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처럼 창공을 가르는 Su-35

(사진제공=sukhoi.org)

(사진제공=sukhoi.org)

러시아 최신예 전투기 Su-35의 파리에어쇼 시범비행을 두고 서방 언론은 센세이션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시범비행은 국외에서는 최초로 이뤄진 것으로 Su-35는 여타 전투기들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고난도 곡예 비행을 선보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수호이 전투기들이 세계 최고 중 하나라는 점이 다시 증명되었다.

Su-35를 개발한 수호이 설계국(ОКБ Сухого)에서는 겸손하게 이 기종을 아직은 4.75세대라고 칭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F-22 랩터와 적수가 될 만한 진정한 5세대 전투기는 아직 테스트 중이라고 덧붙인다. 이들이 말하는 랩터의 적수는 T-50 ‘팍파(PAK FA)’을 말한다. ‘팍파’란 풀어서 ‘전술 공군용 차세대 항공 복합체(Перспективный Авиационный Комплекс Фронтовой Авиации)’란 의미다. 2009년에 처녀비행이 있었지만 2015년에야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Su-35가 일선 조종사들이 차세대 기종의 조작법을 맛볼 수 있는 중간단계가 될 것이다. 물론 Su-35를 ‘중간’이라고 표현하기엔 다소 어폐가 있다.

인도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미국 및 기타 국가 공군과의 합동군사훈련에서 Su-35의 이전 모델인 Su-30MKI의 고기동력을 한껏 만끽하고 있다. 한번은 인도 공군이 미국의 F-15C/D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훈련 종료 후 할 홈버그 미 공군 전투사령관은 미 조종사들에게 이런 결과는 완전히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고 발표하면서 “이 전투기를 운용 중인 국가의 공군은 일정한 우위를 갖고 있으며 장차 미국의 제공력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USA Today는 보도했다.

Su-35의 고기동력은 기체뿐 아니라 엔진에서도 나온다. “Su-35의 엔진은 Su-27 기종에 장착되는 AL-31F 엔진에 기반해 개발됐지만 추력이 증강되고(12.5에서 14.5톤으로), 제원이 향상됐으며 연비가 낮아졌다”고 ‘사투른(НПО Сатурн)’ 사의 117S 엔진 제작프로그램 감독 예브게니 마르추코프는 말한다. 그 결과 Su-35는 속도, 기동성뿐 아니라 무장 탑재 능력도 월등히 높아졌다. 

신형 전투기 Su-35의 초도비행에는 Su-30MK가 함께 비행했다고 수호이 설계국의 테스트조종사 세르게이 보그단은 말했다. 이는 두 전투기의 엔진 추력을 비교하기 위한 것으로 비행 중 Su-35는 Su-30MK를 가뿐하게 뒤로 제쳤다. Su-35의 테스트조종사는 이로써 신형 전투기를 조종하는 일선 조종사는 공중전이 벌어지는 경우 기동력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이점을 갖게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Su-35는 5세대 전투기에서 조종실도 본따 왔다. Su-27과는 달리, Su-35에는 아날로그 장치가 없다. 대신 대형 컬러 LCD 디스플레이 2개가 장착됐다. 이 디스플레이는 일반 TV처럼 PIP(Picture In Picture) 모드로 조종사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보여준다. 게다가 일부 정보는 조종사 헬멧의 보호유리로 전송할 수도 있다.

유압식 구동장치는 전기식 구동장치로 대체됐다. 설계자들은 이를 통해 전투기의 원격제어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실전에서 이는 조종사의 역할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떤 속도에서 어떤 모드로 목표물을 향해 이동할 지, 어느 시점에 조종사의 무기 사용을 승인할 지를 컴퓨터가 결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조종사가 조종불능 상태에 쳐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조종사를 사출시킨다.

파리에어쇼 시범비행 중인 Su-35 (동영상제공=YouTube)

Su-35에는 러시아의 최신 항법시스템인 스트랩다운형 관성항법장치 BINS가 장착됐다. BINS는 모든 비행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전투기의 이륙 및 기지 복귀를 보장하는 임무를 띤다. 

이외에도 Su-35에는 T-50를 위해 특수개발된 미래형 레이더 시스템이 탑재됐다. 현재 이와 같은 급의 레이더는 F-22 랩터만 갖고 있다. Su-35는 동시에 30개의 목표물을 설정할 수 있고, 그중 10개에 무기를 조준할 수 있다.

러시아는 5세대 전투기 개발에서 미국에 뒤지고 있다. 미군은 오래 전부터 F-22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역으로 4.75세대 전투기인 Su-35의 성능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T-50의 완성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러시아가 2013 파리 르부르제 에어쇼에서 SU-35 시범비행을 고대해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군사기술 경쟁이라는 정치적 측면도 작용하지만 순전히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숨어 있다.

F-22 랩터와 마찬가지로 T-50도 수출금지 품목이다. 랩터 한 대의 가격이 1억 3,310만 달러인데 T-50은 이 보다는 저렴하겠지만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닐 것이다. Su-35 한 대의 가격은 4세대의 다른 버젼 전투기들과 마찬가지로 3천~3천800만 달러 선에 머물 것이다. 즉,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알제리 같은 기존의 Su 시리즈 구매국을 겨냥한다면 4.75세대라는 라벨을 붙인 Su-35는 아주 훌륭한 수출상품이 될 수 있다. Su-35의 가성비를 고려할 때 러시아는 브라질과 한국 시장에 진출을 모색해볼 만도 하다. Su-35는 라팔, 유로파이터 2000과 같은 유럽의 4.5세대 전투기 전 기종은 물론이고 F-15, F-16, F-18 등 미국 개량형 전투기를 성능에서 능가하며 미국의 5세대 전투기 F-35, F-22에 성공적으로 맞대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Su-35가 이제는 밀려나는 4세대 전투기들 중에서 마지막이자 가장 완벽한 전투기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