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거대 석유사 로스네프티, 동북아에서 협력 거점 모색

(사진제공=이타르타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러시아 거대 석유사 로스네프티가 동북아에서 북극 대륙붕 개발 협력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동시에 LNG 수출을 독점해온 가스프롬과 경쟁하는데 힘을 보태줄 지원군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고리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은 방한해 한국가스공사와 STX에 북극 LNG 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세친 회장은 2월 중순 한국과 일본, 중국을 순방해 최고위 당국자, 주요 국영기업 대표와 회동했다. 그러나 합의사항이 문서화된 곳은 중국뿐이다. 로스네프티와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는 러시아산 석유의 대중국 수출을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연간 1,500만 톤의 러시아산 석유가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향후 양국 간 스와프에 힘입어 수출량이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대중국 석유수출 확대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에도 매우 긴요하다. 러중 합작사업 추진이 연료공급량 부족으로 지체되기 때문이다. 로스네프티(지분 49%)와 CNPC Petro China의 자회사(지분 51%)는 텐진 석유가공공장 건설을 위해 이미 2010년도에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생산규모 1,000만 톤, 자산 30억 달러의 텐진공장은 2012년에 완공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합작사는 석유가공뿐 아니라 소매영업활동을 위해 중국내 약 300개의 주유소도 확보해야 했다.

세친 로스네프티 회장이 동북아에서 발표한 내용 중 석유협력이 특히 공들여 준비한 것이었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세친 회장의 2월 극동 순방은 사실 러시아의 북극 대륙붕 개발사업과 LNG 협력 로드쇼였다. 그는 동북아 삼국에서 모두 대륙붕 개발과 LNG 협력을 언급했다. 한국내 최대 LNG 수입사 한국가스공사, 대륙붕 시추장비를 개발 중인 세계 조선업계의 선도업체 STX에 러시아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CNPC와 Sinopec, CNOOC를, 일본에서는 Inpex와 JAPEX, SODECO와 ‘사할린 1’ 프로젝트 파트너인 Itochu와 Marubeni를 대상으로 발표회가 진행됐다.

현재 로스네프티와 가스프롬이 러시아 북극 대륙붕 개발 허가권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현행법상 사기업은 후순위 원칙을 따른다. 다시 말해 우선순위인 로스네프티나 가스프롬과 같은 공기업이 포기할 경우에만 사기업이 개발허가권을 받게 된다. 스베르뱅크 CIB의 분석가 발레리 네스테로프는 “개발허가권을 발급하려 할 당시만 해도 로스네프티가 석유전 허가권, 가스프롬이 가스전 허가권을 받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 대륙붕이 그렇게 분할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스가격

 세계러시아
2012년350100
2015320~330150
$/1,000㎥, 블룸버그, 러시아연방 경제개발부

대륙붕 구조는 거의 확인된 바 없으며, 또 현재 추정 매장량 중 중 50~70%가 가스일 확률이 높다. 세친 회장은 “결과적으로 로스네프티 개발지역에는 가스 매장량이 21조㎥(입방미터)고 이미 작업을 착수한 카라 해의 가스 매장량은 11조㎥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대륙붕 자원은 단가가 비싸서 러시아 국내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다. 게다가 유럽의 가스수요가 급감하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고려하면, 러시아 자원수출정책은 아시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세친 회장은 북극매장가스를 액화시켜 수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수익창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스베르뱅크 CIB의 발레리 네스테로프는 "2018-22년이 러시아 LNG가 아시아시장 진출하는데 최적의 시기"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 기간에 입지를 다지지 못한다면 호주나 동아프리카, 중동지역 국가들에 밀려날 수도 있다.

현재 가스프롬이 러시아산 가스 수출을 독점하고 있으며, LNG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기업은 독자적으로 투자유치를 못해 결국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2013년 초 세친 회장이 가스프롬의 LNG 독점 수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고 푸틴 대통령도 2월 중순 처음으로 "LNG 가스 수출의 단계적 자유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은 특정 프로젝트나 지역에 한해 가스수출 독점을 해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베르뱅크의 발레리 네스테로프는 “형식상 가스프롬의 수출 독점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단서조항을 현행법안에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로스네프티는 최종 수립된 프로젝트를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세친 회장의 동북아 순방의 목적이었던 같다. 로스네프티-엑손모빌 공동 프로젝트인 '사할린 1' 의 범위 안에서 엑손모빌과 함께 LNG 국내 생산을 하는 것도 그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이 LNG 국내 생산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LNG 수요가 늘고 있는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참고로 카라 해와 흑해의 로스네프티 구역 개발에 3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엑손모빌은 Eni, Statoil사와 함께 러시아 북극 대륙붕 개발에 참여하는 외국회사 연합에 가입해 있다.

참고로, 로스네프티는 러시아 국영석유회사로서 2013년 3월 경쟁업체인 영국 BP의 자회사 러시아 'TNK=BP'의 지분 50%를 125억달러(14조원)에 최종 인수함으로써 세계 최대 석유기업으로 부상했다. 이번 거래로 로스네프티는 하루에 약 4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세계 최대인 미국 엑스모빌의 매장량 122억 배럴과 하루 생산량 230만 배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