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사우디 등 4개국 산유량 동결 합의... '감산 아닌 동결' 그 의미는?

Lori / Legion-Media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3국은 다른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에 합류할 경우 금년 1월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러시아 에너지부 공보실이 회담을 마치고 나온 알렉산드르 노바크 장관의 말을 인용하여 발표했다.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3국은 다른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에 합류할 경우 금년 1월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러시아 에너지부 공보실이 회담을 마치고 나온 알렉산드르 노바크 장관의 말을 인용하여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문서상의 합의가 아닌 구두적 성격을 띈다. 회담에 앞서 노바크 장관이 산유량 5% 감산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상황이라 시장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와 관련 BCS금융그룹의 선임 애널리스트 키릴 타첸니코프는 “시장은 감산을 기대했다. 산유량을 최대치로 동결한다는 소식은 가격 압박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저유가에서 증산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결과적으로 브렌트유 가격은 이번 4자회동 결과 발표 직후 배럴당 35.5달러에서 33.7달러로 하락했다.

10년 이래 산유량 최고치

전문가들이 놀란 이유는 금년 1월 러시아 석유기업들의 산유량 수준이 하루 1,080만 배럴 이상으로 지난 10년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는 데 있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РАНХиГС) 금융시장학과의 세르게이 헤스타노프 부교수는 “엄청난 공급 과잉 상황에서 높은 산유량의 동결을 합의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지는 싸움에서 체면을 차리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산유량 감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런가 하면 투자회사 ‘프리미에르’의 애널리스트 알렉세이 코즐로프는 산유량 동결 결정에 대하여 국제유가 통제를 위한 첫 구체적인 행보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홀딩 ‘피남’의 애널리스트 보그단 즈바리치 또한 “산유량 감산이 러시아에 더 이익일 수도 있지만, 산유량 동결 또한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이끌 중대한 성과”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 열린 OPEC 정상회의에서는 산유량 쿼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러-사우디 간 합의가 다른 산유국들의 지지를 받게 된다면, 이는 향후 산유량 감산 돌입 시 시장 관계국들의 입장 구축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립

다른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립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 이란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빠르면 한 달 후부터 일일 산유량을 1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혀왔다.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이란산 석유를 실은 유조선들이 조만간 유럽으로 향한다. 그중 200만 배럴이 프랑스 토탈(Total) 유조선에 이미 선적됐고, 스페인 셉사(Cepsa)와 러시아  루코일(Lukoil)의 대외교역 담당 회사 리타스코(Litasco) 유조선에 각각 100만 배럴이 선적됐다. 루코일이 구입한 분량은 루마니아 현지 루코일 소유 정유공장에서 가공될 예정이다.  투자회사 ‘프리덤 파이낸스’의 게오르기 바셴코 러시아 펀드시장 거래부장은 “이란은 오랫동안 참아 왔다. 국제 제재가 이란의 석유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란은 공급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 산유국들의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MFX Broker의 로베르트 노바크 선임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이 국제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산유량을 늘려 덤핑판매로 경쟁자를 압박하는 정책에 지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한 나라에서만 지난 1년 반 동안 유가 폭락으로 입은 손실액이 1,800억 달러 이상이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유동성준비금이 불과 2~3개월 수입대금 지불치밖에 남아 있지 않아 정부가 금보유고 매각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노바크는 덧붙였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