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J, ‘파나마 문건’ 확대판 공개...러 ‘역외탈세 방지 캠페인’ 효과 있었을까

로이터
러시아 정부가 국가적 차원의 역세탈세 방지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러시아 억만장자들이 자신 소유의 역외기업들을 폐쇄하기 시작했다고 ‘파나마 페이퍼스’가 새로이 공개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지난 5월 초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파나마 문건 확대판을 공개했다. 러시아 경제신문 RBC-Daily는 보유자산이 수십 억 달러대인 러시아 억만장자 77명 중 16명의 이름이 그속에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동지는 해당 문건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구체적 인물을 특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정확히 이름이 확인된 기업가들만을 거론한다고 밝혔다.

동지는 이번 파나마 문건 확대판에 러시아의 억만장자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보유자산 77억 달러 - 포브스), 알리셰르 우스마노프(125억 달러)와 동명의 인물들이 역외기업 소유주로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특히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의 경우 15개 역외기업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 11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이 소유한 역외기업 상당수가 자본 해외도피 금지 캠페인이 선포된 시기였던 2015년 경에 폐쇄됐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2014년 말 ‘피지배외국법인(CFC)에 관한 법률’이 채택됐다. 동 법률은 외국기업, 특히 조세회피처나 기타 모든 외국 관할지역에 등록된 기업을 소유한 러시아 주주에게 미분배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캠페인의 효과

파나마 문건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회사 중 하나인 루살(RUSAL) 소유주 올레크 데리파스카(보유자산 21억 달러 - 포브스)와 가스프롬에 파이프를 공급하는 ‘파이프철강회사(ТМК)’ 대표 드미트리 품퍈스키(10억 달러)의 동명인 소유의 역외기업들이 2015년  문을 닫았다.

인포그래픽 - 러시아 5대 부자의 재산 변화인포그래픽 보기 - 러시아 5대 부자의 재산 변화

파나마 법무법인 몬색 폰세카와 거래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동명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영국령 버진제도에 역외기업을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령 버진 제도에 등록돼 있던 역외기업은 총 47개에 달했으며, 바하마에는 두 개, 세이셸에는 유일하게 한 회사가 등록되어 있었다.

러시아 기업가들이 역외기업을 폐쇄하기로 한 데에는 정부의 자본 해외도피 금지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투자회사 ‘프리덤 파이낸스’의 게오르기 바셴코 러시아 금융시장 거래관리 부장이 평가했다. 바셴코 부장의 말에 따르면, 1만 천 개가 넘는 러시아 역외기업 소유주들은 아직 해당 사실만을 당국에 신고한 상태이다. 아직 역외 탈세기업에 대한 사면 기간이기 때문에 기간 중에 과거 소득에 대한 세금을 합법적으로 납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캠페인의 결과는 가을 이후에나 공개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투자회사 ‘피남’의 보그단 즈바리치 애널리스트는 “파나마는 조세회피처 중 하나일 뿐이다. 공개된 파나마 문건도 실제로 개설된 모든 계좌를 파악하고 있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자료만 가지고 역세탈세 방지 정책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성공의 지표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기업들의 역외탈세 방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역외기업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인테르팍스에 밝혔다.

하지만 역외기업들은 앞으로 국가조달 사업에 입찰하거나 국고지원이나 정부 차원의 투자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투자회사 ‘IFC파이낸셜센터’의 스타니슬라프 베르네르 부사장은 지적했다. 러시아 경제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기업들에게 이는 무시할 수 없는 패널티로 다가올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즈바리치 애널리스트는 역외탈세 방지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본 잣대는 해외로 도피했던 자본이 얼마나 러시아로 다시 돌아오느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바셴코 부장은 “2015년 삼사분기에 국내로의 자금 순유입이 관찰됐고, 2015년 전체를 볼 때 자본 유출량은 2.5배 줄어 560억 달러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나타냈다기 보다는 국내경제와 대외정치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고 바셴코 부장은 견해를 밝혔다. 서방의 대러제재 때문에 자본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에밀 마르티로샨 러시아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 비즈니스경영연구소 부교수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러시아 자본은 투자 가능성을 국내로 돌리고 있다”며 국내투자가 증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의 역세탈세 방지 정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증명해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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