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실릭, 전통 소비에트 야외 음식

샤실릭

샤실릭

안나 하르제예바
낮이 길어지고, 따뜻해지면 양념한 고기와 그릴을 챙겨 교외로 나가고 싶어하는 러시아인들의 욕구는 소비에트 시절에도 강했다.

사회의 변화와 요리의 변화는 함께 가기 마련이다. 단독 아파트가 집에서 요리할 기회를 늘리고 레시피를 공유하는 문화를 활성화한 것처럼, 다차와 자동차의 보급으로 1960년대에 러시아에는 야외요리 문화가 생겨났는데, 이 때 ‘샤슬릭’은 야외요리의 동의어와 다름 없었다.  내 친척 할머니는 “모스크바 근교가 연기로 뒤덮이기 시작했어”라고 조금 과장을 섞어 회상했다.

옛소련 시절의 아파트인 코무날카는 공동아파트로 한 세대에 여러 가족이 방 한칸을 차지하고 살면서 작은 공동부엌을 섰기 때문에 요리를 잘 안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단독 아파트에서는 한 가족만 살고 독립된 부엌이 있어서 요리가 자유로워졌다.

샤실릭의 기본 개념은 조각낸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 숯 불에 굽는 것이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정통 샤실릭은 양고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 요리의 기원지인 캅카스 지역에서 그렇게 만들기 때문인데 그곳에선 양을 많이 키운다. 그러나 양을 잘 키우지 않는 캅카스 이외의 지역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은    새로운 재료로 샤실릭을 만들었다. 양 대신 닭, 돼지, 생선을 쓰고, 고기 사이사이에는 양파나 피망, 토마토를 꽂는다. 그러면서 나름의 양념을 개발하곤 했다(주로 케첩과 마늘을 주재료로 한다). “샤실릭하기(shashliking)”는 처음부터 경쟁적인 스포츠 같은 양상이 됐다.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혹은 캠핑을 하며 밤을 보내기 위해 교외로 가는 ‘주말여행족’은 꼬챙이에 꽂아 직화 그릴에 굽기 위해 미리 조각 내 절인 고기를 그릇에 가득 담아 가져 간다. 직화 구이가 가능한 공간이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이 요리의 인기에 편승해 맛있는 샤슬릭 메뉴를 준비하는 데 힘을 쏟는다.

집에서는 직화 구이가 어렵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샤실릭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저 프라이팬에 고기를 익혀 만드는 방식이라 ‘샤실릭’이 아니라 ‘지진 고기’로 부르는 게 맞지만 샤실릭이라는 단어가 여름의 추억, 상쾌한 공기, 햇빛, 화로 옆에서 친구들과 부르던 노래를 떠올리게 하고, 이 모든 것들을 요즘  모스크바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샤실릭을 프라이팬에서 굽는다고 의미를 깍아 내릴 일은 아니다.

할머니는 요즘도 오십 년 전쯤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던 얘기를 한다.  산악로 자동차 투어(wild car trip)며 새벽 한 시에 현지 바부시카(할머니)에게서 얻어 온 집에서 담근 와인, 물이 많은 수박, 그리고 해안가에서의 샤실릭 얘기가 빠질 수 없다. 할머니는 양고기 샤슬릭을 먹었지만 함께 간 동료들은 토마토를 곁들인 철갑상어 샤실릭을 먹었다. 해변, 여름, 그리고 모험은 고기의 훌륭한 맛만큼이나 중요했다.

나는 뜨겁게 달군 숯에서 굽거나 ‘평범한 방식’, 즉 프라이팬에 굽는 소비에트 레시피를 참고해 나만의 샤실릭을 즐기고 있다. 운 좋게도 내 남편이 호주인인데 이는 베란다에 바비큐 그릴이 있고 나에게 불을 지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머니는 얼마 전 유명 셰프가 그랬다며 양념으로 강판에 잘 간 양파를 더 넣으라고 말해줬다. 보통 샤실릭을 만드는 데 이건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샤실릭을 만들었다. 쇠꼬챙이에 꽃은 양파와 피망, 버섯, 고기를 숯불에 익혔는데(한국과 달리 러시아에선 중간정도 숯불의 10cm쯤 위에서 20~30분 동안 익힌다.편집자주)끝내주게 맛있었다! 레시피북은 샤실릭과 쌀밥과 석류 소스를 곁들이라고 권한다. 나는 왜 사람들이 쌀밥을 곁들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석류 소스는 아주 잘 어울렸다.

할머니가 그루지아의 트빌리시에 우리를 보러 왔을 때 우리는 샤실릭을 먹었고 할머니도 우리가 만든 샤실릭을 진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다음은 샤슬릭 만드는 방법이다.

재료

  • 고기 500g
  • 양파 2개
  • 골파 100g
  • 토마토 2개
  • 레몬 반 개
  • 식초 1작은 스푼
  • 기름 1작은 스푼

양고기를 씻고 작은 조각으로 자른다. 그릇에 넣고 소금과 후추를 뿌린 뒤 다진 양파와 식초, 레몬즙 1작은 스푼을 넣고 잘 섞는다. 그릇을 덮고 고기에 간이 배도록 서늘한 곳에 2~3시간 둔다.

양념한 고기와 썰어놓은 양파를 꼬챙이에 번갈아 꽂는다. 뜨겁게 달군 숯에 고기가 고르게 익도록 꼬챙이를 돌려주며 15-20분가량 익힌다. 숯이 없으면 프라이팬에서 고기를 구워도 된다.

샤실릭이 다 익으면 꼬챙이에서 고기와 야채를 빼내어 기름을 뿌리고 골파, 얇게 썬 토마토, 레몬을 곁들인다. 샤실릭과 함께 밥과 석류 소스를 내놓을 수도 있다. 돼지고기도 같은 방식으로 조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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