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근교로 떠나는 문학여행

모스크바 도심이 문학 박물관과 기념관으로 가득하다면, 모스크바 교외나 시골에서는 호반의 저택이나 숲 속의 별장을 찾아 근사한 문학여행을 떠날 수 있다.
세레디니코보
캅카스를 배경으로 하는 바이런 풍 소설들로 유명한 시인 미하일 레르몬토프는 한때 그의 할머니 소유였던 모스크바 북쪽의 세레드니코보 영지에서 1830년대에 10대 시절의 여름을 보냈다. (사진제공=피비 테플린)

 

모스크바의 큰 매력 중 하나는 톨스토이, 체호프, 푸시킨, 파스테르나크 등 세계적 문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스크바 도심이 문학 박물관과 기념관으로 가득하다면, 모스크바 교외나 시골에서는 호반의 저택이나 숲 속의 별장을 찾아 근사한 문학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작가들의 은둔처 중에는 애서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곳도 있지만, 평생 모스크바에서 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도 있다.

시인들과 함께 하는 소풍

세레드니코보

캅카스를 배경으로 하는 바이런 풍 소설들로 유명한 시인 미하일 레르몬토프는 한때 그의 할머니 소유였던 모스크바 북쪽의 19세기풍 영지에서 1830년대에 10대 시절의 여름을 보냈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저택은 주랑으로 네 개의 곁채와 연결돼 있으며, 각 곁채에는 공원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게 설계된 전망대가 있다. 1917년 10월 혁명 후에는 레르몬토프의 서사시 제목을 딴 ‘므치리(Мцыри)’ 결핵 요양소가 저택 건물 안에 설치됐다. 1992년에는 레르몬토프 센터가 저택을 50년간 임차하여 내부를 복원했다.

숲으로 우거진 주변 지역도 그 자체로 꼭 방문할 만한 곳이다. 호수와 다실, 승마학교, 천연온천, 돌다리, 라임나무와 낙엽송으로 이뤄진 가로수 길도 있다.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사람들은 모스크바의 레닌그라드스키 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 피르사노프카 역에서 내려 40번 버스로 갈아 타면 된다. 레르몬토프 영지 홈페이지에는 안내 지도와 함께 저택과 영지를 둘러보는 견학 예약 전화번호(+79250106240)가 나와 있다. 견학 시 설명은 러시아어로 이루어지며, 단체 견학만 가능하다.

자하로보

자하로보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어린 시절에 모스크바 근교 자하로보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다.
(사진제공=로리/레기온메디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도 어린 시절에 외할머니 마리아 한니발과 함께 모스크바 근교 시골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다. 마리아 한니발은 아프리카 노예 출신이었던 푸시킨 외증조부의 딸이다. 마리아 한니발의 저택은 복원돼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6월 첫째 주 일요일에 푸시킨 축제가 열린다. 외할머니와 함께 있는 푸시킨 동상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죽으면 묻히고 싶다고 말했을 만큼 좋아했던 장소를 가리켜 보여준다. 또 푸시킨의 청동 소년상은 호수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다. 벨로루스키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자하로보까지 가는 데 약 한 시간 걸린다.

샤흐마토보

샤흐마토보
상징주의 시인 알렉산드르 블로크는 러시아 밖에서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시인을 모르더라도 아름다운 샤흐마토보 영지는 꼭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사진제공=로리/레기온메디아)

시인 알렉산드르 블록이 살았던 목조주택은 꽃이 만발한 목초지로 둘러싸여 있다. 하루 일정으로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 블록의 할아버지는 이곳을 가리켜 “모스크바에서 멀지 않은 낙원의 한 모퉁이”라고 했다. 인근 타라카노보 마을에는 시인과 그의 아내를 기리는 동상이 서 있고 그 옆으로는 블록 부부가 결혼식을 올렸던 낡은 교회와 작은 박물관이 있다. 시골길을 따라 1.5킬로쯤 떨어진 영지 중심부에는 블록의 저택이 멋지게 잘 복원돼 있다. 저택은 숲이 우거진 정원을 배경으로 연못 아래까지 미끄러지듯 이어져 있다. 자세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알 수 있다.

톨스토이, 체호프, 또는 파스테르나크와 함께 마시는 차 한 잔

야스나야 폴랴나

야스나야 폴랴나
톨스토이는 삶의 대부분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보냈다. 그의 작품 거의 대부분이 씌여진 곳도 이곳이다. (사진제공=로리/레기온메디아)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쯤 달리면 툴라 근처에 레프 톨스토이의 시골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가 나온다. 사람들이 하루 일정의 문학 여행으로 가장 많이 찾는 톨스토이 영지는 확실히 방문해볼 가치가 있다. 이곳은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의 작가 톨스토이가 태어나 묻힌 (풀이 무성한 흙무덤에) 곳이다. 톨스토이는 부침 많은 82년 생애 대부분도 이곳에서 보냈다.

톨스토이의 외조부 세르게이 볼콘스키 공작은 1763년에 이곳 땅을 사 언덕 위에 영지 저택을 지었다. 포도나무 덩굴로 덮인 베란다를 끼고 있는 톨스토이 저택 내부의 분위기는 작가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생가 박물관 곳곳에 걸린 초상화와 책, 옷가지 등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대작가가 산책을 나갔다가 차를 마시러 금방이라도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둘러보는 곳은 그가 ‘안나 카레니나’를 집필했던 1층의 서재다.

박물관 위치와 개관 시간은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다. 저택 정문 맞은편에는 통나무집 카페가 있어 이곳에서 차나 집에서 직접 만든 수프도 맛볼 수 있다.

멜리호보

멜리호보
모스크바 근교에 위치한 멜리호보 영지에 들어서면 작가 체호프의 시골 생활과 그의 창조성이 어떻게 어우러져 피어났는지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로리/레기온메디아)

모스크바 남쪽에 있는 안톤 체호프의 시골 영지에서는 해마다 정원에 라일락과 벚꽃이 활짝 피어나는 5월에 국제연극페스티벌 ‘멜리호보의 봄’이 열린다. 체호프는 1892년부터 지병인 결핵 악화로 따뜻한 남쪽 얄타로 떠난 1899년까지 이곳에 살면서 희곡 ‘갈매기’, ‘바냐 아저씨’를 비롯하여 수많은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체호프 영지로 가는 기차는 쿠르스키 역에서 꽤 일정한 간격으로 출발하며, 1시간 반정도 걸린다. 이곳에서 25번 버스나 택시를 타고 멜리호보 마을까지 갈 수 있다. 박물관 안에는 음식점이 없기 때문에 시내에서 먹을 거리를 사가는 것이 좋다.

페레델키노

페레델키노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불과 반 시간 거리에 작가촌 페레델키노가 있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닥터 지바고’를 쓴 페레델키노 마을은 모스크바 키옙스키 역에서 서쪽으로 겨우 반 시간 거리에 있다. 1943년 시집의 표제 시 ‘이른 기차를 타고(На ранних поездах)’에서 파스테르나크는 모스크바에서 전차를 타고 페레델키노로 가는 여정과 계곡의 소나무와 백합이 내뿜는 “레몬 향 숨결”을 묘사하고 있다. 하얗고 가냘픈 백합꽃들은 지금도 페레델키노 작가촌 주변 숲에서 볼 수 있다. 모서리에 흰색 테두리를 두른 파스테르나크의 갈색 ‘다차(별장)’는 소박하기 그지 없다. 텅 빈 침실과 서재에는 시인이 입었던 코트와 모자, 부츠가 보관돼 있다. 사모바르와 컵들이 놓여 있는 온실은 수풀이 무성한 과수원을 내다보고 있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아동작가 코르네이 추콥스키의 다차 박물관이 나오며 그 앞에는 신발들로 덮여 있는 ‘기적의 나무’(추콥스키가 쓴 동명의 동시를 기념해서 만든 것)가 서 있다. 이곳도 한 번 방문해 볼 만 하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근교 마을과 묘지들

트로이체 리코보

트로이체-리코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말년을 트로이체 리코보에서 보냈다. (사진제공=로리/레기온메디아)

스탈린의 강제노동수용소 안의 삶을 묘사한 소설로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돈스코이 묘지에 묻혔다. 솔제니친 애독자들은 그가 2008년 사망하기 전까지 여생을 은둔하며 살고자 했던 마을을 방문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트로이체 리코보에 있는 과수원과 다차, 황금색 양파 지붕의 교회들은 현대 모스크바의 고층건물들 사이에 떠 있는 중세 러시아의 섬과도 같다. 트로이체 리코보 마을은 ‘세레브랸니 보르(Серебрянный бор, 은빛 소나무 숲)’ 섬에서 봤을 때 모스크바 강 건너편 절벽 위의 언덕에 있다. 트로이체 리코보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은 스트로기노 역이다.

노보데비치 수도원

노보데비치 수도원
안톤 체호프는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 자신의 부친 맞은 편에 안장됐다. (사진제공=로리/레기온메디아)

이 여정의 끝자락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보데비치 수도원이 나온다. 이곳에는 러시아 유명인사들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가 있다. 아치형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골 흉상과 불가코프 표석이 나온다. 부근에는 체호프의 정교한 아르누보식 아치를 따라가면 가을이면 낙엽으로, 겨울이면 눈으로 덮인 모스크바예술극장 출신의 배우와 감독의 무덤들을 볼 수 있다. 이 무덤들에는 극장의 로고인 갈매기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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