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분의 1 ··· 세계 최강의 파이터, 표도르

2011년 열린 ‘M-1 글로벌’ 대회에서 표도르 예밀리야넨코(왼쪽)가 미국의 제프 몬슨 선수를 노려보고 있다.

2011년 열린 ‘M-1 글로벌’ 대회에서 표도르 예밀리야넨코(왼쪽)가 미국의 제프 몬슨 선수를 노려보고 있다.

러시아 전통 무술 ‘삼보’ 접목. 종합격투기 27연승의 전설 만들어. 6월 마지막 경기 2분만에 KO승. “가족과 함께하겠다”며 링 내려와.

표도르 예밀리야넨코, 그는 격투기 선수들에게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마음속에는 소박함을 간직한 평범한 남자다.
새벽 6시 인구 20만 명 남짓한 러시아 소도시 스타리오스콜에 위치한 어느 작고 오래된 기차역. 녹슬고 먼지 덮여 버려진 역 건물처럼 보이는 바로 이곳에서 표도르는 매일 아침 8㎞씩 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여기가 좋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운동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굳이 여기를 떠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표도르가 걸어온 길

표도르 예밀리야넨코

1. 1976년 우크라이나 루한시크 주 루베즈노예 출생.
2. 1978년 스타리오스콜로 이주.
3. 11세에 삼보·유도로 운동 시작.
4. 2000년 링스(Rings) 대회에서 종합격투기 선수로 데뷔.
5. 규칙 없는 경기로 유명한 프라이드(Pride) 대회에서 2003년 이후 절대 강자로 군림.
6. 2012년 여름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은퇴.

그는 시설이 더 좋은 체육관이나 쾌적하고 안락한 아파트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녹슨 역사에서 이곳저곳 기운 자국이 있는 펀치백과 구식 역기로 몸을 단련하는 그의 모습은 행복하고 편안해 보인다. 10년 넘게 고수해온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훈련 습관이 그의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것 같다. 근면함은 반복되는 훈련을 지탱하는 뿌리다. 달리기, 팔굽혀펴기 같은 운동도 빼놓을 수 없지만 가장 눈 여겨 볼 부분은 트럭에서 떼낸 폐타이어를 거대한 망치로 내려치는 연습이다. 그가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 되는 이유는 바로 남보다 더 길고 강도 높은 훈련 때문이다.

표도르는 1976년 우크라이나 루베즈노예에서 태어났다. 출생 2년 후 온 가족이 스타리오스콜로 이주했다. 1994년 직업전문학교를 탁월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군에 입대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이 때부터 그의 일상이 됐다. 유럽 삼보(sambo)와 다양한 유도 대회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2000년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했다.

다양한 기술을 두루 갖춘 강력한 파이터로서 그는 탁월한 수비력뿐 아니라 우수한 타격 및 서브미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그의 장기는 상대를 바닥에 쓰러뜨린 채 가격하는 ‘그라운드 앤 파운딩’ 기술이다.

표도르 예밀리야넨코

표도르는 2012년 1월 한국을 방문해 전국을 돌며 격투기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가 사용하는 기술은 주로 러시아 격투기인 삼보와 일본 유도에서 따온 것들이다. 브라질 유술(Jiu-Jitsu)과 무예타이 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주를 이룬 종합격투기에서 삼보와 유도 기술을 함께 구사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표도르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압도적인 카리스마다. 링에 올라서는 그의 표정은 수도승처럼 과묵하다.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격투장으로 걸어나간다. 그는 또 신앙심이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집에서는 주로 체스 게임을 하거나 아이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세계를 제패한 격투기 챔피언의 일상이라고 하기엔 다소 의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내온 스타리오스콜과 고국 러시아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나는 언제나 내 나라를 대표해 조국에 영광을 가져다 주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표도르 예밀리야넨코

20112년 6월 21일 은퇴 경기를 KO승으로 장식한 후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표도르.

27연승의 화려한 전적을 쌓아오면서 단 세 번의 패배만을 허용한 예멜리야넨코 표도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종합격투기 선수로 기록되고 있다. 근면성, 영화 ‘록키’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강도 높은 훈련, 솔직한 심성이 평범한 소도시 청년을 세계적 스타가 된 후에도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은 오늘의 그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전설이 아니라 평범한 남자로 기억되고 싶다.”

2012년 6월 21일 표도르는 종합격투기 선수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UFC에서 이미 화려한 전적을 쌓은 바 있는 브라질 출신 중량급 페드로 히조 선수였다. 표도르는 1라운드 시작후 2분도 되기 전에 KO승을 거뒀다. 마지막 경기를 KO승으로 장식한 표도르는 영광스러운 은퇴를 선언했다.

표도르는 현재 스포츠 및 생활체육 진흥을 위한 대통령 자문회의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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