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모스크바 도심 교통체증... 유료주차제 도입 한 달 새 큰 변화

(사진제공=코메르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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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는 유럽 도시들 중에서 가장 꼴찌로 도심 유료주차제를 도입한 곳 중 하나다. 시행 한 달 만에 모스크바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주머니에서 75만7천500달러를 거둬들였다.

지난 6월 1일부터 모스크바 도심(불바르노예 순환로 안)에 자동차를 주차하려면 시간당 50루블(1.5달러)의 주차료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잠정 집계에 따르면, 유료주차제 시행 한 달 만에 모스크바 시는 약 75만7천500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시 당국은 유료주차제 도입의 주 목적이 '가외' 수익을 올리는 데 있지 않고, 모스크바 시의 교통상황을 개선하고 유럽 수준의 도시로 만드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한 번 막히면 몇 시간은 한 자리에서 꿈쩍도 할 수 없는 모스크바의 극심한 교통체증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악명이 높다. 모스크바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 전문기관 '모스크바 교통체증 대책 센터(probok.net)'의 알렉산드르 슘스키 소장이 강조하는 것처럼 현재 모스크바의 교통수요는 교통수용량을 30%나 웃돌고 있다. "이런 식이면 모스크바 자동차의 3분의 1을 거리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슘스키는 설명한다. 차량 대수를 조절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휘발유 가격을 올리고 유료주차제를 도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럽 도시별 주차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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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국은 도심 1일 주차료로 약 13달러를 부과하게 되면 모스크바 도심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약 150달러에 달하는 견인비 부과로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추가 동기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모스크바 유료주차제 사업 주무기관으로 신설된 '모스크바 주차 행정국(Администратор московского парковочного пространства)'의 이고리 쿠즈네초프 국장은 유료주차제 실시로 거둬들인 수익금은 주차료 징수 지역의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의 새로운 주차정책은 시행 한 달 만에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쿠즈네초프 국장의 말에 따르자면, 불바르노예 순환로 안 차량 대수는 20~25%(3,750~4,000대) 감소했고, 유료 주차장 주차율은 60~80%를 기록했으며 평균 주차 시간은 6~8시간에서 50분~1시간 30분으로 줄어들었다. 불바르노예 순환로(Бульварное кольцо)는 원형 도시인 모스크바의 원형 순환로 몇 곳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 것으로 10곳의 산책로(불바르)가 이어져 하나의 순환로를 구성한다.

모스크바에 유료 주차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2년 11월이다. 당시 시내 최중심가에 558개의 주차석이 설치됐다. 반 년이 지나 유료 주차장 면적은 불바르노예 순환로(즉 모스크바의 역사적 중심부) 경계까지 확대됐다.

한편 운전자들은 시의 유료주차제가 반갑지 않다. "얼마전만 해도 무료로 주차하던 곳에 차를 대기 위해 이제 50루블을 내야 한다" 고 빅토르 트라빈 '자동차소유자 권익보호협회' 회장은 성토한다. 제대로 된 설치를 갖춘 주차장도 없고 주차된 자동차의 안전 관리도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트라빈 회장은 유료주차제 실시 한 달 만에 도심 차량 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카페, 바, 상점 고객이 줄어드는 등 영업장 손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라빈 회장이 제시하는 교통체증 해결책은 이렇다. "도시 교통문제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정부 부처들을 도심 바깥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수는 단번에 대폭 감소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교통체증 대책 전문가들은 시의 정책에 반색을 표한다. 슘스키 '교통체증 대책 센터' 소장은 유료 주차 지역을 사도보예 순환로(Садовое кольцо)와 제3교통순환로(ТТК) 안쪽 지하철 역들 부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되면 모스크바에서 가장 체증이 심한 중심가의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며 "벌써 거리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시간당 주차료 1.5달러는 차후에 인상 혹은 인하가 가능한 중간 정도의 가격이다. 동시에 유럽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민영 주차장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민영 주차장의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은 대략 10년으로 모스크바로서는 너무 긴 기간이다. 러시아 시장 평균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은 5~6년을 잡는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민영 주차장 설치 문제는 아직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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