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극장의 비밀: 박수 부대

Bolshoi dancers hold a rehearsal of the ballet Giselle in the Bolshoi Theater in Moscow, Russia.

Bolshoi dancers hold a rehearsal of the ballet Giselle in the Bolshoi Theater in Moscow, Russia.

AP
러시아 최고 볼쇼이 극장의 박수는 우레와 같다. 그게 진정한 감동의 박수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비밀이 있을 수 있다. 박수 부대때문이다.

볼쇼이 무용수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아당의 <지젤> 발레의 리허설을 개최한다. 출처 : AP볼쇼이 무용수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아당의 <지젤> 발레의 리허설을 개최한다. 출처 : AP

프랑스어로 ‘손바닥으로 치는 박수’를 뜻하는 claque에서 비롯된 ‘크라크’라는 이름의 박수부대는 객석에 앉아 열광적인 박수와 ‘브라보!’라는 함성을 터트리며 공연의 열기를 더해주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규모가 큰 극장에는 박수부대가 있다.

옛소련 말 볼쇼이 극장의 박수부대에서 일했던 콘스탄틴 일류센코가 했던 ‘그때 일’을 들어봤다.

- 어떻게 박수부대원이 됐나?

“1980년대 말 대학생일 때, 컴퓨터도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재미있는 일 없나 하며 지낼 때였죠 한창 연극에 빠져 있던 때여서 어떻게 하면 남는 공연표를 하나 구할 수 있을까 하고 볼쇼이 극장 부근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한 중년 남성이 제게 “가고 싶어?”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표를 한 장 줬고 우리는 극장으로 들어갔어요. 그 사람이 박수부대 대원이었던 거예요. 그 남자분과 꽤 빨리 친해졌습니다.

체첸공화국에서 올라온 시골 청년이었던 저는 이 모든 고상한 사회가 황홀한 마법 세계 같았어요. 푸에테(fouette)가 뭔지, 빠 드 투루아(pas de trois)가 뭔지, 극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지,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그런 얘기를 그 남자분이 해줬어요. 예를 들면,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는 가장 위대한 지휘자이고 누구는 완전히 껍데기다, 그런 얘기를 당시 열일곱이었던 제가 듣게되니 '그래, 맞아, 누구는 껍데기야' 라는 생각도 들고 혼란스러웠지요.”

그리고는 또 극장을 찾았습니다. 제게 열심히 박수 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박수를 쳤습니다.”

1972년.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 소련 지휘자. 출처 : 올레크 마카로프/리아노보스티1972년.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 소련 지휘자. 출처 : 올레크 마카로프/리아노보스티

- 박수치라고 신호를 주나요?

“우리 일은 객석에서 박수가 나오게 유도하는 겁니다. 박수부대원이 먼저 손뼉을 치면 거대한 객석이 저희를 따라 박수를 칩니다. 구석구석 자리를 잡은 우리는 공연의 어느 대목에서 박수가 나와야 할지를 알고 먼저 박수를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발레리나가 푸에테를 하면 우리는 박수를 치며 ‘브라보!’라고 외칩니다.

제 기억엔 모두에게 박수를 쳤어요. 당시에는 나탈리야 베스메르트노바, 니나 아나니아시빌리 같은 프리마 발레리나가 있었고, 몇 년 전 얼굴에 황산테러를 당한 세르게이 필린 전(前) 볼쇼이 극장 예술감독도 춤을 출 때였습니다. 휘파람으로 야유를 보내는 일 따위는 결코 없었습니다. 그런 장면은 영화에서나 연출한 것이지요.”

1964년. 볼쇼이 극장. 출처 : 예브게니 가신/타스1964년. 볼쇼이 극장. 출처 : 예브게니 가신/타스

- 박수 부대 지휘는 누구하나요?

“극장 경영진이 다 주도했어요.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수석 안무가였을 때였는데 그분이 직접 저희에게 무료 입장권을 줬어요. 돈을 받기도 하고. 그런데 이 이상한 스토리에서 저는 돈을 벌기보다 단지 황홀한 마법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했던 꼬마 같은 존재였어요.

☞유리 그리고로비치=러시아 발레 안무가. 1973년 부터 기존의 고전 작품을 재창조 하는 발레 개혁을 주도, 차이코프스키의 3대 걸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백조의 호수>와 아당의 <지젤> 밍쿠스의 <라 바야데르>등을 재해석 했다. 2007년 한국에서 발레 <스파르타쿠스>를 안무했다.

1988년. 니나 아나니아시빌리 프리마 발레리나. 출처 : 알렉산드르 마카로프/리아 노보스티1988년. 니나 아나니아시빌리 프리마 발레리나. 출처 : 알렉산드르 마카로프/리아 노보스티

나는 동료 박수 부대원들에게 물었어요. 그리고로비치나 아나니아시빌리 같은 사람에게 왜 박수부대가 필요하냐, 그러 거 없어도 춤을 잘 추지 않냐고. 전통이라고 하더군요. 모두가 공연이 멋지게 끝나길 바란다, 공연이 끝나면 객석에서 열렬한 박수와 환호가 터지고, 꽃다발을 선사하고, 푸에테가 끝나면 최소한 세 번 넘게 ‘브라보!’를 외치는 그런 공연을 바란다는 거죠.

저는 가고 싶으면 아무 때나 극장에 갔어요. 검표원과도 빨리 친해졌고. 극장엔 이런 식으로 들어갔지요. 나는 늘 이미 끝난 공연의 입장권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 표를 보여주면 검표원은 표의 한 쪽을 뜯는 시늉을 하고 돌려줍니다. 그렇게 들어간 다음 공연 중간 쉬는 시간에 검표원에게 가서 일인당 1루블씩 쳐서 돈을 줬어요. 당시 평균 월급이 120루블이었으니까 1루블은 큰 돈이 아니었어요. 저는 그때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에 친구가 많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친구 10명을 극장에 데리고 간 적이 있어어요."

1976년. 나탈리야 베스메르트노바와 미하일 라브로브스키. 출처 : 알렉산드르 콘코프/타스1976년. 나탈리야 베스메르트노바와 미하일 라브로브스키. 출처 : 알렉산드르 콘코프/타스

- 어떤 사람이 박수부대원이 됩니까?

“제가 보기에 그 사람들은 발레 애호가들의 주변 집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통 중산층 출신들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은 박수부대 일을 정말 만족스러워했고 그 일으로도 당시에는 그럭저럭 괜찮게 살 수 있었거든요. 소련 시절에는 사치의 상징이었던 청바지, VTR, 소니 텔레비전 같은 것도 이 일을 하면 살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어요.”

- 객석에는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았나요? 정해진 방식이 있었나요?

2016년. 볼쇼이 극장의 주요 무대. 출처 : AP2016년. 볼쇼이 극장의 주요 무대. 출처 : AP

“보통은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벨에타시(극장의 특등석)의 4번째 층이었어요. 무대와 객석을 나누는 막 옆에 있는 자리긴 했지만 무대와 가장 가까워서 좋아했어요. 무대 배경이 거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춤을 보기에는 아주 좋았어요. 춤 동작 하나하나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볼쇼이는 관객 입장에서 보면 그리 편한 극장은 아니었어요. 파르테르(극장의 1층석)는 훌륭했지만 로자(칸막이 특별석)의 두 번째 열에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으니까요.”

- 박수부대 일을 얼마나 하셨나요?

“대학을 졸업할 즈음까지니까 3년은 넘게 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볼쇼이 극장의 전통적인 신년 맞이 공연인 ‘호두까기인형’을 확실히 세 번은 봤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페레스트로이카가 닥쳤고 변화가 시작됐지요. 극장의 삶도, 제 삶도 그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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