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는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왼쪽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마 남아공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가자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통신)

(왼쪽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마 남아공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가자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통신)

제5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3월 27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의는 양적인 면에서보다는 질적으로 정치, 경제, 금융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결과가 나왔다는데 의미가 있다.

정상회의 개막 전야에 공개된 공식의제를 살펴보면 이번 제5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브릭스 역사상 최대의 결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회원국 정상들은 세계경제 재편이라는 브릭스가 평소 주창해온 문제는 물론이고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 등 다양한 문제에서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의제에 오른 모든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제5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에테퀴니 선언'(에테퀴니는 더반을 포함하는 광역시 이름. 줄루어)과 '에테퀴니 실천계획'을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이번 선언에는 세계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및 다방면에 있어 가장 시급한 협력 사안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동입장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는 다섯 나라의 연합체다. 아프리카에서 다섯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프리카의 5대 포유동물인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 사자, 표범은 아프리카 사냥꾼들 사이에서 가장 명예로운 동물로서 존경 받는다"고 언급하여 브릭스 5개 회원국의 힘과 영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각 회원국의 유력 기업인 5명씩으로 구성되는 브릭스 기업인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더반 정상회의의 성과 중 하나다. 러시아 브릭스 연구 국가위원회의 키릴 리하초프 위원은 "러시아에서는 상공회의소, 대외경제은행 등이 이에 참가한다”며 “민간기업인의 참여를 통해서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들에 큰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우리는 재무장관에게 개발은행 설립의 세부안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우리는 개발은행을 출범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다소 과장되게 발표했지만 아직 개발은행 설립은 논의단계에 머물고 있다. 회원국들은 사무국 소재지 선정(회원국 모두 자국 설치를 희망), 회원국 출연 규모, 운영 방법(금융지원 대상을 회원국으로 한정할 것인지, 제3세계 국가들로 확대할 것인지) 등 여러 사안에서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러시아연방 외무부 산하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 국제문제연구소의 전문가 레오니드 구세프는 당장은 브릭스 개발은행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내비췄다. 그는 "물론 브릭스 회원국인 중국과 인도가 세계경제의 큰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경제는 미국경제와 매우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어서 사실상 단일시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인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판도가 당장 바뀔 가능성은 아직 적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밝혔다.

브릭스의 현 위상과 더반 정상회의의 성과에 대해 잡지 '세계정치 속의 러시아'(Russia in Global Affairs) 의 표도르 루키아노프 편집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브릭스에서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브릭스의 최대 의미는 그 존재 자체, 정상들의 주기적인 모임에서 나온다. '반(反)서방은 아니지만 서방을 배제하는' 러시아 대외정책의 목표와 입장은 국제적 대화의 장으로서 브릭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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