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벨로우소프 보좌관의 제안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언론을 통해 루블 자유변동환율제를 포기하며 환율에 영향을 미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은행 대변인은 “자유변동환율제는 경제의 자동 안정 장치로서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애널리스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콘스탄틴 코리셴코 러시아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 주식시장·금융공학과 학과장은 “현대 러시아에서 1998년, 2008년, 2014년 경제 위기는 루블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았을 때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루블화 강세로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수입품 가격이 싸지고, 국외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러시아 국민들이 이득을 보지만, 예산 지출이 줄어들면서 손해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찔끔 오르기 시작했지만, 러시아 금리는 여전히 높다. 이로 인해 단기 투기에 아주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런 투기 시도가 때때로 루블 강세 물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루블 환율 수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코리셴코 교수는 “중앙은행이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했으며 물가도 환율이 아니라 금리를 통해서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드레이 코체트코프는 중앙은행은 환율 개입 수단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그것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루블화 가치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중앙은행이 금 외환 보유고 충당을 위해 외환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코체트고프는 평가했다.

투자컨설팅회사 ‘피남’의 금융 애널리스트 티무르 니그마툴린에 따르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루블화 강세나 약세가 아니라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물가상승율을 낮출 수 있는 루블 자유변동환율제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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