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APEC 정상회의 폐막... 러, 중국의 아태지역 통합안 지지

(사진제공=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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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막을 내린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중국이 아태지역의 지도자적 역할을 맡으려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많은 점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과 러시아 극동의 발전을 꾀하는 러시아의 노선과 미국의 소극적 태도가 맞물려 가능해지고 있다.

APEC 정상회의 결산 선언문에서 21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역 경제 통합 강화와 증진, 다자 무역 시스템 지지,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 반대, 지역 무역의 가능한 분열 방지 조치를 APEC으로부터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대응책으로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프로세스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위한 준비작업 중 하나로 APEC 자유무역지대 구축 로드맵이 마련됐다.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한 것처럼 이는 베이징 APEC 정상회의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다.

게다가 이는 중국의 주요 성과이기도 하다. 태평양 연안국가 통합에 관한 대화는 이미 25년 전 APEC 출범 당시부터 있어 왔다. 중국은 이러한 구상을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공식화했고 또 로드맵 실행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중국 제안의 본질은 그것이 미국의 환태평양공동체(TTP) 구상에 대한 대안이라는 점에 있다. TTP도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 가까운 역내 대다수 국가도 포함되는 자유무역지대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초대받지 못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년 전 아태지역을 자국의 핵심 국가 이익 지역으로 선언한 이후 중국 억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많은 점에서 이 시스템은 유럽연합의 경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할 지역과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 유럽 상황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APEC 정상회의 전날 중국 언론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진부하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러시아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다. 글레프 이바셴초프 러시아 APEC연구센터 부소장은 "베이징에서 미국이 새롭게 제안한 것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APEC 정상회의에서 대결을 조장하는 구분선이 없는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APEC 정상회의의 정상 실무회의 첫날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런 맥락에서 의장국인 중국이 마련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로드맵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로드맵에 입각하여 APEC 역내에서 실현되는 다양한 통합 이니셔티브들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합의가 무엇이든 간에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미국의 환태평양공동체 구상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중국의 입장에 대한 지지인데, 중국의 입장은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 당시 러시아가 내놓은 제안들과 일맥상통한다.

러중의 정책적 통일성과 교역량 증대

아태지역 협력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정책적 통일성은 이번 APEC 정상회의 중에도 진전된 경제통상 쌍무 관계의 급속한 발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의 최대 소비자인 유럽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리는 또 다른 가스 노선(서부 노선)을 통한 대 중국 가스 공급에 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러시아 국영석유사 로스네프티와 중국 국영 석유가스탐사개발업체 CNPC는 APEC 정상회의 무대에서 CNPC의 '반코르네프티(Ванкорнефть)' 지분 10% 참여 획득에 관한 기본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중국 수입업체들에 중대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대 중국 석유 직접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이고리 세친 로스네프티 회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연간 5백만 톤의 석유를 추가 공급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2013년 6월 로스네프티와 CNPC가 러시아산 석유의 대중국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음을 상기해 보자.당시 세친 회장은 "공급량은 25년간 3억 6,500만 톤이고, 평가 거래액은 2,700억 달러 규모"라고 전했다.

이는 당면한 대러 제재의 압박을 극복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이미 2년 전 푸틴 대통령이 공표한 러시아의 전략적인 아시아 선회 정책에 근거한 것이다.

또 이는 중국과의 협력 강화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러시아의 최대 과제는 아태지역 내 경제협력을 토대로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을 부흥·발전시키는 것이다. "이것만이 러시아가 강대국 지위를 복원하고 유지하게 해줄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글레프 이반셴초프 부소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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