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거주자들이 털어놓은 러시아 생활의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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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2015 해외거주자 의식조사(Expat Explorer survey)’에서 나온 결론이다. Russia포커스가 러시아 거주 외국인 몇 명과 인터뷰를 갖고 이들이 러시아에서 일하는 동안 배운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밝혀 보았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2015년에 전 세계 외국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생활의 균형 잡기(Balancing life abroad)’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내 외국인 거주자 응답자 대다수(62%)가 러시아를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한 결과는 중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외국인 근로자 응답자 55%는 중국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러시아에서의 업무 특징과 그들이 습득해야 하는 사항들에 관해 미리 이야기해 주는 헤드헌팅 회사는 거의 없다.

헤드헌팅 홀딩 ‘앙코르’의 나탈리야 셰르바코바는 “대부분의 경우 회사가 외국인 직원을 채용할 때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이 회사에 새로운 업무 방식을 들여와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낯선 문화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러시아 현실에 적응하는 다양한 경험을 얻게 된다고 셰르바코바는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2008년 이전까지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 투자은행, IT 기업, 부동산 회사 등 당시 러시아 시장에서 활발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외국인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당시 러시아에서 정말로 필요한 전문인력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용주가 유행을 따르면서 전문성에서 내국인보다 떨어지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국제 리크루팅 전문가 크세니야 고르부노바의 말이다.

가장 젊은 재무이사

프랑스인 상무이사 알렉스 드 발루호프. 출처 : 개인 소장 사진프랑스인 상무이사 알렉스 드 발루호프. 출처 : 개인 소장 사진

에너지 분야 설비 기업인 ‘아그레코(Aggreko)’ 러시아 지사의 프랑스인 상무이사 알렉스 드 발루호프는 “러시아는 나의 경력에서 첫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곳이다. 26세의 나이에 재무이사가 될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알렉스는 1992년 러시아-프랑스 합작 가구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러시아에 주재하면서 잦은 출장이 가능한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적임자가 없었다. 내겐 그것이 기회였다!”고 알렉스는 덧붙였다. 그후 23년 동안 알렉스는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여러 회사에서 임원직을 맡았다. 특히 세계 최대 시멘트 생산사인 ‘라파즈(Lafarge)’ 러시아 현지 지사에서 7년 간 지사장을 맡기도 했다.

“나는 러시아 현지 적응 담당 자문으로 변신했다”고 알렉스 발루호프는 회상했다. “라파즈에는 심지어 러시아 현지적응 강좌도 열렸다. 업무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도 심리학적 차이점이 존재했다. 러시아에서는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능력, 유연한 사고, 즉 융통성이 요구된다. 또 해결해야 할 문제가 갑자기 산더미처럼 밀어닥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알렉스가 눈여겨 본 또 한 가지 중요한 차이는 러시아 문화가 감성을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사무적으로 딱딱하기만 한 메시지나 무미건조한 분석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러시아에서 양질의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감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러시아에서 협상은 ‘블린 굽기 보다 쉽다’

람닉 콜리. 출처 : 개인 소장 사진인도인 람닉 콜리. 출처 : 개인 소장 사진

람닉 콜리도 1990년대에 처음 러시아에 왔다. 그는 일하러 온 것이 아니라 러시아어와 마케팅을 배우러 왔다. 그 덕분에 그는 후에 인도 기업 ‘마이크로맥스(Micormax)’의 러시아·CIS 지사장이 됐다.

락닉은 “당시 회사는 러시아 시장환경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게 될 암초에  정통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로서는 러시아 시장에서 처음으로 인도 제품을 출시한다는 비즈니스 과제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한다. 그 무렵 그는 이미 러시아 대기업 두 곳의 인도 지사(MTS-India와 VTB은행 인도 지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러시아에 온 람닉은 업무상 차이점을 곧 실감했다. “러시아는 인도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인도에서는 계획 단계가 길어도 3-4주면 끝난다. 나는 인도에서 온 직원들에게 러시아식 접근법의 장점을 홍보하려고 노력한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러시아와 인도에서 마케팅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람닉은 러시아 시장에 신제품을 판촉하는 방법을 경험으로 터득해야만 했다. 현실은 이론과 많이 달랐다. “러시아는 ‘대비의 나라’다. 이곳의 소비자들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존재하는 모든 요인을 샅샅이 조사하고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을 어떠한 시장의 변화에도 적응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그는 말한다. 러시아에서 마주치게 되는 두 가지 어려움을 그는 추가로 지적했다. 하나는 엄청난 양의 서류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물류 시스템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점이다.

람닉은 “이런 어려움들은 전문적인 차원에서 우리를 상당히 단련시켜준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인들과 협상을 하거나 한 팀으로 일하는 것은 의외로 빠른 기간에 익숙해진다”며 “어쩌면 러시아 블린을 굽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농담을 한다.

누구의 죄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브라질인 카를로스 타마오키. 출처 : 개인 소장 사진브라질인 카를로스 타마오키. 출처 : 개인 소장 사진

“러시아는 사업 추진 능력을 기르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빈번히 맞닥뜨리게 되는 관료주의와 부패 관행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사업을 키울 만큼 강한 의지력을 갖고 있다면, 어디를 가든 당신은 살아 남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다”고 개발회사에서 IT 전문가로 일하는 브라질인 카를로스 타마오키는 말한다. 러시아에서 13년간 일하면서 카를로스는 엄청난 서류작업과 실수가 발생할 경우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분위기가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러시아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대신 책임을 떠넘길 사람을 찾는 데 온갖 노력을 집중한다. ‘내 잘못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 책임’이라는 근성이 러시아 사람들에게 뿌리 깊이 남아 있다”고 카를로스는 강조했다. 결국 카를로스가 택한 방법은 직장에서 더 엄격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업무 외적인 대인관계에서 카를로스는 러시아 생활에 상당히 빠르게 적응했다. 가장 큰 문화적 차이는  두드러진 러시아인들의 무뚝뚝함과 차가움이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상점이나 대중교통 안에서  마주치는 무례함이 당신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고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사람들과 사귀기가 훨씬 쉬워진다. 시간이 지나 러시아 사람들과 가까워지면, 그들이 매우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카를로스는 말했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직장에서 사람들이 거의 웃지 않고 가벼운 농담도 듣기 힘들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 점에선 고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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