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풀린 이란, 원전 개발 놓고 4국 각축전... 승자는 누가 될까?

부셰르 원전, 이란.

부셰르 원전, 이란.

로이터
최근 경제 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권을 따내려는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한국, 중국, 스페인 원자력 기업들이 이란과의 협력을 노리고 있다.

2016년 1월 유엔(UN)과 미국, 유럽연합(EU)은 이란의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했다. 중동 최대 시장 중 하나가 다시 열리자 전 세계 수많은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이란 시장 복귀 계획을 밝혔다. 그 중 하나가 이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분야다.

지난 1월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AEOI) 대변인은 서방 국가들이 바람직한 규모로 투자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란이 자국에 7~8개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누가 이란 원자력 시장 쟁탈전에 나서고 있나?

세묜 드라갈스키 러시아에너지효율협회 회장은 “많은 나라, 특히 스마트 원자로(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SMART)를 세계 시장에 홍보하고 있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이란 원자력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한국은 소형 및 대형 원자로 건설과 현대식 핵의료장비 생산, 기타 평화적 이용 목적의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이란과의 협력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1월 말에는 이란과 스페인이 2개의 원전 건설에 관한 예비 협정을 이미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베흐루즈 카말반디 원자력청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란과 스페인이 마지막 논의 단계에 있는 이 프로젝트들을 기반으로 발전소 건설과 용량 증대, 인력 양성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 하반기에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중국이 이란 남부 해안에 원전 2개를 건설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정작 이란은 러시아 원자력기업들과의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RNA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살레히 원자력청장은 다른 국가들보다 러시아가 우선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밝혔다.

특히 살레히 청장은 “과거 원전 건설 분야에서 이란과 협력한 국가는 러시아뿐이었다. 이제 여러 나라들이 협력을 원한다”, “이란은 힘든 시절에 러시아가 보내준 도움과 지원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어려운 시절의 동반자였다”고 강조한 것으로 IRNA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입장에 ‘감상’적인 요인뿐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묜 드라갈스키는 “가장 현대적인 3.5세대(поколение “три плюс”) 표준 원자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뿐이다. 이란은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선진 기술이 필요하다. 경제제재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잃어버린 이란은 더 기다릴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중동 입지 강화

러시아 원자력 기술은 중동 지역에서 낯설지 않다. 특히 이라크, 이집트, 시리아, 알제리에는 소련 시절인 1960~1970년대에 건설된 연구용 원자로들이 있다. 이들 국가의 원자력 전문가 일부는 당시 소련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활동을 했다.

러시아 원자력공사 ‘로스아톰(Rosatom)’은 2013년 가동에 들어간 발전용량 1,000MW의 부셰르 원전을 이란에 건설했다. 사실 부셰르 원전은 독일이 착공을 시작했다가 중단한 것을 러시아가 완공한 것이다. 그 결과 이 이란 최초의 원전은 원전 건설 역사를 통틀어 가장 복잡한 원자력 공학 프로젝트가 되었다.  로스아톰이 독일 설계의 건설 구조물에 러시아 프로젝트의 기술 설비를 접목시켰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 프로젝트에 1만2천 톤에 달하는 독일제 장비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부셰르 원전은 세계 최고(古)  발전 분야 잡지 ‘파워 엔지니어링’(미국)이 주관하는 ‘2014년 올해의 프로젝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민간 전문가들은 경쟁업체들이 이란 시장에서 로스아톰과 대결하기 어려우리라고 평가했다. 원자력 분야 민간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우바로프는 “엄청난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란에 대한 모든 의무를 이행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요구도 전혀 위반하지 않으면서 가장 현대적인 원전을 이란에 건설해 주었다. 부셰르 원전 가동 이후 이란에서 러시아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셰르 원전 신규 원자로 2기 추가 건설 계약 등 2014년 체결된 원자로 8기 건설에 관한 러-이란 쌍무 협정이 이러한 ‘신뢰’를 입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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