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 왜 이렇게 불안정할까?

발레리 샤리풀린/타스
Russia포커스가 러시아 국민 화폐인 루블화와 석유, 이들의 복잡한 상호 관계에 관해 알아 보았다

최근 러시아 루블화는 곤란한 상황을 맞고 있다. 몇 달 새 달러/유로 대비 루블화 가치는 약 20% 하락했고, 그후 약 10%를 만회했다. 루블화의 급격한 등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루블화 불안정의 주요 원인은 바로 유가 변동에 있다.

루블화는 유가에 얼마나 의존하나?

러시아 루블화는 흔히 유가 파생 통화로 불린다. 2016년 1월 초 브랜트유 가격이 배럴당 27달러까지 떨어지자 미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루블화 환율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2월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상회의가 열리고 산유량이 5% 줄어들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유가는 다시 배럴당 3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루블도 하락치를 만회했다.

루블화와 유가는 등락을 같이한다. 다시 말해 루블 환율은 탄화수소연료 가격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 이런 의존성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조만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 루블화의 유가 의존성을 줄이려면 러시아 경제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경제학자 세르게이 헤스타노프의 추산에 따르면, 경제 구조를 개편하는 데는 최대 15년이 필요하다.

루블화의 유가 의존성을 줄일 다른 대안은 엄격한 외화 통제인데, 이는 불가피하게도 환전 암시장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베네수엘라가 이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해외 출국 시 항공권을 제시해야만 달러 환전을 할 수 있다. 이때문에 베네수엘라에는 외화 환전을 위한 거대한 가짜 항공권 거래 시장이 등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는 환전에 어떤 제한도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사건의 시작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전까지 당국은 공식적으로 환율밴드를 설정해 놓고 있었다. 따라서 루블화가 기준 환율에서 벗어나면 중앙은행이 시장에 달러를 풀기 시작했다.

경제 제재 하에서 유가가 급락하고 외국 자본이 러시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 방어를 포기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앙은행은 시장 전체와 모든 투기세력에 맞서 싸워야만 했을 테고 결국 국가의 금외환보유고 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다.

결국 루블화 가치는 1년 동안 달러/유로 대비 60% 하락했다. 러시아 국민은 모든 수입 제품과 항공권 가격 급등으로 이를 체감했다. 해외여행 비용도 상당히 비싸졌다. 이 모든 것은 러시아 국내 물가상승률 증가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러시아 경제지 ‘베도모스티’의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 감자 가격에서 최대 75%를 외래적 요소, 다시 말해 종자와 비료 수입대금이 차지한다.

유가 의존성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가?

무엇보다도 러시아 예산에 유리하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예산의 60%를 석유가스 수익금에서 충당한다. 예산 수입과 지출은 모두 루블로 이뤄진다. 따라서 유가 하락은 루블 약세로 상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예산 금액은 그대로 유지된다.

중앙은행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은 민간은행들이 기준으로 삼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2014년 말 루블화가 유례 없는 공격을 받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17%까지 인상하여 국내 대출을 사실상 동결시켰다.

높은 대출 이자는 경기 과열을 막아 주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 친구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기준 금리를 최대 30%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나중에 기준금리는 11%까지 인하됐다. 비교하자면, 미국은 기준 금리가 0.25~0.5%이고 유럽연합(EU)은 0.05%다.

이 기사는 이론 분야에서 거시경제 전문가인 세르게이 헤스타노프 러시아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РАНХиГС) 금융시장금융공학학과 부교수, 실무 분야에서 투자회사 ‘루스-인베스트’의 애널리스트 세묜 넴초프, 투자회사 UFS IC의 애널리스트 표트르 다시케비치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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