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사회적 기업... '죽어가는' 농촌마을 살린 젊은 사업가

‘브론스키(Bronsky&Co) 차’

‘브론스키(Bronsky&Co) 차’

개인 기록 보관소
'필생의 사업(Дело жизни)' 프로젝트는 러시아 사회적 기업인들의 스토리를 일인칭 시점으로 들려준다.

얼마 전까지 아르한겔스크 주 니즈네졸로틸로보는 러시아 벽지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죽어가는’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은 모두 네 명이었다. 모두 노인으로 그 중 2명은 도시로 겨울을 보내러 떠나곤 했다. 남은 두 노인은 스키로 무장하고 교대로 눈 덮인 길을 따라 마을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가장 가까운 도시로 식료품을 사러 다녔다.

지금 이곳에서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젊은 가족들이 이주했고, 여기저기서 새 집들의 건축이 진행 중이다. 겨울에는 16명이 항시 거주하고 있으며 이곳으로 이주해오는 사람의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여름이면 도시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그 중에는 지역 특산 차의 수확과 가공에 참여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다.

‘황홀한 차’와 ‘브론스키 차’

마을에 새 생명을 가져온 사람은 사업가 미하일 브론스키다. 10년 전 미하일은 지방 특산 차인 분홍바늘꽃차 생산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하일의 취미는 꽤 괜찮은 사업으로 바꿨다.

미하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흥미로 시작한 일을 사업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내 가족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과 여자 형제들의 가족은 시골에서 사는 것이 소망이었는데, 이곳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이곳은 죽어가는 마을이었다”고 말했다.

‘브론스키(Bronsky&Co) 차’ 출처 : 개인 기록 보관소‘브론스키(Bronsky&Co) 차’ 출처 : 개인 기록 보관소

미하일은 2년 만에 마을에 약 6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고 그 결과 마을은 되살아났다. 그는 분홍바늘꽃을 수확해 차를 생산하는 ‘브론스키앤코(Bronsky & Co)’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차는 ‘황홀한 차(Чудный чай)’와 ‘브론스키 차(Bronsky чай)’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차의 채집과 가공은 계절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미하일은 겨울 시즌의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 수공예 공방들과 관광을 발전시키려 한다. 그는 “러시아 북부는 러시아 문화의 진정한 보고다. 이곳에는 정말 독특한 것들이 많다.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농촌을 보존하고, 지역 산업을 되살려 모두에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하일 브론스키 사업가. 출처 : 개인 기록 보관소미하일 브론스키 사업가. 출처 : 개인 기록 보관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

브론스키앤코는 사회적 기업의 훌륭한 사례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론스키앤코의 경우, 회사의 목표는 아르한겔스크 주 농촌 마을들에 가능한 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곳은 일자리가 없어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전략기획청(Агентство стратегических инициатив)의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약 1%의 기업들만이 이런 저런 형태의 사회적 사업에 임하고 있다. 게다가 사회적 기업이 움트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지만 활발한 성장은 최근 8년 사이 이뤄졌다. 외국의 경우 사회지향적 기업들은 추가적인 과세 혜택과 보조금을 받는다. 러시아에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아직 법적으로 정착되지 않았지만, 이 부문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기업들은 ‘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국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러시아 사회적 비즈니스의 또 하나의 특성은 기업의 비용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의 성격이다.

“우리는 고아 문제 해결이 절실하기 때문에, 고아원 출신자들의 사회적 적응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있다.” 2007년 석유회사 ‘루코일(Лукойл)’ 회장의 주도로 설립된 ‘우리의 미래(Наше будущее)’재단의 나탈리야 즈베레바 회장은 말한다. 유치원 부족 문제나 벽지지역의 서비스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들도 있다고 즈베레바 회장은 덧붙였다.

‘필생의 사업(Дело жизни)’ 프로젝트는 러시아 ‘영화의 해(Год Кино)’를 앞둔 2015년 12월 출범했다. 프로젝트는 러시아 전역의 사회적 기업활동에 관한 단편영화 11편으로 구성됐다.

‘우리의 미래’ 재단은 8년 간 150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즈베레바 회장은 “지원을 신청한 수는 10배 더 많다. 러시아에는 매년 수십억 루블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실제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이 수천 개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경제대학 사회적기업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의 약 1/3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집중돼 있으며, 나머지는 거의 러시아 전 지역에 흩어져 있다. 또한 이 조사의 결과 현재 활동중인 사회적 기업들은 주로 장애인과 미취학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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